[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인뱅)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법제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현재 인뱅들은 매년 금융당국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며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를 준수하겠다 하지만 이를 어겼을 때 마땅한 제재 방안이 없는 상황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중저신용자 중금리 대출을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뱅 이자장사 치중 지적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권 메기' 역할을 하겠다며 출범한 인뱅은 출범 이래로 꾸준히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포용금융보다 주택담보대출 등 이자 수익에 집중하며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뱅의 지난 5월 가계대출 예대금리차(예금금리-대출금리)는 크게 확대됐습니다.
카카오뱅크(323410)는 1.35%p에서 1.57%p로, 케이뱅크는 1.59%p에서 1.92%p로 예대금리차가 벌어졌습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5월 평균 가계대출 예대금리차가 1.34%p로 전월 대비 0.06%p 축소된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인뱅이 시중은행보다 예대금리차를 늘리고 있는 겁니다.
인뱅들은 금융위원회 지침 상 전체 취급 신용대출 중 30% 이상을 신용점수 하위 50%인 금융 소비자에게 내줘야 하지만 이마저도 지키지못하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올해부터 분기별 신규 대출 중 30% 이상을 중저신용자 대출로 채워야 하는 규제를 새롭게 적용했습니다. 이 지침을 어기면 신사업 인가 등 여러 절차에서 불이익을 받게됩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결산에서 케이뱅크가 중저신용자 신규 대출 비중을 26.3% 달성하며 30% 이상 기준에 미달했으나 별다른 제재는 없었습니다. 토스뱅크도 30.4%로 턱걸이에 그쳤고 카카오뱅크가 33.7%로 인뱅 3사 중 가장 높았습니다.
중저신용자에게 내주는 대출금리도 높은 수준입니다. 지난달 13일 기준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금리는 600점 이하 기준 4.70%의 금리를 제공했습니다. 이는 5대 은행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책정하고 있는 신한은행 4.56% 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같은 신용점수 기준 마이너스통장 금리도 인뱅이 시중은행보다 2배 가량 높았습니다. 토스뱅크는 8.76%, 카카오뱅크는 6.39% 금리를 부과했는데요. 시중은행 중 KB국민은행이 4.43%로 가장 높고 우리은행 4.29%, 하나은행 3.77%를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인뱅 규제 의무화해야"
정치권에서도 꾸준히 인뱅이 중저신용자 등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포용금융을 실천하기보다는 주담대 등 이자이익에 손벌린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왔습니다.
지난 2021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인뱅들이 중금리 대출 확대를 약속하고 각종 혜택을 받았지만 시중은행과 다름없이 고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이어가고 있다며 지적한 바 있습니다. 당시 배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신용점수 700∼900점을 기록하는 중신용자의 대출 잔액 비중은 시중은행에서 38%를 보였지만 카카오뱅크는 이보다 16%p 낮은 21.9%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900점 이상 고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잔액 비중의 경우 시중은행은 57.7%인데 카카오뱅크는 이보다 17%p 높은 74.2%에 달했습니다.
지난해에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현정 국회의원이 인뱅 주담대 잔액 증가 추세가 5대 은행보다 높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김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인뱅 3사의 주담대 잔액은 34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23조4000억원 대비 47% 급증했습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주담대가 515조원에서 568조7000억원으로 10.4% 증가한 데 비해 훨씬 가파르게 증가한 것입니다.
김 의원은 "인터넷은행들이 주담대를 급격히 늘리는 것은 포용적 금융을 목표로 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취지와 맞지 않다"며 "급격한 대출 증가가 가계부채의 질을 악화시키고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어 금융감독의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 정무위 국감에서도 인뱅 중저신용자 대출 관련 지적이 다시 나올 예정입니다. 특히 이번엔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 대출을 의무화하는 논의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국회 정무위 의원실 관계자는 "애초 주먹구구식으로 인뱅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을 정해둘 것이 아니라 아예 의무화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인뱅들은 매번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을 채우기 어렵고 건전성 관리가 어렵다고 매번 하소연하는데 그럴 거면 다른 대형 은행들처럼 은행법 적용을 받아야 한다"며 "은행법 적용도 받지 않으면서 인터넷은행 특례도 못맞추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인뱅들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아 대출금리가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기 때문에 예대금리차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중저신용자 비중을 맞추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최근 기준금리 인하와 시장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대출금리를 충분히 내리지 못했다"며 "건전성 관리도 신경써야 하고 최근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가계부채도 줄여야 하지만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맞추지 못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인뱅의 중저신용자 중금리 대출 비중 의무화를 법제화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창구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 상담 중인 한 시민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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