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역대 대선에서 '단일화'는 판세를 뒤흔드는 최대 변수였습니다. 지난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진행된 7번의 대선에서 4번의 단일화가 이뤄졌고, 그중 3명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이번 6·3 대선에서도 1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단일화가 '막판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다만 명분과 실익이 부족한 상황에서 '물리적 단일화'는 물론 '화학적 결합'까지 달성하기는 역부족으로 점쳐집니다.
'DJP연합'부터 '윤석열·안철수'까지
역대 대선은 단일화 여부에 따라 당락이 갈렸는데요. 대표적인 단일화 성공 사례는 이른바 'DJP연합'입니다. 1997년 12월18일 치러진 15대 대선을 한 달 반가량 남겨둔 11월3일, 당시 김대중(DJ)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김종필(JP) 자유민주연합 총재는 합의문에 서명하며 1년 넘게 끌어온 단일화를 이뤄냈습니다. 김대중 총재를 단일 후보로 앞세우고 당선 시 김종필 총재가 초대 총리를 맡아 공동정부를 구성하겠다는 것이 합의 내용입니다.
'권력 담합'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진보·보수 연대, 충청·전라도 연합을 결성한 김대중 후보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상대로 득표율에서 1.53%포인트 차이로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당초 신한국당으로 출마 선언한 이 후보도 조순 통합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이뤄 한나라당을 창당해 맞섰으나, DJP연합으로 인한 '표 결집'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선거일 전날 단일화가 깨진 사례도 있습니다. 2022년 16대 대선에서는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가 후보 등록 하루 전날인 11월25일 새벽, 진통 끝에 단일화에 성공했습니다.
단일화 효과로 노 후보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앞지르기 시작했으나, 12월18일 선거를 하루 앞두고 갑자기 정몽준 후보가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습니다. 그럼에도 노 후보는 48.91%의 득표율을 얻어 이 후보(46.58%)에게 승리했습니다. 마지막 '단일화 철회'가 노무현 후보에 대한 표 결집으로 이어지는 반사효과를 낳았다는 분석입니다.
2012년 18대 대선의 경우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했지만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습니다. 대선 26일 전인 2012년 11월23일 안 후보는 "저는 오늘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할 것을 선언한다"며 문 후보에게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하지만 장기간 단일화 협상이 후유증으로 남아 문 후보가 지지층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했고, 이는 대선 패배로 이어졌습니다.
2022년 20대 대선에서는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결국 당시 대선에선 윤 후보가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대선일을 불과 6일 앞두고 안 후보가 사퇴하며 단일화가 성사됐고, 윤 후보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0.73%포인트 앞서며 당선됐습니다.
'범보수 결집' 승부수?…김·이 단일화 '관건'
25일 정치권에서는 김문수·이준석 후보 단일화를 놓고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 24일 "이재명 후보의 득표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는 사람은 기호 4번 이준석"이라며 단일화에 선을 그은 반면, 김 후보는 이날 "원래 우리가 한뿌리였기 때문에 계속 노력하겠다"며 단일화 추진을 피력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준석 후보에 대해 "국민의힘 대표에서 밀려 나왔을 뿐이지 본인이 스스로 나왔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결국은 단일화할 것이다. 우리는 당연히 단일화될 것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단일화를 통해 반전의 기회를 노리는 김 후보와 '키'를 쥔 이준석 후보, 이를 경계하는 이재명 후보까지 모두 단일화를 선거의 마지막 변수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정치권에서는 김문수·이준석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에 응할 명분과 실익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경우 모두 단일화 의지가 컸고, 문재인·안철수 후보도 단일화 압박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상당한 것에 비하면 두 후보의 단일화 기반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 토론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측의 단일화를 이끌 '전략가'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DJP연합과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에서는 김한길 현 국민통합위원장이 관여했고,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중심에는 당시 각 캠프 소속의 우상호 공보단장과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이 있었습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준석 후보는 친윤계 의원들의 행태에 반발하며 탈당해 개혁신당을 만들었다"며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한 것도 아니고, 친윤계가 2선으로 물러난 것도 아니다. 돌아갈 명분이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단일화해서 김문수 후보가 이긴다고 가정해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과거 DJP연합에서 보듯 공동정부 협약서에 도장을 찍어도 (단일화 협상안은) 지켜지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준석 후보가 미래 정치적 위치를 고려한다면 선거 막바지에 가서 단일화가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준석 후보가 '너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는 말을 듣게 되면 보수 진영에서 정치를 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지금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이준석 후보는 자기의 존재감을 충분히 보여준 다음 단일화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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