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인도차이나 반도. 일반적으로 태국과 베트남을 떠올리게 합니다. 온화한 기후 탓에 전 세계 최고의 휴양 국가이자 관광 국가로 알려진 곳입니다. 하지만 이들과 맞닿아 있는 인도차이나 반도 유일의 내륙 국가 ‘라오스’. 낯선 만큼 모든 것이 어색하지만 그 속살을 살펴보면 의외로 우리와 많은 부분이 통할 수 있을 것 같은 친숙한 곳이기도 합니다.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의 글로벌 프로젝트 ‘은사마’가 주목하는 해외 거점 국가 라오스의 모든 것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1. 몽족 여성은 몇 살에 결혼을 할까
라오스는 전반적으로 조혼을 한다. 주류인 라오족은 대체로 중학교 4학년을 마친 15세 이후 결혼을 한다. 하지만 몽족 신부 중엔 중학교 저학년인 열두 살도 있다. 신랑 나이는 상관이 없다. 몽족 기준 또래끼리 결혼은 신랑이 크게 ‘손해’를 본다고 생각한다. 몽족 사이에는 흔히 이런 말이 있다. ‘또래 여자와 결혼해서 충분한 자식을 낳을 때가 되면 신부는 이미 너의 나이 두 배처럼 보이게 된다.’
수를 놓는 몽족 소녀. 수를 잘 놓아야 좋은 신부감으로 취급을 받는다. (사진=우희철)
2. 몽족 여성에게 사춘기는 없다
캘리포니아에서 15세 미만과의 성관계는 중범죄이며, 18세 미만과의 결혼은 미성년이므로 법원 허가가 필요하다. 라오스에서 미국으로 건나간 몽족은 여전히 조혼 관습을 유지하고 있다. 몽족 지역사회 지도자들은 소녀들 30%에서 50%가 17세 이전 결혼한다고 추산하지만 소녀들 스스로는 그 비율이 70%로 답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미국에서 몽족을 연구해온 인류학자 웬디 워커는 ‘몽족 문화에 사춘기는 없고, 소녀들은 결혼을 통해 유년에서 바로 성인으로 넘어간다’고 평했다.
라오스 몽족 마을에 가면 아이들이 많은 것에 놀라게 된다. 한 집에 대여섯명이 보통이다. 1990년대 미국에서 몽족은 18세 이하 출산율이 15%에 달했다. 많은 몽족 산모 나이가 16세 미만이었다. 조혼은 다산으로 이어져 출산율이 9.5명에 이르렀고, 미국 내 어떤 난민 집단보다도 높은 복지 수급률을 유지하게 됐다.
3. 몽족의 ‘신붓값’
몽족은 지참금과 신부값이 구분된다. 지참금은 부모 친척 친구가 신혼부부에게 주는 돈과 물건 또는 선물로 구성된다.
몽족어로 신붓값은 신랑 쪽에게 ‘1. 결혼식 비용. 2. 신부의 머리 3. 젖값과 식비’를 부과한다는 의미의 속어이다. 라오인은 ‘카동’이라고 하는데 결혼식 비용 의미가 강하고, 타이인은 ‘씬쏫’으로 지참금 의미가 강하지만 설명은 젖 먹여 키운 양육비로 설명한다. 몽족 신붓값은 라오인과 타이인이 설명하는 것 말고도 머릿수를 포함한 노동력 보상 의미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몽족 정신세계로 들어가면 더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신붓값은 일종의 빚이다. 대우혼처럼 신랑과 신부 교환이 당장 1대 1 비율로 발생하진 않지만 언젠간 다른 씨족에게 되돌려줄 빚으로 인식한다. 보험적 의미도 있다. 신부가 시집가서 다른 씨족에 들어갔다 오는 경우 부양을 다시 감당해야 하므로 일종의 보험적 성격이 있다. 이런 이유가 한몫하는지 몽족 이혼율은 극히 낮다.
10년 전 ‘52Km 마을’에 지인과 함께 방문을 한 적이 있다. 이 마을은 태국 난민 캠프에 있던 몽족이 되돌아온 정착촌이다. 마을 구경을 하는데 2명의 여자아이가 학교 가야 할 시간에 남아 있었다. 몽족 아낙네에게 물어봤다. 고아가 된 자매인데 학비를 못 내 학교를 가지 못하니 ‘100달러만 내고 둘 다 데려가라’고 했다. 농담이었는지, 진담이었는지.
수도에서 크게 멀지 않은 곳의 전형적인 라오스 마을 ‘므앙프앙’. 이곳은 라오, 크무, 몽족이 섞여 사는 곳이다. 20세 처녀에게 넌지시 몽족 간 결혼에 요즘 신붓값을 물어봤다. 1000달러가 안 되는 ‘2000만낍’이란다. ‘그럼, 외국인도 같은 돈을 내면 신부를 얻을 수 있나’라고 물으니 손사래 치며 ‘어른들에게 물어봐야 알 수 있다’고 한다. 몽족은 혈연에 기초한 사회이고, 씨족 결합이다. 외국인은 당연히 그런 혼인 대상이 아니라서 신붓값을 달리 내는 게 당연하다.
'캔'이라는 악기를 불면서 춤추는 몽족 남자. 몽족에선 남자들이 이것을 잘 불어야 좋은 신랑감으로 대우를 받는다. (사진=우희철)
4. 약탈혼 풍속
몽족 혼인 풍속은 과거 우리네 ‘보쌈’과 비슷한 납치혼 형태이다. 남녀가 서로 마음 맞는 경우가 있고, 예비 신랑 쪽에서 일방적으로 예비 신부를 끌고 가는 형태가 있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 청혼하는 절차는 신랑과 친구들이 신부를 일단 납치 형태로 끌고 간다. 3일 동안 신랑집에 신부를 머물게 하는 동안 중매쟁이들, 들러리, 신랑 쪽 친척들이 신부집에서 결혼 협상을 한다. 결혼식은 달이 기우는 때는 피하고 달이 차오르는 기간에 정해 올린다.
예비 신랑이 일방적으로 좋아한 경우, 신랑 쪽에서 강제로 신부를 끌고 와 사흘 동안 구애하고 결혼을 설득한다. 신랑 여자 형제가 감시도 한다. 외부인 시각으로 보면 명백한 납치이다. 사흘 동안 설득되지 않으면 결혼은 성립하지 않고 몰래 딸을 데려갔던 것에 대해 신부 쪽에 예물을 보내 보상한다.
베트남 북부 고원지대 ‘싸파’에서 납치혼에 대한 실화가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기도 했다. 제목은 ‘안개 속의 아이들’로 따이족 여성 영화감독 하 레 디엠이 3년에 걸쳐 몽족 가족과 지내면서 대본 없이 카메라와 녹음기만으로 만들었다. 12세 소녀 ‘디’가 휴대폰으로 사진과 채팅을 주고받던 소년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디는 소년을 사랑한 게 아닌 ‘호기심’이라 주장하고 청혼을 거절한다. 디는 결혼보다 학업에 대한 뜻을 품고 교사에게 도움을 청해 지방의회까지 나선다. 영화는 디의 어머니가 어린 딸 결혼을 동의하지 않지만 몽족 사회에서 가족 체면과 전통을 깨지 않으려는 내적 갈등을 그린다. 디가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의 전통적 결혼을 면제받는 걸로 영화는 끝난다. 디엠 감독은 디가 납치혼의 마지막 희생자가 아니며 납치혼은 계속될 걸로 예견했다.
미국에서 1988년 한 몽족 남성이 여대생을 ‘납치하고 강간’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남성은 중범죄로 기소됐으나 몽족 결혼 풍습인 납치혼으로 인정을 받아 감형 받았다.
몽족 설날 청춘남녀는 공을 던지며 서로의 짝을 찾는다. (사진=우희철)
5. 일부다처, 가부장, 그리고 남아선호
라오왕국군 최초 몽족 장군 왕빠오는 부인이 5명 자식은 25명이었다. 미국 망명을 앞두고 4명의 부인과 이혼을 했다. 몽족 남편은 첫째 부인이 더 이상 출산을 못 하거나, 딸만 낳으면 쉽게 아내를 더 얻을 수 있다. 과거 한국 며느리들처럼 몽족 아내들은 사내 아이를 낳아 대를 이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이런 이유들이 아니더라도 몽족 남편은 능력이 허락한다면 아내를 여럿 둘 수 있다.
몽족은 철저한 부계 씨족이고 가부장 사회이다. 과거 한국에 ‘출가외인’이란 말이 있었듯, 몽족 신부는 다른 씨족으로 시집가기 위해 집을 떠나는 날 뒤를 돌아보는 게 금기이다.
나는 라오인과 한국인이 맺는 혼인이 걱정스럽다. 모권과 모계 사회 전통이 강한 라오스 여성은 가부장적 전통 영향을 받은 한국 남성과 심각한 문화적 충돌을 겪는 걸 봐왔다. 반면 몽족과의 결합은 상대적으로 문화적 충격을 적게 받을 수 있다.
라오스=프리랜서 작가 '제국몽'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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