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정기 공채가 줄고 경력직 중심의 수시 채용이 고용시장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여의도 증권가에도 신입 채용이 급감하고 부서 수요에 따라 실무형 인력을 수시로 선발하는 방식이 정착됐습니다. 성과 중심 보상체계와 유연한 인사 운용, 지점 축소 등 구조적 변화가 맞물려 공채 채용은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16일
미래에셋증권(006800),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005940),
삼성증권(016360), KB증권, 하나증권,
메리츠증권(008560),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039490),
대신증권(003540) 등 10대 대형 증권사의 채용 현황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 전통적인 신입 공채를 운영하지 않고 부서별 수시 채용 또는 채용 연계형 인턴십 중심 구조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상반기 기준으로 정기 공채를 운영하는 곳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두 곳뿐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2월부터 공채 절차를 시작했고 NH투자증권은 3월부터 시작해 7월에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KB증권과 키움증권은 모두 지난해까지 정기 공채를 진행했고 올해에도 공채는 유지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이나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약 20명의 대졸 신입을 정기 공채로 선발했습니다. 키움금융센터 부문에서도 약 30명을 별도로 채용했습니다.
반면 다수 증권사는 이미 공채를 폐기하고 수시 채용 중심으로 전환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수년 전부터 대규모 공채를 폐지하고 부서에서 실무 인재를 직접 선발하는 방식을 정착시켰습니다. 대신증권은 2022년 이후 정기 공채를 중단했고 메리츠증권은 2010년 말 마지막 공채 이후 계약직 위주 수시 채용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예년처럼 올해에도 상반기 신입 공채는 운영하지 않습니다. 회사 측은 "신입 공채는 통상 하반기에 연 1회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2024년에 약 60명을 채용했습니다. 다만 올해 하반기 공채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고, 상반기엔 기업금융, 파생상품, 리서치 등 일부 부문에서 경력직만 채용한 상태입니다. 삼성증권의 경우 3월에 상반기 공채를 진행했으며 하반기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채용 규모도 비공개입니다.
일부 증권사에선 정기 공채 대신 채용 연계형 인턴십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나증권은 5월 초 해외주식영업과 리서치 부문에서 인턴십을 운영했으며, 수료 후 별도 평가를 통해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합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이번 인턴십은 연례적으로 고정된 일정은 아니며 부문별 인력 수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증권사들의 채용 방식 변화는 점포 축소와 조직 운영의 변화에서 비롯됐습니다.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지점 이용률이 급감하자 실적이 낮은 점포를 중심으로 통폐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심 거점이 아닌 지점은 매출이 나오기 어렵고, 지점 수를 줄이면 인사 발령과 인력 재배치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에 채용 전략까지 복합적으로 조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여의도에서는 퇴직 충원 외에는 채용공고가 거의 올라오지 않고 공석이 생기면 업계 내 이동으로 채우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일부 증권사는 지점 통폐합과 채용 축소는 무관하다고 설명했습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조직 효율화를 위한 통폐합일 뿐 인력 감축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대신증권도 "부서별 수시 채용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성과 중심 문화의 확산 역시 채용 전반에 영향을 줬습니다. 성과가 강조되면서 계약직이나 인턴 중심의 실무 투입형 채용이 일반화됐고, 부서별 수급에 따라 탄력적으로 인력을 운용하는 방식이 정착되고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성과 중심 체제에서는 계약직이 인센티브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고 실무 투입 가능성을 중시하는 부서 단위 채용이 일반화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증권가의 채용 방식은 정치권의 일자리 공약과 맞물려 변화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내달 3일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 대통령 후보들이 일자리 확대와 고용 유연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정기 공채 부활 가능성이 제기된 것입니다.
증권사 취업을 희망하는 취업준비생 커뮤니티에서는 "공채가 다시 열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정기 공채 부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대규모 공채는 어렵다"며 "수시 채용과 인턴 중심 구조는 이미 고착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기 공채라는 제도 자체가 업계에서 사실상 사라졌다"며 "정부 정책 방향과 관계없이 유연 채용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년 중견기업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정보 게시판을 살펴보며 채용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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