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책정해 관심을 끌었던 '파킹통장' 금리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파킹통장은 수시 입출금식 예금상품으로, '파킹'이라는 표현처럼 잠시 주차해놓듯이 돈을 일시적으로 예치해둔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통칭입니다.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파킹통장 금리 조정이 불가피했단 입장인데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입출금이 가능하면서도 높은 이자율을 적용받는 파킹통장의 매력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입니다.
금리인하기 4%대 파킹통장도 깨져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삼성금융네트웍스와 협업해 출시한 '모니모 KB매일이자 통장'은 출시 당시 금리 인하기에도 4% 고금리를 준다며 각광을 받았지만, 지난 15일 최대 금리를 3.9%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삼성카드나 상성생명보험, 삼성화재해상보험 자동이체 등록 등 우대금리를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 최종 적용받는 금리는 3.7%로 더 내려갑니다.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의 파킹통장 금리를 제공하던 SC제일은행도 최근 금리를 내렸습니다. SC제일은행 ‘Hi통장’의 최고금리는 올해 1월 기준만 보더라도 연 3.4%로 높았지만, 최근 2.60%까지 뚝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최고금리를 받기 위해선 파킹통장 잔액을 3억원 이상 유지해야 하고 제휴 체널에서 계좌를 개설하는 등 다른 우대금리 조건도 맞춰야 해 번거롭습니다.
일부 은행의 경우 소액만 예치할 수 있게 제한을 하기도 합니다. 매일 이자가 붙기 때문에 큰 금액을 넣을수록 이득인 파킹통장의 장점을 사실상 없앴습니다. 하나은행 '달달하나통장'은 200만원까지만 최대 3% 금리를 제공합니다. 게다가 가입 후 1년 동안만 연 1.0%의 특별 우대금리를 제공한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우리은행 '우월한 월급통장'은 최대 3.1%까지 금리를 받을 수 있으나, 직전 반기까지 급여 이체 실적이 없어야 1.0% 특별 우대금리를 제공합니다. 더구나 우대금리도 200만원 한도 내에서 지급합니다.
파킹통장으로 고객을 유치하던 인터넷은행들은 금리가 기존 2%대에서 1%대까지 뚝 떨어졌습니다. 케이뱅크 '플러스박스'가 그나마 2.3% 금리를 주긴 하나, 5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넣어둬야 합니다. 5000만원 이하인 경우엔 1.7%에 그칩니다. 카카오뱅크 '세이프박스'와 토스뱅크 '나눠모으기통장', '모임금고'도 모두 1.6%로 금리가 낮아졌습니다.
(그래픽=뉴시스)
수신금리 연동 코픽스 9개월 연속 하락
예금상품 등의 이자를 내리면서 은행 수신금리를 반영하는 코픽스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코픽스란 은행연합회가 국내 주요 8개 은행(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SC제일은행, 한국시티은행, 농협은행, 중소기업은행)의 자금 조달 관련 정보를 기초로 산출하는 자금조달비용지수를 일컫는 말입니다.
코픽스는 8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수신상품의 금액과 금리를 가중 평균해 산출합니다. 산출 대상 수신 상품은 정기예금, 정기적금, 상호부금, 주택부금, 양도성예금증서, 환매조건부채권매도, 표지어음매출, 금융채(후순위채 및 전환사채 제외)입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6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54%로 전월 대비 0.09%p 하락했습니다. 이는 2022년 6월(2.3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지난해 10월부터 9개월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인해 수신금리 인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금리인데요.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은행들은 한국은행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고, 이에 따라 수신금리를 내리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은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기준금리를 총 네 차례에 걸쳐 3.50%에서 2.50%까지 1%p 내리며 금리 인하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시중은행에서는 이미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인하 경향에 맞춰 수신금리 인하에 나섰습니다. 신한은행은 지난 7일부터 예적금 상품 22종의 금리를 0.05~0.25%p 하향 조정했습니다. 다른 은행들도 수신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은행들은 하반기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시사한 만큼 수신금리는 현 수준보다 더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내리면 예적금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며 "3개월 내 또 기준금리를 내린다면 파킹통장 메리트라 할 수 있는 높은 이자율도 제공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기라 추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지만 파킹통장은 고객들에게 은행 매력도를 높이고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수단이 돼 포기하기 어렵다"며 "소액만 예치가 가능하거나 이율이 잠시 줄더라도 잠깐 돈을 넣어놔도 이자가 붙는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도가 높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습니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준다며 주목받았던 '파킹통장'이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수직 하강하고 있다. 수신금리가 내려가자 코픽스도 영향을 받아 9개월 연속 하락하며 2022년 6월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앞 금리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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