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이 200%선에 근접하게 하락하면서 금융당국이 자산·부채 종합관리(ALM)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가용자본이 줄고 요구자본은 증가하면서 지급여력은 전반적으로 악화됐습니다. 일부 보험사는 ALM 관리 미흡으로 금리 하락기에 특히 취약한 구조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킥스 평균 206.7%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보험회사들의 킥스는 평균 206.7%로 나타났습니다. 전 분기(218.3%) 대비 11.6%p, 전년 말(232.2%) 대비 25.5%p 하락한 수치입니다. 생명보험사는 평균 203.4%, 손해보험사는 211.0%를 기록했습니다.
보험사별 킥스를 살펴보면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이미 당국의 관리 기준선인 150%에 근접하거나 이를 하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경과조치 적용 이후 KDB생명 158.2%, 하나생명 180.8%, DB생명 208.7%로 나타났습니다. 새롭게 경과조치를 적용한 ABL생명과 푸본현대생명도 각각 153.7%, 157.3%로 여전히 15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손해보험사 중 MG손해보험은 킥스가 4.1%로 사실상 지급불능 상태에 가까우며, 캐롯손해보험은 156.2%, 하나손보는 154.9% 수준입니다. 대형사 가운데서도
현대해상(001450)은 157.0%, KB손해보험은 186.4%로 하락세가 뚜렷해졌습니다.
금감원은 이번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가용자본 감소와 요구자본 증가를 동시에 지목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보험사 전체의 가용자본은 248조1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0조8000억원 줄었으며, 요구자본은 같은 기간 1조4000억원 늘어난 120조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가용자본 감소는 금리 하락에 따라 보험부채가 증가한 데다 결산배당이 영향을 미친 결과로 분석됩니다.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전 분기보다 6조2000억원 감소했고, 기본자본도 14조2000억원 줄었습니다.
요구자본 측면에서는 보장성보험 판매 확대에 따라 장해·질병 위험액이 2조8000억원 증가했습니다. 또 투자자산 증가로 인해 주식·부동산 관련 위험액이 각각 8000억원, 7000억원 늘어났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ALM 관리 미흡…"자본 변동성 확대" 우려
지급여력 악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ALM 역량 부족을 지적했습니다. ALM 관리가 미흡한 보험사는 자본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산 듀레이션(잔존만기)을 부채보다 길게 가져가는 등 선제적인 금리 리스크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당국은 최근 보험사들의 킥스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ALM과와 리스크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 강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상품개발과 영업 전략 수립 시점부터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금감원은 ALM이 미흡한 보험사에 대해 경영실태평가를 통해 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며,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이 업계 평균 대비 지나치게 큰 보험사에 대한 개입 가능성도 열어놨습니다. 특히 경과조치가 종료되는 시점을 앞두고 자본구조의 질적 수준이 보험사의 생존력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ALM 전략과 상품 설계 방식, 자본 조달 수단이 보다 중요해질 전망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양질의 자본을 충분히 확보하고 효과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 중장기적 지급여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취약 보험사를 중심으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CSM 중심 경쟁 부담…기본자본 내실화 과제
단기 실적 개선을 위한 CSM(보험계약서비스마진) 확보 경쟁도 자본 건전성 악화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CSM은 IFRS17 체계하에서 보험사가 장래에 인식할 수익을 현재가치로 반영한 수치로, 업계에서는 기대 수익성의 대표 지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CSM은 위험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위험 대비 수익이 낮은 보장성 상품 판매가 확대되면 요구자본이 급증해 자본적정성이 장기적으로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일부 보험사는 CSM 수치를 높이기 위해 손해율이 높은 보장성 상품을 공격적으로 판매했고, 이로 인해 요구자본이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상품개발과 영업 전략 수립 시점부터 리스크 반영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CSM 확대를 위해 위험이 과도하게 내재된 상품을 설계할 경우 IFRS17 회계 기준상 이익 인식이 가능하더라도 지급여력 지표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당국은 지급여력 규제의 초점을 기존의 보완자본 중심에서 기본자본 중심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기본자본은 납입자본금과 이익잉여금 등 실질 손실흡수 능력이 있는 자본을 의미하며,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보다 질이 높은 자본으로 분류됩니다. 당국은 자본 규제 고도화를 통해 이 같은 기본자본 비중을 확대하고 보험사의 자본구조를 보다 내실 있게 바꿔나가겠다는 방침입니다.
하반기부터 적용 예정인 킥스 권고치는 현행 150%에서 130%로 낮추기로 한 방안은 규제 완화로 볼 수 있지만, 기본자본 중심 규제 강화를 병행하며 자본구조 내실화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3월에는 보험업권 자본규제 고도화 방안으로 기본자본 킥스비율 관리 강화 방안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리 하락으로 기본자본이 크게 감소한 만큼, 급격한 시장 충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기본자본 확보가 중요하다"며 "다만 기본자본이 유상증자나 영업이익을 통해서 해야 하는 만큼 단기적 확충에 어려움이 있어 유예기간을 둘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15일 금융권 CIS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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