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내 합의 실패 땐…미·중, 다시 '치킨게임'
비관세 장벽·보조금 폐지 등 불씨는 '여전'
2025-05-14 18:03:42 2025-05-14 18:03:42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미국과 중국이 고율관세를 90일간 일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하면서 관세전쟁은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 내 후속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양국 관계는 다시 극한 대결 국면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데요. 성공 여부는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얼마만큼 받아들일지'에 달려 있습니다. 
 
1기 행정부 당시인 2017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중국 "비관세 보복도 중단할 것" 
 
미국과 중국은 14일 서로에게 부과했던 100% 이상의 고율 관세를 대폭 인하하기로 한 합의를 시행했습니다. 중국은 이날 낮 12시1분(중국시간·미국 동부시간 14일0시 1분)을 기해 종전 대미 추가 관세율 125% 중 91%포인트의 적용을 정지했고, 남은 34% 가운데 24%포인트는 90일 동안 시행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미국 역시 이날부터 중국산 상품에 부과했던 관세를 145%에서 30%로 낮췄습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각종 비관세 보복 조치도 철폐하기로 했는데요. 중국 국영 <CCTV>는 "4월2일 이후 미국의 관세 인상에 대한 다른 비관세 반격 조치는 중국 관련 부문이 조만간 상응해서 중단·취소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곧이어 중국 외교부는 지난 2∼3월의 반격조치는 유지한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중국은 지난 2월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자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 15%, 원유·농기계·대배기량 자동차·픽업트럭엔 10%의 관세를 추가하고, 텅스텐·텔루륨·비스무트·몰리브덴·인듐 등의 수출을 통제하며 반격에 나섰습니다. 
 
미·중 양국 사이 화해 무드와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이 와중에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 대표 겸 부부장이 오는 15일 제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만나 2차 관세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강화된 1단계 합의' 요구 가능성
 
현재로선 협의가 상당히 진전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미국은 중국 측에 '강화된 1단계 합의'를 요구할 걸로 보이는데요. 앞서 양국은 트럼프정부 1기 말 무역합의를 체결했으나, 미국의 정권교체 등과 맞물려 흐지부지됐습니다.
 
중국은 농산물을 포함해 미국산 제품을 대규모(2000억달러·293조원)로 구매하고,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철회하는 게 1단계 합의의 골자였습니다. 지식재산권 보호 노력 강화, 기술이전 강요 금지, 환율 조작 금지 등에 대한 중국의 원칙적 약속도 합의에 포함됐었습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취임하자마자 지시한 것도 "1기 때 타결한 합의를 중국이 이행하고 있는지 평가하고, 관세 부과 등 적절한 조치를 권고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응해 "중국이 1단계 합의를 복원하고, 위안화 평가절하 자제 약속 등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1단계 합의에선 비관세 장벽 완화 조치가 일부 포함되긴 했지만, 매우 제한적이고 핵심 쟁점은 빠졌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중국의 과잉생산 능력 문제, 기업에 대한 과도한 보조금 지급,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 등 폭발력 큰 사안들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이 점이 미·중 협상의 최종 합의를 늦출 걸로 보입니다. 
 
지난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경제무역 고위급 협상단 대표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USTR X 캡처)
 
"최종 합의보단 부분적 합의에 무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협상 결렬'입니다. 5월 미국 물가지표에 트럼프 관세 정책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상황에, 대중 관세율이 다시 상향되면 미국 경제엔 치명적인데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도 당분간 커집니다. 30% 관세가 적용되는 동안 미국 기업이 중국산 제품을 더 많이 수입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90일 내 최종적인 합의는 어려워도, 일정 부분의 합의는 이룰 수 있을 걸로 전망합니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미·중 양국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첫 합의를 빠르게 이뤘다"며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통해 협상력을 높였고, 앞으로도 희토류를 협상 수단으로 계속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석 교수는 "미국이 중국을 공급망으로부터 완전히 배제하는 게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했고, 중국 역시 과잉생산된 제품을 수출해야 한다"며 "두 국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고 분석했습니다. 
 
허준영 서강대 교수는 "미·중이 서로에 대해서 겉으로는 때리는 전략도 취하겠지만, 물밑에서 엄청난 협상을 할 용의·여지가 있다"며 "특히 미국 측 협상을 주도하는 인물이 온건파로 불리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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