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씨가 지난 4월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나서며 지지자들에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건희 여사. (사진=뉴시스)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도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없는기자회'는 매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한다. 전 세계 180개국의 언론 상황을 비교해서다. 대한민국 지수가 가장 높았던, 다시 말해 언론 자유가 가장 보장됐던 시기는 2006년 노무현정부 시절이었다. 31위를 기록해 아시아에서 최강 자유도를 보여줬다. 이명박정부 때인 2009년에는 69위로 하락했고, 박근혜정부 때인 2016년에는 역대 최저인 70위까지 떨어졌다.
문재인정부에서 40위대로 회복했던 이 지수는 2025년(초반 발표)에 61위를 기록했다. 정치 부문만 보면 79위다.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3년 만에 ‘문제 있음’ 등급으로 하락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윤석열정부가 비판 언론을 표적 삼아 과태료와 소송으로 괴롭히고 자유를 위축시켰다고 평가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한국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정부와 김건희씨에 대해 비판 보도를 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수위의 법적 제재를 가했다"고도 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격년으로 하는 한국 언론인 의식조사도 있다. 윤석열정부가 조기 퇴진했기 때문에 2023년 조사밖에 없다. 취재 활동 자유도를 5점 척도(1점: 전혀 자유롭지 않다, 5점: 매우 자유롭다)로 알아본 결과, 2023년도의 종합 점수는 3.71점으로 2021년(3.65점)과 비슷했다. 이를 취재 제한 요인별로 나눠보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온다. 사주(사장), 편집 간부 등 뉴스룸 내부에서 제한 요인을 찾는 응답은 계속 줄었다. 하지만 정치나 정치권을 꼽은 언론인은 2017년 30.3%, 2019년 27.4%, 2021년 32.4%에서 2023년 50%로 껑충 뛰었다. 매체별로 좁혀보면 좀 더 흥미롭다. 유튜브를 포함한 인터넷언론 기자의 자유도가 가장 높았고, 방송사 기자의 자유도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레거시 방송과 권력 사이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알다시피 대한민국은 디지털 소비 강국이다. 그냥 강국도 아니고 원탑이다. 한국갤럽은 매년 대한민국 스마트폰 사용 실태를 설문 조사하는데, 2024년 7월 기준으로 응답자의 98%가 사용한다고 했다. 60대 이상의 고령자 중에서도 90%를 돌파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보급률도 99.96%다. 더 이상 올라갈 곳도 없는 세계 최고다.
유튜브 사랑은 더 유별나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매년 발행하는 '2024년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유튜브로 뉴스를 시청하는 비중은 51%다. 조사 대상인 46개국 평균인 30%를 압도적으로 웃돈다.
윤석열씨가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지난해 12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부로 계엄군이 진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4년 12월3일 윤석열정부가 비상계엄을 선포하던 날, 국회 앞 장면을 잊지 못한다.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자 시민 유튜버가 순식간에 몰려들어 무장한 계엄군에 스마트폰을 들이댔다. 명태균 게이트에서 국내 스마트폰의 자동 녹음 기능이 윤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의 부적절한 관계를 밝히는 '스모킹건'이 되기도 했다. 대한민국에서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은 총부리를 막아내고 권력을 감시하는 눈과 귀였다.
이런 스마트폰, 유튜브의 나라에서 윤석열정부의 언론 정책은 시대 흐름을 읽지 못했다. 민영이 다수인 신문사보다 정권의 개입 여지가 큰 방송사에 대한 압박이 지난 정권에 비해서도 유난히 거셌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고발이 남발하고 방송심의기구에 의한 심의와 징계가 잇따랐다. 이런 압박에 레거시 방송의 보도 자유는 크게 위축됐다. 유일하게 <MBC>만 집권 초기의 압박을 이겨냈다.
박지훈 변호사는 <YTN> 라디오에서 아침뉴스를 진행했다. <YTN>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다. 오후 4시에 하차 통보를 받고 그다음 날 고별사를 하고 떠났다. 하루의 여유도 주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면서 방송 앵커가 바뀔 순 있다. 과거 정권 때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하지만 하루도 안 주고 나가라는 방식은 아니었다. 공영방송인 <KBS>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둔 이유는 무엇인가. 박지훈 변호사는 "제가 민주당 편향이라고 판단해 거칠게 교체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오히려 빨리 보수 인사를 후임 앵커로 선임하고 싶어서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명 기자와 진행자가 정권 초기인 2022년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레거시 방송을 떠났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언론 통제가 적은 유튜브 채널로 활동 무대를 옮기거나, 비(非)레거시 매체로 전직했다. 윤석열정부의 방송 정책의 목표는 빗나갔다. 오히려 정부 간섭을 받지 않고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공간에서 자신의 메시지를 확산할 수 있었다.
이전까지 레거시 방송의 인기 기자나 진행자가 유튜브로 가는 경우는 드물었다. 가끔 보수지의 기자가 개인 채널을 열었다. 유튜브를 옮겨 간 스타 언론인들은 비교적 규모가 있는 <뉴스공장> <스픽스> <매불쇼> 등에서 주로 활동했다. 이전과 같이 이념 지향성을 갖고 있었지만, 좀 더 강한 논리와 근거를 갖고 토론이나 취재물을 공개하는 시사 유튜브의 질적 변화가 일어났다.
비레거시의 탐사 의제는 거의 통제를 받지 않고 유튜브로 확산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의제가 됐다. 상당수 레거시 방송사는 2024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하고 그해 계엄과 내란 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 위축됐다. 그 사이에 '유튜브 레지스탕스'로 인해 비판 여론이 더 크게 몸집을 키우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졌다. 소셜미디어로 무장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구시대적 언론 통제가 시도됐을 때 어떤 'Dog傳'과 의제 파급이 일어나는지 살피는 것이 이 연재의 핵심 내용이기도 하다.
이규연 탐사저널리스트(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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