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은 8일 오전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북한의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북한이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전승절) 80주년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여러 발을 발사했습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 3월10일 이후 두 달여 만입니다.
두 달여 만에 SRBM…"북·러 간 군사협력용"
이날 탄도미사일 발사를 포함해 최근 잇따른 북한의 군사적 행동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군 당국은 미사일 수출 등 북·러 간 군사협력을 위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합참은 "우리 군은 8일 오전 8시10분쯤부터 오전 9시20분쯤까지 북한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다양한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합참은 "북한이 쏜 미사일은 최대 약 800㎞를 날아가 동해상에 떨어졌다"며 "북한 미사일의 세부 제원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합참은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 동향을 사전에 포착해 감시해왔고, 발사 즉시 탐지해 추적했다"며 "미국과 일본 측과 관련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했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어 합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명백한 도발 행위로 강력히 규탄한다"며 "우리 군은 현재 안보 상황에서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굳건한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북한의 다양한 동향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이 8일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최대 800km 비행"…김정은 참관 가능성↑
군 당국은 이날 북한이 쏜 미사일의 비행거리가 250㎞, 350㎞, 800㎞ 등으로 포착된 만큼 600㎜ 초대형방사포인 KN-25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을 6~9발 발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들 미사일들은 원산인근 군사기지에서 오전 8시10분쯤부터 순차적으로 발사됐습니다. 비행거리가 짧은 KN-25가 먼저 발사돼 알섬 방향으로 각각 250㎞와 350㎞ 지점에 낙하했고, 오전 9시20분쯤에는 앞선 미사일들보다 조금 남쪽 방향으로 800㎞를 비행한 KN-23이 1발 발사된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일본 방위성은 KN-23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발사된 직후인 오전 9시 25분쯤 "북한에서 탄도 미사일 가능성이 있는 물체가 발사됐다"는 경보를 발령했습니다. 이후 방위성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중 하나가 오늘 오전 9시 20분쯤 발사돼 최대 고도 약 100㎞에서 800㎞를 비행한 뒤 한반도 동쪽 동해상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밖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습니다.
군 당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날 미사일 발사를 참관했을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구체적인 사항을 말씀드리긴 어렵다"면서도 "오늘 <노동신문> 보도를 보면 (김 위원장이) 어제 신포에 있었다고 했고, 원산과 신포는 가까운 만큼 그런(김 위원장의 참관) 가능성을 보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 의도와 관련해 이 실장은 "배경이나 의도에 대해서는 분석하고 있다"며 "일부 수출을 하기 위한 성능 점검이나 비행 안정성을 평가하기 위한 실험일 수도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26일 앞으로 다가온 한국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의도적 도발을 했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우리나라가 대선을 앞두고 있고, 일부 군 지휘관들이 직무대리 체제로 있기 때문에 북한이 그런 상황을 오판하지 않도록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실장은 "군의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고 우리 안보 태세를 튼튼히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는 거기에 중점을 맞추고 있다"며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인 능력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이 8일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이석종 국방전문기자)
"대미 협상 몸값 높이려는 의도"…김정은 '노림수'
앞서 북한은 지난달 28~29일 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신형 구축함 '최현호'에서 전략순항미사일과 극초음속미사일 등을 발사하는 무장시험을 했습니다. 또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전차공장, 지난 7일 포탄공장 등 군수공장을 잇따라 방문해 재래식 무기체계 생산을 독려했습니다. 이 같은 북한의 잇따른 군사적 행동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놨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KN-23과 KN-25 모두 지금까지 발사의 대부분은 서해 내륙에서 동해 방향으로 쏘는'내륙통과형'이었고, 원산 인근에서 발사는 2019~2020년 사이 주로 실험 목적이었다"며 "원산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했다는 것은 실험 목적이 강하다"고 분석했습니다.
홍 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실전 데이터를 확보한 KN-23과 KN-25의 기능 개선을 위한 실험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두 미사일의 실전 사용 데이터가 상당히 많이 축적된 상태인 데다 전장에서 사용하며 발생한 내구성이나 정밀도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추가 실험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80주년 러시아 전승절을 앞두고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미사일 발사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된 KN-23과 KN-25의 성능개량에 성공한 것을 보여줌으로써 북·러 군사협력의 성과를 과시하고, 추가 수출을 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성진 안보22 대표는 "최근 잇따른 김 위원장의 군사적 행보는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결국 북·러간 군사협력 강화를 통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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