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지도자 누구?…콘클라베 개시
2025-05-07 11:28:01 2025-05-07 11:35:10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전 세계의 추기경 선거인단 135명 중 133명이 지난 5일(현지시간) 바티칸에 집결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으로 차기 교황을 뽑기 위한 투표, ‘콘클라베’를 위해서인데요. 133장의 투표권만 있는 것치고는 절차도 복잡하고, 제법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콘클라베는 어떻게 시작했고, 무엇일까요? 그리고 차기 교황 후보군에는 어떤 인물들이 있을까요. 토마토Pick이 13억 가톨릭 신자들의 지도자를 뽑는 콘클라베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6일(현지시각) 시민들이 이탈리아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 근처를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콘클라베란?
콘클라베(conclave)는 사실 비밀회의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요. 실제로 내부에서 추기경들이 비밀회의를 거친 후 투표를 통해 교황을 선출합니다. 이번 콘클라베에서는 총 135명의 추기경 중 132명이 투표에 참여합니다. 2명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고 1명은 교황청 재정 비리에 연루돼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추기경들은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첫날 한 번, 이튿날부터 오전과 오후 각각 두 번씩 하루 네 번 투표합니다. 132명 중 3분의 2 이상, 즉 88명 이상의 지지를 받은 이가 교황에 선출됩니다. 현지시각 7일 오후 4시30분(한국시간 밤 11시)에 첫 투표가 있고, 이후 하루 4회씩 투표하는 것이죠.
투표는 독특하게도 연기를 통해 결과를 외부에 알려주는데요. 투표가 끝날 때마다 시스티나 성당 위에 설치된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교황이 선출될 경우 흰 연기가 피고, 그렇지 않다면 검은 연기가 솟는 형식이죠. 콘클라베 내용은 철저히 함구되기 때문에 외부에서 교황 선출 결과를 알기 위해서는 이 굴뚝을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콘클라베의 역사
추기경들이 콘클라베를 통화 교황 선출 권한을 맡게 된 것은 1059년 니콜라오 2세 교황 때인데요. 이전까지는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관여하는 등 교황 선출 과정이 혼란스럽고 외부의 개입 여지가 많았기 때문에 이런 규칙이 생겼죠. 즉 1000년에 이르는 전통을 가진 셈입니다.
이튿날 네 번에 걸쳐 투표한다는 규칙이 정해진 점에서 알 수 있듯 콘클라베 첫 투표에서 교황이 선출된 사례는 극히 드문데요. 지난달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5차 투표에서 선출됐으며, 전임 베네딕토 16세는 4차, 요한 바오로 2세는 8차 투표까지 진행한 바 있죠. 투표를 반복하는 동안 추기경들은 누구도 방에서 나오지 못하는데요. 이는 1274년 그레고리오 10세 교황이 반포한 교령에 기반합니다. 
현대 콘클라베는 1996년 요한 바오로 2세의 교황령 ‘주님의 양떼’를 따르는데요. 교령은 추기경과 관련자들의 역할 및 의무, 선거 절차, 비밀 유지 의무 등을 다룹니다. 이번 콘클라베도 비밀 유지 의무를 지키기 위해 추기경들이 휴대폰을 밖에 두고 콘클라베에 입장했으며 전화, 인터넷 등 외부 소통도 일절 금지됐죠.
 
‘차기 교황’ 후보군은?
향후 13억 신도들을 이끌 지도자가 누가 될지도 관심사인데요.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교황청 2인자인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입니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현 교황청 2인자인데요.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측근이었고, 교회 내에서 보수와 진보진영 양측 사이에서 중재가 가능한 인물입니다.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도 주요 후보군인데요. 그의 이름이 후보군으로 떠오르면서 아시아권 최초의 교황이 탄생할지도 주목됩니다. 그 외에도 콩고민주공화국의 프리돌린 암봉고 베순구 추기경, 헝가리의 페테르 에르되 추기경, 이탈리아의 마테오 주피 추기경, 가나의 피터 턱슨 추기경 등이 하마평에 올랐죠. 우리나라 유흥식 추기경도 차기 교황 후보군에 포함됐고요.
 
가톨릭 진보 vs 보수
다음 교황이 결정한다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무척 개혁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최초의 비유럽인 교황답게 세계 곳곳에서 추기경을 뽑았는데요. 르완다나 아이티 등 여러 지역에서 추기경이 나왔습니다. 그 결과 이번 콘클리베에서 유럽 출신 추기경의 투표권은 처음으로 전체의 절반 이하가 됐죠. 또 기존 가톨릭 사회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보던 동성애, 이혼자 등에 대한 포용도 강조했고요. 관건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기조가 이어갈지인데요. 이번 콘클라베는 유럽 대 비유럽, 혹은 진보 대 보수의 싸움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비유럽권 추기경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죠. 차기 교황의 성향에 따라 이 기조를 이어갈지, 혹은 선회할지가 정해집니다. 미국에서는 근 몇 년 사이 낙태와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요. 실제로 미국 내 MAGA(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극단 지지층) 가톨릭 신자 중 추기경을 만나는 등 비공식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이들이 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입니다. 보수진영 인사가 당선된다면 이런 이슈가 유럽 등 다른 가톨릭 기반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겠죠. 반대로 진보진영에서 당선된다면 성 정체성, 성소수자 등 각종 문제에 더 강력한 개혁의 박차를 가할 테고요. 사실상 다음 교황이 13억 신도를 넘어 세계의 추세를 정할 수도 있습니다.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을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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