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과 동시에 격화한 미·중 경제 패권 전쟁의 2라운드가 기로에 섰습니다. '치킨게임' 양상을 보여온 미·중 관세전쟁이 '무역 단절' 수준까지 확대하면서 양국 모두 '휴전'을 위한 대화가 절실해진 영향인데요.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인 2020년 1차 무역합의에 해당하는 '2차 무역합의'가 성사될 것인지, 더 큰 '무역전쟁'으로 향하게 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중국 관세율, 50~65%까지 낮출 수도"
23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얼마나 빨리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내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건 중국에 달렸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향후 2∼3주 안에 우리가 선택할 관세율을 정할 것"이라면서 "(이 관세율은) 중국에 대한 것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145%에 해당하는 대중국 관세를 인하할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이날 인하 가능성과 함께 구체적 시기까지 언급한 겁니다. 그는 특히 중국과의 직접 협상 여부에 대해서도 "매일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대중국 관세율을 50~65%까지 낮추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미국 국가 안보 위협 여부에 따라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품목별 차등 부과 방식도 고려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월17일, 공식 통화를 가진 뒤 아직까지 공개된 소통은 없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 관세를 거듭해 부과하면서도 시 주석과의 관계 유지에 대해서는 비공식적으로 강조해왔습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5일 "(협상의) 공은 중국 코트에 있다"고 밝힌 뒤로 거듭해서 유화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중국과 실무진 차원의 연락이 지속되고 있다고 공개하기도 했고, 대중 관세를 낮추겠다는 의사도 꾸준히 나타냈습니다.
이에 중국 정부도 대화의 끈 자체는 이어왔습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 16일 "압박과 위협은 중국과 사귀는 올바른 방식이 아니다"라면서도 "중국과 상호 존중의 기초 위에서 평등한 대화를 통해 이견을 적절히 해결하기를 촉구한다"고 했습니다.
지난 23일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대화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신 "우리는 싸우기를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싸움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양국이 관세전쟁을 풀기 위한 의지만 명확하다면 대화의 모멘텀은 유효한 셈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소규모 '협상' 후 장기화 국면 '가닥'
무역전쟁 2라운드를 펼치고 있는 미·중의 해법은 지난 2020년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인 2018년 3월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중국은 보복에 나섰습니다. 당시의 치킨게임은 각 품목에 대한 '핀셋 관세' 형태의 보복으로 이어졌고 미국 재무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습니다.
2018년 3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1년이 넘게 이어진 미·중 무역전쟁은 2020년 1월이 돼서야 '1단계 무역합의'를 통해 '휴전'에 들어갔습니다. 다만 코로나19 발생과 미국의 정권 교체로 1단계 무역합의는 유야무야됐습니다.
미·중이 마련하고 있는 2차 무역전쟁의 대화 모멘텀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찾아온 셈입니다. 1차 무역전쟁 때와 달리 관세율이 100%를 넘기며 사실상 '단절' 수준에 이른 영향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3주 안에 관세율을 정하겠다고 공개했지만, 완전한 휴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국내 미·중 관계 전문가들 역시 협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현재 미·중 사이에 오가는 발언들은 정치적 작업 정도로 보는 것이 맞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3년 9개월이 남은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의 요구가 계속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에는 양측이 모두 임계치에 도달해야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며 "미국 입장에서는 소비재의 재고가 고갈되는 시점, 중국 입장에서는 수출 문제로 인한 대량 실업 사태 발생이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외교 방식'도 걸림돌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 간 담판을 통한 '톱다운'(하향식) 외교 방식을 선호하는 반면 시 주석은 조용한 외교를 통한 물밑 협상을 선호합니다. 유현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중 관세전쟁, 어디로 가고 있나'라는 보고서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당한 외교 굴욕을 본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에 신중하게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습니다.
양측의 협상 의제가 다르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미국은 상호관세 부과에 있어 정부 보조금과 환율 조정, 산업스파이와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거론하며 '불공정 무역 관행'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서방의 '보호주의'에 반발하며 '발전 침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다만 양국이 관세 하향 조정이나 펜타닐 문제, 고위급 대화의 복원 문제 등 난도가 낮은 이슈를 먼저 해소하고 이견이 큰 문제에 대해서는 장기간 협상으로 끌고 갈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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