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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알리코제약(260660)이 치매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임상 재평가와 관련해 리스크 분산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임상재평가 실패 시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환수 금액을 쪼개 환불부채로 인식하며 부담을 분산시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콜린 제제를 포함한 뇌혈관질환용제 매출 비중이 소폭 줄어든 반면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의약외품 상품 매출 비중이 두 배 늘어나며 매출의 무게추도 조금씩 옮겨지고 있다.
(사진=알리코제약)
환수 충당부채 포함한 환불부채 97억원…2년 새 155% 증가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알리코제약의 비유동부채 항목 중 장기환불부채 금액은 2022년 38억원에서 2023년 72억원, 2024년 97억원으로 2년새 155% 증가했다.
2023년 환불부채 설정액은 52억원, 2024년엔 46억원이다. 해당 금액에는 콜린 제제의 유효성 입증을 위한 임상재평가가 실패할 경우 임상계획서 승인일부터 급여 삭제일까지 발생한 건강보험 처방액 중 일부를 건강보험공단이 환수하는 계약에 따라 인식한 충당부채가 포함돼 있다.
최근 제약업계에선 콜린 제제와 관련한 리스크 분산 움직임이 포착된다. 지난 2020년 12월 보건복지부는 콜린 제제를 보유한 업체들에게 임상재평가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할 경우, 임상시험 계획 승인 이후 처방액의 20%를 건강보험공단에 반환하도록 요양급여계약을 명령했고, 이듬해 6월 2차 환수협상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알리코제약은 2020년 12월 재평가대상범위 및 재임상 기간을 담은 임상시험계획서를 제출했으며, 2021년 6월 해당 계획에 대한 변경 승인을 획득, 같은 해 9월 건보공단과 합의를 체결했다.
당초 임상시험 기간은 경도인지장애에 대해 3년 9개월, 알츠하이머 대상으로는 4년 6개월로 설정됐다. 여기에 더해 식약처는 최근 결과 제출 보고기한을 최대 2년 연장해달라는 제약사들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제약사들의 입장에선 콜린 제제 임상재평가 종료 기한이 연장됨에 따라 유효성 입증에 실패할 경우 최종 환수 금액이 더 커질 수도 있게 됐다.
아울러 환수협상 명령 이후 콜린 제제 보유 제약사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에 대해서 다수의 각하 판결이 내려지면서 리스크 대비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선 최악의 경우 거액의 환수비용이 일시 발생하게 되면 재무적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환불부채가 반영된 알리코제약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116.32%로 재무건전성의 적정 기준인 200% 미만에 부합하고 있다.
알리코제약 관계자는 향후 환불부채 설정 계획에 대해 묻는 <IB토마토>의 질의에 "환불부채 계획은 대외비로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조금씩 옮겨지는 매출의 무게추…신사업 확대 '박차'
알리코제약의 콜린 제제는 '콜리아틴'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콜리아틴시럽'은 3억7천만원, '콜리아틴연질캡슐'은 147억원, '콜리아틴정'은 75억원 규모의 생산실적을 기록했다. 또한 콜리아틴은 알리코제약의 주력 제품이기도 하다. 지난 2023년 기준 콜리아틴 포함 뇌혈관질환용제 매출액은 267억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28%에 달했다.
또한 현재 콜리아틴연질캡슐의 의료보험약가(기준약가)는 2022년 483원에서 2023년 445원, 2024년 432원까지 떨어진 반면, 품목별 콜린알포세레이트 원재료 1g 평균 입고 단가는 2022년 150원에서 2024년 154.98원까지 오른 상태다.
비용 합리성과 환수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회사는 콜린 제제의 비중을 축소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콜리아틴 포함 뇌혈관질환용제 매출은 215원으로 전년 대비 19.48% 줄었다. 전체 매출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11%로 떨어지면서 매출 비중 1위 자리를 고지혈증용제(12%)에 넘겨줬다.
알리코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로서는 판매를 지속할 예정이나 하반기에는 생산 유통을 줄여 급여환수액을 줄여갈 계획이며, 향후 임상결과에 따라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매출 비중의 변화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선크림, 핸드크림, 의료기기 등 의약외품 상품 매출 비중의 증가다. 해당 매출은 전년 70억원에서 140억원으로 100% 늘었으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던 비중도 3.4%에서 7%까지 커졌다.
알리코제약은 의료기기, 반려동물 비즈니스, 여성특화 브랜드 등 다양한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으며, 창상피복재, 일회용 의료 소모품, 체내삽입형 의료기기 등 여러 의료기기와 반려동물 케어 전문기업과의 협업으로 반려동물 의약품, 의료기기 및 영양보조제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알리코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신사업 확대에 따라 (상품 의약외품)판매 비중은 늘어날 예정이며, 하반기 구미2공장에서 생산하는 의료기기 및 의약외품 신규품목 출시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상품 중심 매출 확대에 힘입어 알리코제약의 외형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알리코제약의 연도별 매출액은 2022년 1677억원, 2023년 1872억원, 2024년 1904억원으로 완만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다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52억원, 당기순이익은 -5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알리코제약 측은 이에 대해 약가인하 및 제품생산 품절 등 이슈로 인해 제품매출이 감소했으며, 원부재료, 제상품 재고증가 및 재고평가손실에 따른 원가율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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