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구속에 2명 파면…'제왕적 대통령제' 민낯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헌법상 직무·권한 '무소불위'
2025-04-07 16:28:26 2025-04-07 18:49:13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제6공화국에서 배출한 대통령은 총 8명입니다. 하지만 과반인 4명(이하 중복)이 구속을 겪었고 3명은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를 당했습니다. 이 중 2명의 대통령이 파면됐습니다. 결국 장기 독재의 폐해를 막는 장치가 됐던 5년 단임 대통령제는 어느덧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징이 됐는데요. 이러한 역사의 비극을 막기 위해 개헌을 통해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반복된 비운의 역사…보수 대통령 연속 3번 '구속'
 
7일 행정안전부 <대통령 기록관>에 따르면 87년 체제 이후 역대 대통령은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문재인 전 대통령과 2017년 3월 10일과 지난 4일 각각 파면당한 박근혜·윤석열씨까지 총 8명입니다.
 
87년 체제 이후 처음으로 5년 단임제 대통령에 선출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기업으로부터 5000억원을 받은 혐의로, 무기징역이 선고돼 수감됐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20년 뇌물수수와 횡령의 혐의로 징역 17년과 벌금 180억원을 확정받고 수감됐습니다. 박근혜씨는 국정농단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이 확정됐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씨에 이어 보수정권을 창출한 윤석열씨 역시 현직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체포돼 구속되는 비운을 맞이했습니다. 보수정권에서 이어진 최근 3대 대통령 모두가 구속 수감된 셈입니다. 
 
국회가 현직 대통령을 탄핵 소추하는 역사도 반복됐습니다. <국회 기록보존소>에 따르면 국회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제출한 건 2004년 3월 9일이 처음입니다.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전신)과 새천년민주당(현 민주당 전신)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했습니다. 같은 해 3월 12일 탄핵소추안은 가결됐지만 헌법재판소(헌재)는 2달 뒤 탄핵 사유 불충분을 이유로 기각했습니다.
 
12년이 지난 2016년 12월 국회는 박근혜씨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고, 2017년 3월 10일 헌재는 탄핵을 인용했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된 첫 사례였습니다.
 
윤씨는 87년 체제 이후 모든 비운을 뒤집어쓴 대통령으로 기록됐습니다. 비상계엄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신분에서 체포됐고, 헌재는 지난 4일 윤씨를 파면했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에 의해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개헌 공론화 배경 충분…권력 분산이 핵심"
 
1987년 8월 31일 여야는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합의된 개헌안을 내놨습니다. 제6공화국 헌법은 기존 헌법보다 기본권을 강화하는 한편, 통치권행사의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130개 조항으로 이뤄진 헌법에서 '대통령'은 총 87차례 등장합니다. 헌법 제4장 1절 66조는 대통령에 대해 규정하는데요. 국가의 원수를 대통령으로 정하는 규정부터 '전직 대통령의 신분과 예우'까지 20개 조항에 걸쳐 그 직무와 책임을 명시합니다. 
 
헌법이 규정하는 대통령은 △외국과의 조약 체결 및 비준권 △국군통수권 △법률안 제출권·거부권 △행정입법권 △예산안 제출권 △국무총리·국무위원 임명 및 해임권 △공무원 임면권 △사면·감형·복권 △개헌 발의권 등의 권한을 가집니다. 특히 대법원장·대법관,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 중앙선거관리위원의 임명권을 가지고 있어 무소불위의 제왕적 대통령으로 평가받습니다.
 
헌법이 장기독재를 막을 수 있었지만,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셈인데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은 38년의 반복된 역사가 증명합니다. 
 
이와 관련해 박상철 (사)미국헌법학회 이사장은 이날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박근혜 탄핵 이후 개헌에 실패했던 문재인정부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 충분히 (개헌에 대해) 공론화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며 "다만 대선 일자에 맞추는 개헌보다는 국민 모두가 소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4년 중임제나 책임총리제로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헌정회도 지난 4일 입장문을 내고 "국회의장과 여야 정치권은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책임총리제·국회 양원제·지방분권)만이 그동안 겪었던 대립과 갈등과 분열을 해소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안을 조기에 확정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결국 개헌에 대한 요구는 무소불위 대통령의 힘을 행정부와 의회, 지방으로 각기 분산시키자는 겁니다. 특히 최근 논의되고 있는 책임총리제는 대통령의 권한을 행정부 안에서 나누는 방식입니다. 총리가 내정을, 대통령이 외교·안보·국방에 집중하자는 겁니다. 또 유명무실한 총리의 장관 임명 제청권과 각료해임 건의권 등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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