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오른 게 없다"…식품기업 릴레이 가격인상
식품업계 너도나도 가격 인상…정국 혼란 속 '기습 인상' 지적도
2025-03-31 16:36:34 2025-03-31 16:38:10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4월 1일부터 맥주, 라면, 우유 등 먹거리 가격이 무더기로 오릅니다. 정세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원재료 등 각종 제반 비용이 올라, 인상이 불가피 하다는 게 식품업계 입장인데요. 다만 이를 두고 정부의 물가 관리 감독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제품의 공장 출고가격을 1일부터 평균 2.9% 인상하는데요. 대형마트에서도 오비맥주 가격이 이날부터 평균 7% 오릅니다. 라면 가격도 인상됩니다. 오뚜기는 27개 라면 중 16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5% 인상하는데 오뚜기의 라면값 인상은 2022년 10월 이후 2년 5개월 만입니다. 또 오뚜기 3분 쇠고기 카레와 짜장 가격도 기존 2500원으로 300원씩 인상되는데요. 우유와 음료 가격도 오르는데 남양유업은 초코우유 초코에몽 브랜드 제품 출고가를 평균 8.9% 인상하고,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일부 제품 가격도 12.6% 오르며, 미니컵·스틱바·샌드 가격은 16.9% 인상됩니다. 
 
올해 1~4월 식품업계 가격인상 추이표. (이미지= 뉴스토마토)
 
햄버거도 인상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신세계푸드는 노브랜드 버거 메뉴 가격을 1일부터 평균 2.3% 인상하고 버거 단품과 세트 19종은 200원씩, 사이드 단품 19종은 100원씩 오릅니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 롯데리아는 3일부터 65개 메뉴 가격을 평균 3.3% 인상하는데요. 대표 메뉴 리아 불고기와 리아 새우 가격은 단품과 세트 메뉴 기준으로 모두 200원씩 인상됩니다. 그 밖에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는 찐만두와 왕교자가 10%가량 오르고, 롯데웰푸드 의성마늘프랑크와 키스틱은 200원씩 인상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고물가에 먹거리 가격은 연초부터 매달 고공행진 중입니다. 앞서 지난 1월부터 시작해 3월까지 도미노 가격 인상을 펼치고 있는데요. 1월엔 동아오츠카가 포카리스웨트, 데미소다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100원씩 올렸으며 대상도 마요네즈 등 소스류 제품의 가격을 평균 19.1% 인상했습니다. 또 2월 들어서는 SPC 파리바게뜨가 빵 96종과 케이크 25종의 가격을 평균 5.9% 올렸으며 롯데웰푸드도 초코 빼빼로를 포함한 26종 제품의 가격을 평균 9.5% 인상했습니다. 3월 들어선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가 빵과 케이크 110여 종의 가격을 약 5% 인상했고 빙그레, 웅진식품도 차음료 제품 가격을 10% 올렸습니다. 
 
식품업계는 제품 가격 인상 배경에 대해 환율이 상승해 물류 수수료 및 임금 인상 등 각종 제반 비용이 오른 게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하는데요. 일각에서는 탄핵 정국 속 혼란을 틈탄 기습 인상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옵니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전경. (사진=롯데마트)
 
'꼼수 가격 인상' 슈링크플레이션도 여전
 
슈링크플레이션 현상도 여전합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든다'라는 뜻을 가진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입니다. 기업이 판매가격을 올리는 대신 상품의 용량을 줄이는 꼼수로 사실상 가격을 인상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외 9개 상품의 슈링크플레이션을 적발됐습니다. 조사에서 확인된 사례는 모두 식품으로 국내 제조가 4개, 해외 수입은 5개인데요.
 
국내 상품은 제주 감귤·한라봉 초콜릿(제조/판매사 제키스), 쫄깃쫄깃 뉴호박엿(더식품/한일유통), 착한습관 유기농 아로니아 동결건조 분말(착한습관/엔바이오텍) 등입니다. 제주 감귤초콜릿과 제주 한라봉 초콜릿은 지난해 8월부터 용량이 224g에서 192g으로 각각 14.3% 줄었고 쫄깃쫄깃 뉴 호박엿은 같은 해 10월 300g에서 280g으로 6.7% 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착한습관 유기농 아로니아 동결건조 분말은 지난해 11월 200g에서 150g으로 25%나 내용물을 축소했습니다.
 
한편 식품업계 무차별 가격 인상에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지수 상승률이 곧 3%를 웃돌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전년 동월 대비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대를 유지하다, 올해 1월 2.7%로 상승했으며 지난달에는 2.9%까지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지수 상승률(2.0%)을 상회했는데요.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식품기업의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요 수입 원재료 할당관세 적용, 수입 부가가치세 면제, 원료구입 자금 지원 등 다각적으로 돕고 있는데 가격 인상 주기가 너무 짧은 게 아닌가 싶기는 하다"면서 "그러나 정세 불안 시기일 때 식품업계가 그나마 눈치 안보며 가격 인상을 할 수 있어 시기를 노린 인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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