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무죄로 여야 공수 교대…'불복' 우려 여전
180도 달라진 여야…'승복' 메시지 없는 윤석열
2025-03-28 18:15:40 2025-03-31 13:03:05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무죄 판결' 이후 여야의 태도가 정반대로 바뀌었습니다. 이 대표를 향해 "승복하라"고 압박했던 국민의힘은 "대법원 판결을 받아야 한다"고 외쳤고 지난해 이 대표가 당선무효형 1심을 받았을 당시 "정의가 무너졌다"고 사법부를 규탄했던 민주당은 "사필귀정"이라고 찬사를 보냈습니다. 항소심 판결 이후 공수가 뒤바뀐 것입니다.
 
문제는 앞으로 나올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입니다. 법원 판결에 따라 여야가 차례로 사법부를 공격하는 '사법의 정치화'가 만연해짐에 따라 과연 헌재 판단을 받아들일 수 있겠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작 탄핵심판 당사자인 윤석열씨는 승복 메시지가 전무한 상황입니다.
 
"승복하라"던 국민의힘, '파기자판' 촉구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 앞에만 서면 비틀어지고 쪼그라드는 사법 정의를 목도했다"며 "나라의 법치가 조롱거리로 전락했다는 사실에 판사 출신 정치인으로서 깊은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흔들리는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대법원이 신속히 '파기자판'을 해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했습니다. 파기자판이란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한 경우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것을 말합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지난 27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이 대표 항소심 판결문을 두고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상식에 좀 어긋나는 판결"이라고 평가하는 동시에 "2개월 내에도 법리적인 부분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무죄 판결에 대해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습니다. 지난 1심에서 의원직을 상실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뒤집고 이 대표가 날개를 달게 되자 조속한 대법원 판결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7일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이 대표의 항소심 재판부 소속 정재오 부장판사가 진보 성향 법관 모임으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점을 들며 "이 정도면 우리법연구회의 카르텔이 존재한다는 시중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보는 게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2심 판결 전날인 지난 25일 권 원내대표가 "이 대표는 선거법 항소심 판결에 승복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 배치되는 발언입니다.
 
(인포=뉴스토마토)
 
민주당, 1심 "정의 무너졌다"→2심 "사필귀정"
 
반면 민주당은 이 대표 항소심 결과를 받아들고 재판부를 향해 찬사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 대표는 26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서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또한 다음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압수수색과 기소 남발, 무더기 증인 소환으로 국민 인권을 짓밟은 검찰의 억지·조작 기소에 법원이 철퇴를 가했다"며 "사필귀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지난해 11월 15일 이 대표가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다음 날 "역사는 어제를 법치가 질식하고 사법 정의가 무너진 날로 기억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민주당 또한 1심과 2심 판결에 따라 태도가 달라진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 대표 2심 판결 전날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에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이 대표 수사·재판 과정 등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면서 "검찰을 풀어 증거를 조작하고 억지 기소한 '이재명 죽이기'"라고 규정했습니다.
 
석방된 윤석열씨가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입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판결'에 뒤집힌 여야…윤석열 '불복' 메시지 '전무'
 
이제 정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만 남은 가운데 불복 우려는 확대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헌재 판결에 승복하라고 서로 경쟁했던 여야의 모습은 현재 사라졌습니다. 헌재 선고가 인용이든 기각·각하이든 여야 모두 '불복 선동'으로 치달을 위험이 다분한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탄핵심판 당사자인 윤씨는 승복 의사는커녕 지지층을 향한 '선동의 목소리'만 내고 있습니다. 지난 1월 1일 "나라 안팎의 주권 침탈 세력과 반국가세력 준동으로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며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대통령 관저 앞에 지지자들에게 전달한 바 있죠.
 
지난달 25일 헌재에서 진행된 최후 변론에서는 "제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개헌과 정치 개혁 추진에 후반부를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법원의 구속취소로 석방된 지난 8일에는 "저의 구속에 항의하며 목숨을 끊으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아팠다"며 구속된 이들에 대해서는 "조속히 석방이 되기를 기도한다"고 메시지를 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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