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성 동물로 눈방물이 큰 하늘다람쥐가 호기심어린 눈초리로 둥지 밖 세상을 살피고 있다.
4월1일은 만우절이며, ‘멸종위기종의 날’이기도 합니다. 환경부가 1987년 처음으로 한반도의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지정한 날을 기념해, 2021년부터 이날을 기리고 있어요. 올해로 다섯번째를 맞이했죠. 환경부는 매달 ‘이달의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선정해 소개하고 있는데요, 그 첫 번째 주인공은 하늘다람쥐(Siberian flying squirrel)였습니다. 전국의 국립공원을 찾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동물이 하늘다람쥐였다고 해요.
하늘다람쥐는 이름은 익숙하지만, 실제로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아요. 멸종위기종이라 개체수가 적은 이유도 있지만,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동물이라 낮에는 나무 구멍 속에서 잠을 자고 있기 때문이죠. 한반도 고유종으로 국가자연유산(천연기념물 제328호)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보호받고 있어요. 북한에서는 ‘묘향산날다람쥐’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천연기념물 제 83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죠.
법적 보호종이기 때문에 하늘다람쥐를 포획하거나 사육하면 엄한 처벌을 받습니다. 인터넷에서 ‘하늘다람쥐 분양’이라는 광고를 볼 수 있지만, 이는 대부분 외래종인 슈가 글라이더를 잘못 표기한 것입니다. 슈가 글라이더는 호주에서 서식하는 유대류로, 하늘다람쥐와 같은 설치류의 동물이 아닙니다.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몸에서 비린내가 나며, 한국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동물이죠.
하늘다람쥐가 충북 충주시 남한강변 야산의 잣나무에 나뭇가지로 둥지를 트고 어린 새끼들을 부양하고 있다.
하늘다람쥐는 다람쥐 보다 작은 몸길이가 11~12cm, 몸무게는 약 60g 내외입니다. 앞다리와 뒷다리 사이에는 ‘익막’이라는 얇고 신축성 있는 피부 조직이 있어요. 이 익막을 사각형으로 펼쳐서 나무 사이를 활공 하듯 날 수 있습니다. 최대 100m 가까이 이동할 수 있어요. 하늘다람쥐를 흔히 ‘날다람쥐’로 부르기도 하지만, 사실 이들은 전혀 다른 종이에요. 날다람쥐는 우리나라에 서식하지 않고, 동남아나 일본, 중국 남부 등 보다 따뜻한 지역에서 서식하고 있지요.
하늘다람쥐, 이 작은 포유류는 잣나무, 밤나무, 참나무류가 섞인 혼합림을 좋아해요 밤, 상수리, 잣 같은 열매와 나무의 어린 순, 오리나무나 자작나무 꽃차례 등을 특히 좋아해요. 둥지는 나뭇가지와 이끼로 만들기도 하지만, 딱따구리가 뚫어놓은 나무 구멍을 이용하기도 해요. 겨울잠에서 깨어난 하늘다람쥐는 4월쯤 2~5마리의 새끼를 낳고, 약 10주 동안 어미가 새끼를 돌본 뒤 독립시킵니다. 쥐의 평균 수명이 2~7년, 다람쥐나 청설모는 5~10년 정도인 반면, 하늘다람쥐는 15년 가까이 산답니다. 밤에 활동하고, 높은 곳에서 활공하며 이동하기 때문에 천적이 적지만, 간혹 올빼미나 수리부엉이 같은 야행성 맹금류의 먹잇감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야생동물을 취재하며 수십 년간 전국의 산과 숲을 다녔지만, 하늘다람쥐를 실제로 마주치고 촬영한 건 단 다섯 번뿐입니다. 강원 인제, 평창, 경기 포천, 충북 제천과 충주의 깊은 산이 아니라, 대부분 해발 400m 미만의 민가 인근 산자락였어요. 땅거미가 찾아오는 시간, 나무 구멍 속에서 커다란 눈망울이 실낱같이 반짝일 때면, 어김없이 하늘다람쥐였습니다. 한낮 내내 둥지 속에서 잠을 자다가, 어둠이 깔릴 즈음 먹이활동을 하러 외출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거였죠.
하늘다람쥐가 사용한 보금자리는 크고 오래된 구멍보다 작은 몸집이 겨우 드나들 수 있는 구멍으로, 딱다구리가 최근에 뚫어놓은 구멍이었어요. 어둠 속에서 성급한 새끼들이 먼저 고개를 내밀지만, 어미가 먼저 밖으로 나와 주변이 안전한지 살피고 확인하면, 비로소 가족들이 둥지를 나서죠. 어미는 나무 위 높은 곳으로 올라가 사뿐히 뛰어내리며 네 다리를 펼치고, 익막을 활짝 편 채 다른 나무에 안착합니다. 새끼들도 뒤따르지만 아직 비행 실력이 부족해 더 짧은 거리의 나무 사이를 자주 이동합니다. 그 모습은 너무나도 빠르고 주변은 어두워, 카메라로 그 장면을 포착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맨눈으로만 보아도 충분히 아름답고 신비로운 광경이지요. 지난 겨울, 예년에 비해 눈이 많이 내려 산불 걱정이 적었는데, 3월 말 들어 전국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지리산 산청을 비롯한 산불 소식이 연달아 들려오고 있습니다.
산불이 나면 가장 먼저 사람들의 안전을 걱정하지만,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야생동물들도 큰 피해를 입습니다. 하늘다람쥐도 예외는 아닙니다. 나무에서 나무로 활공해 이동하는 하늘다람쥐는 순간적인 위협을 피할 순 있어도, 불에 탄 숲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황폐한 땅이 됩니다. 서식 반경이 좁은 하늘다람쥐에게 터전의 상실은 곧 생존의 위기죠.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야생동물 하늘다람쥐가 우리의 숲과 함께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보호가 필요합니다.
글·사진=김연수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 wildik02@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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