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올해 조 단위급 컨테이너선 수주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연초부터 해상 운임이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컨테이너선 발주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강세를 보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올해 글로벌 선사들의 해운동맹 재편으로 주문이 늘어난 것으로 관측됩니다.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 2023년 인도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HD한국조선해양)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전날 대만 해운사 에버그린로부터 2만40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액화천연가스(LNG)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했다고 밝혔습니다. 계약 금액은 2조3286억원에 달합니다. 한화오션은 오는 2028년 3월까지 컨테이너선들을 인도할 계획입니다.
주문받은 컨테이너선은 길이 400미터, 너비 61.5미터 규모입니다. 2만4000개의 컨테이너를 한번에 운송할 수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입니다. 특히 LNG이중연료추진 엔진과 함께 축발전기모터시스템(Shaft Generator Motor·SGM), 공기윤활시스템(Air Lubrication System·ALS)등 친환경 기술들이 대거 적용됐습니다.
현재 글로벌 조선업계는 해양 탄소중립 규제 강화를 배경으로 LNG와 차세대 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의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에버그린이 LNG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선을 주문한 것도 탈탄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됩니다.
친환경 컨테이너선의 대규모 계약은 연초부터 시작됐습니다. 앞서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도 지난 1월 프랑스 해운사 CMA CGM으로부터 1만5500TEU급 LNG 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선 12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수주액은 3조7160억원입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 선박들을 자회사 HD현대중공업에서 건조해 오는 2028년 12월까지 인도할 예정입니다.
당초 올해 컨테이너선 주문량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해상 운임이 계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해상운임 수준을 알려주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월부터 이달 최근까지 9주 연속 내려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SCFI는 지난 14일 1319.3포인트(p)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주대비 8% 감소한 수치입니다. SCFI는 현재 지난 1월3일 2505.2p에서 47.3%가 빠진 상태입니다.
반면, 올해 글로벌 선사들의 해운동맹이 재편되면서 해운사가 컨테이너선을 늘려야 하는 수요가 발생했습니다. 해운동맹은 약 5년을 주기로 변경되는데 올해 그 시기가 도래했습니다. 보통 해운동맹 재편 시기 선박 발주가 늘어나는 편입니다. 주도권을 잡기 위해 규모의 경제 확보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글로벌 해운사 간 맺는 해운동맹은 과도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 특정 항로에 정기 취항하는 선사끼리 운임과 운송 조건, 기타 영업의 여러 사항 등을 협정하는 걸 의미합니다.
지난해까지 해운동맹은 △‘2M’(스위스 MSC·덴마크 머스크) △‘오션 얼라이언스’(프랑스 CMA CGM·중국 코스코·대만 에버그린) △‘디얼라이언스’(한국 HMM·일본 ONE·대만 양밍) 등으로 운영됐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 이 동맹 선사들의 구조가 변경된 것입니다. HMM과 ONE, 양민은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를 신설했습니다. 머스크와 하팍로이드는 ‘제미나이’를 만들었으며, MSC는 독자 노선을 운영합니다. 오션 얼라이언스만 유지되는 형태입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동맹 재편에 따라 선대 확장을 위해 선사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라며 “올해 컨테이너선 주문이 많이 나오는 배경”이라고 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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