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사정권…차부품사 "패키지딜로 관세 면제 받아야"
관세 유예 자동차부품 300개 중 5개
영세한 차부품업체들 실적 악화 전망
"트럼프 1기 협의했던 방법 되새겨야"
2025-03-12 16:55:16 2025-03-12 17:26:34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발효하면서, 자동차 부품사도 사정권에 들어왔습니다.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가 유예될 것이라는 한국 정부의 발표가 있었지만, 유예 부품은 약 300개 가운데 5개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품사들은 완성차 업체와 비교해 보면 비교적 영세한 업체인 만큼 관세 부과에 따른 피해가 심각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산업 전반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 '패키지딜'을 추진해 관세 면제를 받아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오토랜드 광명 EVO 전기차 전용공장. (사진=현대차그룹)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예고한 철강·알루미늄과 파생상품에 관세 25% 부과가 12일(현지시각)부터 시행됩니다. 그간 쿼터제(수출량 제한)를 통해 연간 263만톤의 물량에 대해 무관세 적용을 받아온 한국도 미국의 이번 조치에 예외 없이 25% 고율 관세 적용을 받게 됐습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는 집권 1기 때인 지난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관세를 시행하면서, 일부 국가와의 합의에 따라 적용해 온 관세 면제 등 예외를 모두 폐지하는 게 골자입니다.
 
먼저 철강의 경우 한국과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회원국, 일본, 영국 등도 미국에 철강 제품을 수출하면 25%의 관세를 부과합니다. 알루미늄 역시 기존 일부 국가 및 품목에 대한 예외를 폐지하고 2018년 부과한 10% 관세를 25%로 인상했습니다. 25%의 고율 관세 부과는 곧 한국산 철강 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미국 현지에 진출한 국내 자동차기업 등 연관 산업에까지 직간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관세 유예 자동차 부품 5종 불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0일 별도 자료를 내고 “미국 상무부가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 대상 25% 추가 관세 부과에 대해 ‘이행 지침’을 발표했다”며 “범퍼, 차체, 서스펜션 등 자동차 부품, 가전 부품 및 항공기 부품 등에 대해서는 미국 상무부 추가 공고 시까지 추가 관세 적용이 유예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미국 상무부의 이행 지침에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가 유예되는 자동차 부품 품목은 범퍼 등 5개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대미 수출 자동차 부품이 최소 65개 종류 중 10%도 되지 않는 종류만 유예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실제 미국의 알루미늄 제품 관련 이행 지침에는 '스탬핑(고강도 강판을 만드는 주물의 일종)'을 제외한 차량용 범퍼만 관세가 유예된다고 명시돼 있는데, 자동차 부품 중 약 200~300개 이상의 부품에 철강과 알루미늄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미 상무부가 추후 관보를 통해 관세를 부과하는 품목이 추가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한국산 자동차 부품에 관세가 부과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기존 발표 품목 이외에도 관세 대상이 추가될지 다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12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철강 제품들이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 완성차 만큼이나 자동차부품에도 미국이 가장 중요한 시장입니다. 자동차 부품에도 관세가 부과될 경우 완성차에 비해 비교적 영세한 부품사들에게는 수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이 분석한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82억22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대미 수출액은 2021년 69억1200만달러에서 2022년 80억3만달러, 2023년 80억8700만달러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 중 철강과 알루미늄이 들어가는 부품이 여러 개가 있다"며 "특히 중소기업 제품이 많은데, 완성차보다 부품사가 더 위기"라고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가 따로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앞서 트럼프 1기 정부는 지난 2019년 당시 자동차와 특정 부품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서 관세 부과를 검토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산업 전반을 묶어 '패키지 딜'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합니다. 특히 트럼프 1기 정부 때 협의했던 방법을 진일보시키는 방법을 꼽았습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 학과 교수는 "당시 자동차, 부품 등에 관한 무역 분야 사안도 한미 FTA 재협상으로 해결했다"며 "철강이나 알루미늄은 스크린 쿼터제 등 분야별로 다양한 방안을 적용했다"고 했습니다.
 
관세 폭탄 '현실화'…정부, '비상대응'
 
미국이 고율 관세 폭탄을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무기로 사용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도 긴장감 속에 대응 카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산업부는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민관합동 미 관세조치 대응전략 회의’를 열어 관세부과에 대한 대응 방향을 점검했습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산업부는 1월 말부터 비상 대비 태세를 갖추고 업계와 밀착 소통해 왔다”면서 “미국과 고위급 및 실무협의를 밀도있게 진행하는 한편 여타 주요국의 대응 동향을 모니터링하여 우리 산업계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트럼프의 관세폭탄이 발효되면서 향후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절망하기에 이릅니다. 지난달 안 장관은 미국의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만나 한국에 대한 관세 면제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당시 안 장관은 미국이 군함과 탱커, 쇄빙선 등을 대량 주문할  미국 물량을 우선 제작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해 러트닉 장관의 긍정적 반응을 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와 관련해 미국과 꾸린 실무협의체도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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