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 4년 동안의 우여곡절 끝에 다시 백악관에 돌아온 이 경력직 대통령은,
1기 집권 때보다 더 '매운 맛'으로 무장한 채 '이랬다가 저랬다가'를 시전하며 전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 1기 때도 써먹은 필살기인
‘관세
’를 전가의 보도로 삼아 우방이나 적성국 할 것 없이 무차별 엄포를 놓다가 하루 아침에 자신의 결정을 유예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구 언론이 지적했듯 이같은 '트럼피즘'의 요체는 자국 보호무역주의에 기초한 ‘미치광이 전략’이다. 예측 불가능한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 공포를 유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리한 협상을 끌어내는 것이다. 한국을 겨냥해 “관세가 미국보다 4배 높다”고 하는 등 사실과 동떨어진 ‘아니면 말고’식 발언도 서슴지 않는 것도 이러한 전략에 기인한 것이라고 봐야한다.
문제는 이같은 예측불허의 행보가 경제 주체들에게 가장 큰 적인 ‘불확실성’을 고조시킨다는 점이다. 트럼프 주연의 1인극 '사이코 드라마'에 전세계가 패닉에 빠진 이유는, 그 정책의 극단성과 함께 그가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1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미국의 통상 분야 경제 불확실성지수를 1507.95로 집계했다. 트럼프 취임 이전인 지난해 9월 94.88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5배 넘게 급등한 수치다. 이러한 미국의 통상 분야 불확실성 확대로부터 한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해 12월 한국의 경제 불확실성 지수는 523.99로 지수를 산출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내란 사태 이후 정상 외교 공백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트럼프의 ‘카운터 파트너’가 없는 실정으로 내부 불확실성이 극에 달해 있다. 특히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는 아직도 이뤄지지 못했다. 자신과 격이 맞지 않는 사람과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트럼프 성향을 감안해, '겸상'은 못하더라도 통화는 해야하는 거 아닌가. 일본과 호주 등 다른 나라의 정상들이 앞다투어 트럼프에게 잘 보이려 하는 마당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와 기행에도 한국은 제대로 된 대응조차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 한국경제는 안팎으로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철강과 자동차 등 주력 업종은 트럼프 관세 영향권에 들어섰고, 반도체마저 16개월 만에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중국과 멕시코, 캐나다로 향하던 트럼프의 시선은 점점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무역흑자국인 한국을 대외관계에서 이익을 보는 국가로 지목하며 압박을 본격화하리라는 분석도 많다. 그 압박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큰 건”이라고 예고한 ‘상호관세’의 폭풍이 내재돼 있을 것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한국에 대한 트럼프의 속뜻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를 알아야 내줄 것은 내주고 얻을 것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원하는 조선 협력과 LNG 개발 참여 등 포괄적 협력 카드도 실리를 취할 수 있는 전략일 수 있다. 또한 국내 기업의 현지 투자 기여 등을 강조하는 한편, 투자가 이뤄진 현지 정관계 인사들을 동원해 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국내 정치의 안정, 다시말해 내란사태의 근본적 종식이다.
배덕훈 재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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