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 웨이저자 회장이 늘어난 수요를 맞추기 위해 시설투자 규모를 늘릴 것이라 밝혔습니다. 파운드리 사업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갑갑한 상황입니다.
공동 기자회견하는 라이칭더 대만 총통(왼쪽)과 웨이저자 TSMC 회장(사진=연합뉴스)
대만 언론에 따르면 웨이 회장은 6일 오후 대만 총통부(대통령실)에서 진행된 라이칭더 대만 총통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TSMC의 시설투자 계획 등을 알렸습니다. 그는 “올해 대만에 11개 신규 생산라인을 건설할 것”이라며 “향후 12개 이상의 생산라인에 계속 투자할 계획이지만 여전히 생산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라이 총통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라이 총통은 곧바로 건설부지, 용수, 전기 등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TSMC는 2020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각각 6개, 7개, 3개, 4개, (최소) 7개의 공장을 건설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1000억 달러 추가 투자를 감행해 미국에 5개의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대만 언론 공상시보는 “TSMC가 미국에 이어 글로벌 투자를 더 늘리고 싶어 한다”며 “2026년과 2027년 글로벌 자본 지출은 500억 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날 웨이 회장은 미국 투자확대 이유에 대해서 “TSMC는 현재 미국 내 생산이 부족해 그들(고객)의 수요를 맞출 수 없다. 미국에 가는 진짜 최대 이유는 고객 때문”이라며 “현재 생산라인은 (예약이) 이미 가득 찼고 내년에도 더 찼으며, 내후년에 건설할 생산라인 역시 예약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세계 파운드리 2위 삼성전자는 TSMC에 비해 시설 규모가 작은 편입니다. 삼성전자는 국내 3곳(화성, 기흥, 평택), 미국에 1곳(오스틴)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건설 중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은 작년 가동 예정이었으나 내년으로 미뤄졌습니다. 이마저도 수요가 적어 지난해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P2, P3 공장의 4㎚와 5㎚, 7㎚ 파운드리 생산 설비의 약 50% 수준을 가동 중단했다고 알려진 바 있습니다. 시황 악화로 작년 연간 투자 규모도 전년비 감소했습니다.
삼성 파운드리 지난해 적자 규모는 4~5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됩니다. 주요 이유로는 최신 공정 수율 안정화 실패가 꼽힙니다. 현재 가장 앞선 파운드리 상용 기술은 3나노 공정입니다. 삼성전자는 40%를 밑도는 수율을 보이고 있지만, TSMC는 80~90%에 이르는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삼성과 TSMC 모두 올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2나노 공정에서는 각각 20~30%, 60%의 수율을 보인다고 전해집니다. 이에 TSMC는 엔비디아 제품을 사실상 독점 생산하고 있습니다.
향후 시장 전망도 좋지 못합니다.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1분기 파운드리 시장은 계절 비수기로 전 분기 대비 역성장이 예상된다. 당사 실적 또한 모바일 수요 부진 및 가동률 저하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 영향으로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TSMC가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미국 빅테크 기업과 소통할 때 더 유리할 것“이라며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설투자보다는 기술투자로 첨단 공정 수율을 끌어올리는 게 우선“이라고 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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