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 신설을 결정한 기업들에게 주기로 한 보조금을 사실상 백지화하겠다는 ‘반도체법 폐지’ 방침을 거듭 밝히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현지 동향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법(Chips Act)’이 미국 정부와 기업 간 계약이기 때문에 의회의 동의 없이 폐기하기 어렵다고 보면서도 보조금 삭감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연방의회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6일 업계에 따르면 대선 후보 시절 반도체법을 폐기하겠다는 의지를 줄곧 내비쳐 온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의지를 실행으로 옮길 수 있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미 연방회의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반도체법은 끔찍한 것이다. 없애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에 보조금 지급을 약속받은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내부적으로 트럼프가 내놓을 세부 계획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입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국 의회를 거친 법안이기 때문에 반도체법 폐기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면서 “현재로선 미국 정책이 실제로 어떻게 추진되는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반도체법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2년 미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통과된 법안입니다. 미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립하는 업체에 527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법 폐기’ 보다는 보조금 삭감 가능성이 현실성이 더 높아 이를 대응할 협상 카드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반도체법 폐지’는 법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면서 “그보다는 보조금 감액 가능성이 커 우리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을 원래 취지대로 받을 수 있게끔 협상 카드를 업계와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반도체법은 미 의회에서 정해진 법이기 때문에 대통령 권한만으로는 폐기가 어렵다”면서 “보조금을 주되 요구하는 마일스톤(이정표)이 있을 것이다. 이를 맞추지 못하면 삭감 가능성이 있다. 이정표 맞출 카드를 정부 차원에서 발 빠르게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조선 사업 부활을 꾀하는 만큼 우리 정부가 이를 협상 카드로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6000억원)를 투자해 AI 메모리반도체용 패키징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370억달러(약 53조원) 투자를 확정하고,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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