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기자]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는 68개 법정기금의 운용 방식을 전면 개혁해 벤처·스타트업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핵심은 각 기금 운용 예산의 5~10%를 벤처·스타트업 투자에 의무적으로 배정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혁신 스타트업의 자금 기반을 강화하고, 대기업 중심의 지원 구조에서 벗어나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세리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6일 경기 고양시 K-정책금융연구소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공공기금이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 활용되면 자금 유동성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벤처기업이 안정적인 운영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농식품 테크 스타트업 창업 박람회(AFRO 2024)에서 관계자들이 인공지능 농산물 선별 솔루션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음은 이세리 부소장과의 일문일답입니다.
"산업별 맞춤형 매칭, 법정기금 운용 패러다임 전환"
-K-정책금융연구소가 추진하는 기금법 개정의 핵심 취지는 무엇입니까.
기금법 개정안의 핵심은 68개 법정기금의 운용 방식을 혁신해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각 기금 운용 예산의 5~10%를 벤처·스타트업 투자에 의무적으로 배정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현재 법정기금은 금융·산업·보건·과학기술·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운용 방식이 보수적이고 대기업 위주로 편성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으로 스타트업과 혁신 기업이 자금을 지원받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번 개정을 통해 기금 운용 체계를 혁신 기업 중심으로 조정하고,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단순한 법 개정을 넘어 국가 산업 구조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중요한 작업이며, 벤처·스타트업 중심의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입니다.
-기금법 개정을 통해 벤처·스타트업 투자 효과성을 높이려면 무엇을 가장 고려해야 할까요.
기금법 개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산업별 벤처·스타트업과 해당 기금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매칭 구조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벤처기업과 기금이 느슨하게 연결돼 있었다면, 앞으로는 각 기금의 설립 목적과 가장 적합한 벤처·스타트업을 명확히 매칭해 체계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기금이 본래의 목적에 맞게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되고, 스타트업은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기금법 개정이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미칠 파급 효과는 무엇인가요.
기금법이 개정되면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입니다. 특히 초기 투자 유치가 어려운 기업들은 기술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 등 법정 기금의 지원을 더욱 쉽게 받을 수 있어 생존율과 성장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또한 AI·핀테크·바이오·탄소중립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혁신 기업의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VC 업계에서는 투자 유동성이 확대되고 민간 투자와 정부 기금 간 협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벤처펀드 조성이 확대돼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기회도 늘어날 것입니다. 또한 수도권에 집중됐던 투자가 지역 기반 스타트업으로 확산되면서 균형 잡힌 창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기업 가치 상승에 따라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발해지고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한국 벤처투자, 해외 대비 여전히 부족"
-해외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벤처투자 규모는 어느 정도이며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의 벤처투자 규모는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낮은 수준입니다. 글로벌 투자 분석 기관인 딜룸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가별 VC 투자 규모는 미국 1909억달러, 중국 384억달러, 영국 161억달러인데 반해 한국은 52억달러입니다. GDP 대비 벤처투자 비중도 한국은 2023년 기준 0.43%로, 싱가포르(1.2%), 이스라엘(0.84%), 영국(0.54%), 미국(0.53%)에 비해 낮습니다.
투자 격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들이 벤처투자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도 한국 VC들은 큰 자금을 운용하지 못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아예 한국 VC를 투자 고려 대상에서 '패싱'하기도 했죠. 또한 국내 벤처 생태계의 글로벌 개방성이 부족하고, 창업 후기 단계에서 대규모 지분 투자를 담당할 국내 투자자층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지난해 6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넥스트라이즈 2024'에서 에어빌리티의 장거리 수직 이착륙 비행기 모형이 전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에서 벤처·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은 무엇인가요.
한국의 벤처·스타트업은 초기 자금 조달의 어려움,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 각종 규제 장벽, 글로벌 진출 한계 등으로 인해 성장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벤처투자 환경이 아직 성숙하지 않아 자금 확보가 어렵고, 대기업과의 공정한 경쟁이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특히 신기술 스타트업의 경우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사업 확장이 제한되거나, 해외 진출을 위한 네트워크 부족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요 공공기금의 벤처투자 비율을 높이고, 대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공정한 거래 문화를 확립해야 합니다. 동시에 규제 샌드박스를 확대해 신산업 기업들이 자유롭게 혁신할 수 있도록 하고, 해외 진출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지원도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종합적인 대책을 통해 벤처·스타트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추가 전략이 있다면요.
한국 벤처·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혁신적인 해외 지원 정책과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 강화가 필수적입니다. 스마트팩토리, 5G,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첨단 디지털 인프라를 고도화해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야 합니다. 투자·기술·제도·인프라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전략적 정책 변화가 한국 벤처·스타트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이 될 것입니다.
오승주 기자 sj.o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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