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K금융)⑥저금 개념 없는 곳에서 첫 수신상품 출시
2025-03-13 06:00:00 2025-03-13 06:00:00
 
(필리핀 세부=이종용·문성주·유영진 기자) 필리핀에 진출한 국내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현지화된 법인을 운영하는 우리은행(현지 우리웰스뱅크)은 금융 저변을 넓히기 위해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화 됐지만 필리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수신상품을 내놓는가 하면 7000여개 섬으로 분리된 지리적 접근성을 줄이기 위해 전자결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최성현 우리웰스뱅크 법인장은 지난 6일 특별취재팀과 만나 "필리핀은 국가적으로 QR 결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어서 'QRPh'라는 국가 표준 결제 방식을 배포하고 있다"며 "그런 시스템을 제공해주는 곳이 필리핀 내 43개 상업은행과 45개 저축은행 가운데 총 8곳입니다. 우리웰스뱅크가 그 8개 안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웰스뱅크 본점에는 곳곳에 우리웰스뱅크 애플리케이션과 상품 등에 대한 소개를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은 우리웰스뱅크 본점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직원들 (사진= 뉴스토마토)
 
적금 불모지에서의 도전
 
필리핀은 문화적 특성상 저금이라는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곳입니다. 한국계 은행 주재원 A씨는 "필리핀은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며 "그렇기에 필리핀인들에게는 돈을 모은다는 개념이 부족해 한국의 적금 상품은 사실상 없는 곳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필리핀 통계청(PSA)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필리핀 정규직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1만8423페소인데, 원화로 대략 45만원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필리핀은 물가가 낮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근로자들이 돈을 모으기 쉽지 않습니다. 
 
필리핀은 한국과는 달리 은행에 계좌를 가지고 있기 위해서는 계좌유지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필리핀 대표 은행 중 하나인 BDO의 경우 계좌 개설 시 처음 입금해야 하는 최소 비용은 5000페소, 매월 유지해야 하는 평균 일 잔액은 1만 페소입니다. 필리핀 일반인들이 계좌를 개설해 유지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아 적금이라는 상품 또한 생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웰스뱅크 본점에서는 한국 교민들이 방문하면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는 창구도 있다. 사진은 창구 직원이 업무를 보는 모습 (사진= 뉴스토마토)
 
그런데도 우리웰스뱅크는 필리핀 금융시장에서 보편화되지 않은 적금 상품을 온라인 전용으로 출시했습니다. 단, 소액부터 가입이 가능해 서민들이 목돈을 모을 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습니다. 금리는 7%. 다소 생소하지만 현지인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웰스뱅크는 필리핀 금융시장에서 보편화되지 않은 적금 상품을 온라인 전용으로 출시했다. 사진은 우리웰스뱅크 앱을 통해 본 정기 적금 및 예금 현황 (사진= 뉴스토마토)
 
한국계 은행 유일 QRPh 결제 시스템
 
필리핀은 국가적으로 디지털 결제 강화 정책을 추진해 현지 금융사들이 QRPh 결제를 발 빠르게 개발해 도입했습니다. 필리핀 국가표준 결제 서비스인 QRPh는 현금 없이도 가맹점 QR코드 스캔만으로도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실제로 필리핀 곳곳에서는 한국과 달리 QR코드 기반 디지털 결제 방식이 대중화되어 있고 ATM 인출 및 송금 등에도 QR이 폭넓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필리핀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QRPh는 핀테크사인 G-CASH와 MAYA가 내놓은 결제 시스템입니다. 우리웰스뱅크 또한 QRPh 시장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우리웰스뱅크는 자체 QR 결제 서비스에 힘입어 지난해 12월 주세부 대한민국 분관과 QRPh 결제 서비스 업무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협약으로 주세부 대한민국 분관은 민원인의 수수료 납부 시 현금 수납 이외에도 QR 결제도 가능해졌습니다.
 
필리핀 곳곳에서는 한국과 달리 QR코드 기반 디지털 결제 방식이 대중화되어 있고 ATM 인출 및 송금 등에도 QR이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사진은 필리핀 상점 내 QRPh 결제 코드 (사진= 뉴스토마토)
 
소비자 편의성 증대 위한 실험 계속
 
우리웰스뱅크는 우리은행을 통해 개발된 '우리웰스뱅크WON' 스마트뱅킹 애플리케이션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글로벌 법인 및 지점에서 동일하게 사용되고 있는 앱인데요. 계좌 조회와 이체, 예적금 신규 가입 등 한국에서의 서비스를 필리핀으로 옮겨놨습니다. 
 
필리핀은 문화적 특성상 계좌 보급률이 낮아 자동이체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필리핀인들은 공과금을 납부하기 위해서 대부분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을 방문하고 있는데요. 우리웰스뱅크는 앱을 통해서 편리하게 공과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대중화됐지만 필리핀에서는 익숙지 않은 비대면 계좌 개설 시스템도 준비중입니다. 필리핀은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 서류와 준비 기간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우리웰스뱅크는 스마트폰으로 신분증을 찍어 올리면 계좌를 만들 수 있는 비대면 실명 인증 시스템을 마련 중입니다.
 
우리웰스뱅크는 필리핀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의 편의성 증대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한국 내 계좌의 자금을 현지 ATM을 통해 인출하기 위해서 건당 250페소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데요. 우리웰스뱅크는 우리은행과의 협업으로 ATM 인출 시 수수료를 면제해 교민들에게 금융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웰스뱅크 관계자는 "우리웰스뱅크가 여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제는 여러 방면으로의 홍보를 통해 필리핀인들은 물론 교민들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리웰스뱅크는 우리은행을 통해 개발된 '우리웰스뱅크WON' 스마트뱅킹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창구의 '우리웰스뱅크WON' 앱 안내판 (사진= 뉴스토마토)
 
<(7)편에서 계속>
 
필리핀 세부=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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