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김유정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번에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보류했습니다.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건 위헌이란 헌재의 결정이 나왔음에도 임명을 미룬 채 '마이 웨이' 행보에 나선 것인데요. 최 대행의 마 후보자 임명 연기로 여·야·정 국정협의회도 정부가 회의에 빠진 채 진행해야 할 상황에 놓였습니다. 마 후보자 임명을 둘러싸고 여·야·정이 가파르게 대치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최 대행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공개 국무위원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또다시 마 후보자 임명을 보류했습니다. 간담회에선 '마 후보자 임명을 숙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헌재가 위헌이란 판단을 내린 지 6일째가 됐음에도 최 대행이 마 후보자 임명을 미루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 대행은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고려해 마 후보자 임명 시기를 더 미룰 것으로 전망됩니다.
길어지는 마은혁 임명…"최상목, 선택적 국정 행보"
최 대행은 국무위원 간담회 이후 이어진 국무회의에서도 마 후보자에 대한 임명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습니다. 당초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게 된다면 국무회의를 통해 밝힐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앞서 최 대행은 지난해 12월31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도 마 후보자를 제외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만 임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한 데에는 향후 한덕수 국무총리의 직무 복귀 가능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법조계에선 한 총리 탄핵 심판에 대한 헌재의 선고가 이르면 이번 주 중 나올 것이란 관측이 제기됩니다. 헌재의 결정을 예단할 수 없지만, 한 총리의 복귀 가능성을 예상하는 시각이 우세한데요. 한 총리가 복귀하면 마 후보자의 임명권도 한 총리에게 주어집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한 총리가 직무에 복귀한 이후 마 후보자를 임명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의원을 비롯해 기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임박한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 결과도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최 대행이 헌재 결정에 따른 행정부의 헌법상 의무 이행을 계속해서 미루는 것은 헌법 위반과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거셉니다. 무엇보다 다른 헌법재판관은 임명하면서 마 후보자의 임명을 보류한 것은 자의적이고 선택적인 국정 행보라는 지적입니다.
또 마 후보자의 임명이 미뤄질수록 여야가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며 대립이 격화돼 최 대행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실제 마 후보자 임명 문제를 놓고 여야의 대치는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주말 동안 임명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에선 일부 의원이 단식 투쟁에 돌입했고, 민주당은 여·야·정 국정협의회를 보이콧한 바 있습니다.
이날도 마 후보자 임명과 관련한 여야의 입장은 확연히 달랐습니다. 민주당은 신속한 임명을 요구한 반면, 국민의힘은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헌재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지 6일째가 되도록 최 대행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있다"며 "국정을 수습할 책임을 다하기는커녕 헌정 질서 파괴에 일조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이양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결국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는 민주당의 협박으로 진행될 사안이 아니라 대통령 권한대행의 숙고 끝에 신중히 결정할 사안"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의장주재로 열린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 뺀' 협의회 개최…민생 현안 합의 '가시밭길'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최 대행은 국무회의에서 마 후보자 임명 보류를 문제 삼아 여·야·정 국정협의회에 불참한 민주당을 겨냥해 "무엇보다 정부와 국회, 민간이 힘을 합쳐 당면한 미국발 통상 전쟁에 총력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결국 최 대행과 야당의 반목으로, 오는 6일 오후에 열릴 국정협의회는 정부를 제외하고 여야 인사들만 참여하는 형식으로 정해졌는데요.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와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양당 원내대표 간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와 같은 합의 내용을 전했습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가 우 의장과 함께 원내대표,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 등이 만나는 여야 협의회를 신속하게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 측이 협의회에서 빠지게 된 이유에 대해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헌재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는 모습이기 때문에 최 대행과 같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는 건 안 맞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여·야·정은 지난달 28일 두 번째 국정협의회를 열고 연금 개혁과 반도체 특별법, 추가 경정예산 등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는데요. 하지만 마 후보자 임명 갈등으로 관련 현안이 합의에 이르기까지 가시밭길이 예상됩니다. 무엇보다 마 후보자 임명을 유보한 최 대행이 장고 모드에 들어간 상황이어서 3월 국회가 '빈손 국회'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3월 국회에서도 여야 대치 국면이 계속될 것"이라며 "국민연금도 아마 합의가 잘 안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여야 대치는 기본으로 가는 것"이라며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난 다음에, 정권이 바뀌어도 여야 대치는 그대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박주용·김유정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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