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광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윤석열 탄핵 카운트다운'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씨 탄핵심판 변론기일을 추가로 지정하며 막바지 심리에 들어갔습니다. 여권에선 윤씨의 탄핵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속으론 기각될 경우를 더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보수 진영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헌법재판소는 14일 윤씨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오는 20일)을 추가 지정했습니다. 애초 예정됐던 8차 변론기일이 끝낸 뒤, 변론기일을 두 차례 추가한 걸 두고 일각에선 '졸속 논란'에 한발 물러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절차적 하자 논란을 매듭지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9차와 10차 변론기일에선 윤씨 변호인단이 문제 삼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증언을 검증하는 것이 심리의 핵심이 될 전망입니다.
윤석열씨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하기 위해 대심판정으로 입장하고 있다.(이미지=연합뉴스)
"기각이 될까 봐 더 걱정"…"탄핵, 대선 더 유리"
헌재의 최종 결정은 이르면 3월 초, 늦어도 3월을 넘기진 않을 걸로 보입니다. 국민의힘 내에선 헌재가 탄핵소추를 기각할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대립합니다. '찐윤'(진짜 친윤)으로 불리는 한 국민의힘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지금 섣불리 어떤 얘기를 하는 건 옳지 않다"며 "대통령께서 책임질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절차적으로 이렇게 밀어붙이는 게 맞느냐"라고 반문했습니다.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기각이 됐으면 좋겠지만 결과는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여권에선 탄핵심판의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12·3 내란 사태 당시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로 진입해 본관 유리문을 부수는 것이 생중계된 상황에서 윤씨에게 '책임'이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국회에서 수십 년 근무해 여느 국회의원보다 정무 감각을 지닌 보좌진들의 속내를 들어보면, 헌재가 탄핵소추를 기각하는 것이 국민의힘에 '악재'라는 평가가 주를 이룹니다.
이유는 △정치적 혼란 증가 △국정운영 불가 △제2의 계엄 가능성 등입니다. 국민의힘의 한 보좌관은 <뉴스토마토>에 "(탄핵소추가) 기각이 될까 봐 더 걱정"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대통령이 돌아온다고 한들 식물정부가 될 것이 뻔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대통령이 탄핵이 되면, 피해자적 프레임에서 다음 대통령선거를 치를 수 있어서 사실상 기각되는 것보다 선거에는 유리하다"라며 "지금 대통령이 감옥에 있으니 지지율이 오르는 것이 그 방증"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윤씨가 구속된 뒤 윤씨와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반등해 왔습니다. 이날 공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보면, 정당지지율에서 국민의힘이 39%, 민주당이 38%로 각각 조사됐습니다.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같은 기관 지난달 마지막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38%, 민주당 40%를 기록했습니다.
"기각 땐, 구치소에서 국정운영"…커지는 '딜레마'
다른 보좌관은 "대통령이 돌아오면 불확실성이 커지는 건 맞다"며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겪어봤기 때문에, 탄핵소추가 인용되면 그에 맞는 플랜을 짤 수 있는데, 사실 기각돼서 다시 돌아오는 경험을 한 바가 없어서 제대로 된 전략을 내놓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통령이 지금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그럼 구치소에서 구속 상태로,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다"며 "그런 모습을 우리 당에서 옹호해야 하는데, 논리적 정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지지율로 직결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복귀하는 국면이 오면, 비상계엄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혹은 탄핵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답해야 할 텐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통령을 옹호하다간 보수 진영은 잡을 수 있겠지만, 중도 확장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내다봤습니다.
14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언하고 있다.(이미지=연합뉴스)
'오세훈·홍준표' 등 현 대권주자도 기각 땐 '난감'
현재 여권의 대권주자들 입장에서도 탄핵소추 기각은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사실상 대권 행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공식·비공식적으로 '대선캠프'를 차리고 '대선 실무팀'을 꾸리는 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채널A>의 지난달 13일자 보도에 따르면, 구속된 상태였던 윤씨는 조기 대선 움직임에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랬던 윤씨가 대통령직에 복귀한다면, 복수의 칼날이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 캠프 실무진은 <뉴스토마토>에 "만약 윤석열이 돌아오면 우린 끝나는 것"이라며 "윤석열 입장에선 자기가 끝난다고 생각하고 대선을 준비했던 우리를 가만 놔둘 리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탄핵소추 기각을 환영하는 입장도 존재합니다. 또 다른 보좌관은 "아직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은, 잠재 대권주자들은 환영할 수 있다"며 "이런 사람들은 대통령이 복귀해서 임기 단축 개헌 이후 조기 대선이 열리는 동시에,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해 주는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혹은 잠재 대권주자가 아니더라도 친윤으로 분류돼 대통령이 날아가면 당장 당내 입지가 쪼그라드는 의원들, 그러니까 시간을 좀 더 벌어야 하는 의원들은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 면회를 가는 것도 그 일환 중 하나"라고 부연했습니다. 국민의힘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나경원·윤상현·김민전·김기현·추경호·이철규·박성민·정점식 의원 등은 윤씨의 구치소 면회를 다녀왔습니다.
박현광 기자 mua@etomato.com
이선재 인턴기자 seonjaelee9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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