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공멸 우려에 명태균 특검법 '부결' 단일대오
권영세 "이런 특검 반드시 막아야"…권성동 "야당의 허무맹랑한 소리"
김건희·명태균 추가 녹취록 공개…"'조국 수사'한 김상민 검사 밀어달라"
2025-02-17 17:34:15 2025-02-18 14:01:38
[뉴스토마토 박현광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국민의힘이 '명태균 특검법'(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 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저지에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모양새입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이런 특검(명태균 특검)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뇌피셜', '망상소설'이라는 말로 야당의 특검법 추진을 맹비난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국민의힘이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특검법 통과를 저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겁니다.
 
권 위원장은 이날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명태균 사건은 창원지검에서 엄청나게 강도 높게 수사하다가 서울중앙지법으로 이송했다"며 "특검은 검찰수사가 미진했을 때 하는 건데, 이거(명태균 게이트) 하나 올려놓고 특검하는 건 진실을 규명하자기보다는 정치적으로 타격을 주고, 여당에 대해서 공세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17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 모습.(사진=뉴시스)
 
 
창원지검에서 명태균 게이트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특검은 필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이날 창원지검은 '명태균 게이트' 수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 정치자금법 수사 관련 내용만 공개했을 뿐, 윤석열·김건희씨의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한 내용을 내놓진 않았습니다.
 
이에 야당은 검찰이 수사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공천 개입의 핵심 고리인 김건희·윤석열 부부는 물론이고 오세훈 시장, 홍준표 시장, 이준석 의원 등 핵심 인물들에 대한 수사도 전무했다"고 꼬집었습니다.
 
하지만 여당은 점점 명태균 특검법 저지에 똘똘 뭉치는 모습입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노상원(전 국군 정보사령관) 수첩, 명태균 황금폰,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느낌을 멋대로 연결시켜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며 "특검법을 관철하기 위해 내놓은 뇌피셜"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박 원내대표는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씨 사이의 통화가 비상계엄 선포의 계기가 됐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이 명태균 특검을 결사반대하는 배경엔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명씨의 '황금폰'이 열린다면, 보수 진영이 공멸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현재 '명태균 리스트'에 올라 있는 여권 정치인은 23명입니다. 하지만 명태균 게이트 핵심 증인인 강혜경씨에 따르면, 여당 국회의원 중 명씨와 얽혀 있는 이가 추가로 존재합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명태균 게이트가 지속될수록 여당에 좋을 리가 없다"며 "악재가 지금보다 더 나왔으면 나왔지 반전할 수 있는 그 어떤 것이 나오진 않을 건데, 국민의힘에선 무시하는 전략을 취하는 게 낫다"고 귀띔했습니다.
 
실제 명씨의 황금폰이 열릴수록 여당에 악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명씨 변호인 남상권 변호사가 공개한 김건희씨와 명씨 사이의 통화 녹취에 따르면, 김씨가 지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 김상민 전 검사를 내리꽂으려고 했던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김 전 검사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수사에 힘을 썼다는 이유였습니다.
 
김씨와 명씨는 선거를 앞둔 지난해 2월16일부터 나흘에 걸쳐 다섯 번의 통화를 했는데, 김씨는 이때 "선생님~ 김상민 검사 조국 수사 때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 김상민이 의창구 국회의원 되게 도와주세요"라고 명씨에게 부탁합니다. 하지만 명씨는 "여사님, 비례대표도 아니고 평생 검사만 하다가 지역도 모르는 사람을 지역구 국회의원 공천을 주면 총선에서 진다"며 "이 추세로 가면 110석을 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김씨는 "(이철규·윤한홍 의원이) 보수 정권 역사 이래 최다석을 얻을 거라고 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명씨는 이후 대화 끝에 "김상민 내리꽂으면 전 가만히 안 있을 겁니다"라고 거부합니다.
 
명씨의 아내 이승은씨도 여당에 불리한 증언을 공개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이씨는 같은 날 유튜브 채널 <장윤선의 취재편의점>과의 인터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남편에게) 나경원을 1%라도 이기게 좀 해달라고 계속 부탁을 했다"며 "그렇게 말하면서 질질 짰다고 하더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치인들이 나한테 조작을 해달라고 해서, 자기는 '그래서 안 한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 덧붙였습니다. 명씨 또한 야당이 추진하는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여당을 공격하고 나서고 있습니다.
 
박현광 기자 mua@etomato.com
이선재 인턴기자 seonjaelee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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