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홍준표·이준석 '직접 사정권'…최악 땐 '대선 레이스' 이탈
오 "관계 단절해"…홍 "정치 브로커 따위"…이, '명태균 특검'에 동참
2025-02-18 17:46:14 2025-02-20 19:03:32
[뉴스토마토 박현광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명태균 게이트' 제2라운드가 시작했습니다. 명태균씨의 '황금폰' 포렌식이 끝난 결과, 전·현직 국회의원 140여명을 포함해 5만여명과 연락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야 6당이 추진하는 '명태균 특검법'이 통과될 경우, 여권의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이 직접 사정권에 들어올 전망입니다. 지난해 9월5일 <뉴스토마토>의 보도로 시작한 '명태균 게이트' 속 여권의 유력 정치인에게 제기된 의혹을 정리해봤습니다.
 
 
 
오세훈 단일후보 만든 뒤…명씨, 중앙무대 진출 
 
오세훈 서울시장은 명씨가 중앙 무대에 이름을 알린 첫 '트로피'와 같았습니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서 10년여의 정치 공백을 딛고 부활했습니다. 이때 명씨가 오 시장을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요. 
 
특히 오 시장이 당시 국민의당 후보였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단일화 과정에서 명씨가 역할을 했던 걸로 보입니다. 명씨가 실소유했다고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는 2021년 12월22일부터 2022년 3월21일까지 13차례의 비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이때 오 시장에게 유리하게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조작된 정황도 나왔습니다. 2021년 3월23일 오 시장으로 후보 단일화된 뒤, 여론조사는 멈췄습니다.
 
하지만 오 시장의 선거캠프에선 미래한국연구소에 여론조사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오 시장의 비선 후원자로 알려진 김모씨가 2021년 2월부터 3월 사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 증인이자 미래한국연구소 실무자였던 강혜경씨 계좌로 총 3300만원을 송금했습니다. 또 재보궐선거 이후인 2021년 6월~11월 사이엔 총 1440만원을 추가로 송금했습니다.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오 시장은 명씨와 관계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는 "제 기억에는 두 번 만난 걸로 돼 있다"면서도 "이상하고 위험한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어 관계를 단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힘 '당원명부' 유출 …'홍준표 캠프'서 시작
 
홍준표 대구시장은 명태균 게이트에 등장하는 어떤 인물보다 명씨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걸로 알려졌습니다. 명씨의 핵심 측근이었던 김태열 미래한국연구소 소장은 <뉴스토마토>에 "홍 시장이 경남지사 때 인연을 맺은 걸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홍 시장이 무소속으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2020년 4월15일)에 나설 때 명씨의 도움을 받았던 걸로 확인됩니다. 당시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뒤, 출마지를 고심하던 홍 시장은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경남 양산을, 대구 수성을에 차례로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취소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출마할 선거구를 3차례 옮긴 겁니다. 그때마다 명씨는 홍 시장의 경쟁력을 확인하는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강혜경씨는 "몇 번 홍 시장의 측근으로부터 돈을 받긴 했는데, 제대로 다 받은 건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홍 시장은 2021년 6월24일 국민의힘 복당 과정에서도 명씨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2021년 6월 초 홍준표·이준석·명태균의 3자 회동이 대구의 홍 시장 사무실에서 있었습니다.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당선되면, 홍 시장을 복당시키는 조건으로 지지해주기로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알려졌습니다. 둘의 연결고리가 명씨였습니다. 실제 이 의원이 당선된 뒤, 홍 시장은 복당됐습니다.
 
홍 시장의 아킬레스건은 '당원 명부 유출 사건'입니다. 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예비후보였던 홍 시장 선거캠프에서 당원 명부 일체가 명씨 쪽으로 흘러들어갔습니다. 홍 시장은 자신의 측근이자 큰아들의 친구로 알려진 최 모씨가 임의로 한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홍 시장 또한 명씨와 관계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명씨를 "사기꾼"이라 지칭하면서 "나는 명태균 같은 여론조작 정치 브로커 따위와는 어울린 일도 없고 관계도 없다"고도 했습니다.
 
 
 
명태균과 유착관계 1순위는 '이준석'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명씨와 가장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4개월여 '명태균 게이트'가 진행되던 당시 유력 정치인들이 명씨와 거리두기를 하는 상황에서도, 이 의원은 명씨를 "명 사장"이라고 존대해왔습니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2022년, 명씨 부탁으로 2022년 6·1 경남 창원의창 재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후보였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 의원에게 제기된 가장 큰 의혹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조작 의혹'입니다. 명씨는 대선 경선 직전인 2021년 10월19일~28일 사이 당원 명부로 3번의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당원 1만1495명의 성향을 분석했습니다. 명씨가 당원 성향 분석표를 작성해 당대표였던 이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추정된다는 것이 <뉴스토마토> 보도였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당원 성향 분석표를 만드는 행위 자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명씨 전력을 보면, 별도의 오염된 표본을 만들려고 한 것 같다"면서 "경선 조작에 활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명씨는 오염된 표본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조작하는 방법을 사용해왔습니다.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오염 표본'을 만들어 이를 경선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의원은 명씨와 부정한 일을 한 적이 없으니 당당하다는 입장입니다. 그 연장선에서 개혁신당은 최근 민주당 주도로 야당이 협력해 발의한 '명태균 특검법'에 참여했습니다.
 
박현광 기자 mua@etomato.com
이선재 인턴기자 seonjaelee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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