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선 내란 수괴 '방탄'…뒤에선 차기 권력 '줄서기'
김문수 뜨자 57명, 오세훈엔 48명…국민의힘 의원들 '눈치싸움' 시작
2025-02-19 17:49:48 2025-02-19 18:55:41
[뉴스토마토 박현광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국민의힘의 '조기 대통령선거 시계'가 바삐 움직이고 있습니다. 겉으론 윤석열씨 탄핵에 반대하고 있지만, 속으론 벌써부터 차기 권력에 줄서기를 시작한 모습입니다. 
 
"국회 현장에 있었더라도 (계엄 해제 결의안 투표에) 참여 안 했을 것", "대통령이 말 못 하는 이유가 있는지 (확인한 뒤 판단해야 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8일 한 말입니다. 탄핵 반대를 넘어 지난해 12·3 내란 당시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씨의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처럼 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론 윤씨를 강하게 두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이는 것과 달리 내부적으론 이미 조기 대선을 준비하며 차기 권력에 줄을 대는 모양새입니다.
 
나경원, 김문수 초청하자…오세훈보다 더 모였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2030·장년 모두 Win-Win하는 노동개혁 대토론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19일 국회에 얼굴을 비췄습니다.  '2030·장년 모두 Win-Win하는 노동개혁 대토론회'에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이는 '대선 몸풀기'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 장관은 최근 여권 내 가장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는 대선 주자입니다. 
 
김 장관 또한 대권 욕심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는 토론회 이후 '탄핵이 되면 대선 출마를 고려하느냐'는 물음에 "가장 어려운 지역이라는 부천 소사구에서 국회의원을 했고 경기도지사도 했고 여러 면에서 사회 가장 밑바닥에서 남들 하고 싶어 하는 자리까지 해봤다"며 "우리 사회 약자에 대해서 제 삶의 사명으로서 모든 것을 다해 약자를 보살피는 것이 공직자의 본분"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날 김 장관을 국회로 불러들인 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입니다. 나 의원과 우재준 의원(대구 북구갑)이 이날 토론회를 주최했습니다. 나 의원은 '탄핵 과정이지만 조기 대선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그 부분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날 행사를 두고 본격적인 여당 내 권력 구도 재편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보통 중진 의원이 움직이면, 그를 따르는 초·재선 의원들이 따라붙는 모양새를 보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듯 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만 57명입니다. 
 
'영남 친윤' 윤재옥이 힘 실어준 '오세훈'
 
오세훈 서울시장과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87체재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서 악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앞서 여권 대선 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엔 국민의힘 중진이자 영남권 '맏형'으로 불리는 친윤(친윤석열)계 윤재옥 의원이 참석해 오 시장에게 힘을 실어줬습니다. 이에 48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참석했습니다.
 
오 시장은 토론회를 마친 뒤 "오늘 토론회를 대선과 연계해서 보는 건 동의할 수 없다"면서도 '대선 출마 결심 시기'를 묻는 말엔 "(탄핵 여부에 대한) 헌재 결정이 나온 이후 그 문제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며 대선 출마 의지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물밑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원내수석대변인인 김대식 의원(부산 사상구)은 19일 기자단 오찬을 열었습니다. 30여명의 기자들이 참석했는데, 예고하지 않게 홍 시장이 이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홍 시장은 기자들에게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을 해명하는 동시에 최근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고 있는 역사강사 전한길씨를 "용기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언론인 스킨십을 늘리는 것 또한 대선 행보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 심리 절차의 하자를 꼬집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때 기자회견장을 잡은 건, 조정훈 의원이었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오는 26일 책 '국민이 먼저입니다'를 출간하며 본격 대선 레이스에 참여할 전망입니다.
 
'안 될 선거' 앞두고 분주한 이유는
 
대선 주자들이 바쁘게 세몰이를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과도기로 볼 수 있습니다. 당내 의원들은 일단 여러 곳에 발을 걸쳐두고, 탄핵 결정된 뒤 노선을 정하겠다는 분위기입니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뉴스토마토>에 "지금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대선 몸풀기가 맞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며 "거기 참석한다는 것이 노선을 확정했다는 뜻이라기보다는 의원들도 대선 주자라고 불리는 분들을 잘 모르기 때문에 탐색 정도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탄핵이 기각되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며 "본선에 갔을 때 누가 경쟁력이 있는지를 잘 살펴보고 후보를 정해야 할 텐데, 지금은 관망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금 나오는 지지율은 허상"이라며 "광화문에 나오는 보수가 아닌 지금 숨죽이고 있는 보수표가 어디로 갈지 헌재가 탄핵을 결정한 뒤에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다. 그때 가서 노선을 정할 생각"이라고 부연했습니다.
 
헌재의 윤석열씨 탄핵이 결정된다면, 국민의힘 입장에선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연장하는 건 사실상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정해진 인물이 다음 당권을 잡거나, 당권에 결정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근혜 탄핵' 이후 치러진 대선 때도, 홍준표 대구시장이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나서 낙선했지만 이후 당대표로 선출됐습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어려운 선거를 앞두고도 당내에서 눈치싸움에 분주한 이유로 볼 수 있습니다.
 
박현광 기자 mua@etomato.com
이선재 인턴기자 seonjaelee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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