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 수도권 쏠림)③지역활력펀드 확대…관건은 '지역 생태계 조성'
비수도권 벤처기업 40% 분포…투자는 20%에 불과
중기부, 1조 '지방시대 벤처펀드' 추진
"자금 분배 아닌 지역 생태계 구축해야"
2025-01-15 16:10:05 2025-01-15 23:03:13
[뉴스토마토 오승주 기자] 지난해 말 기준 정책금융 잔액은 1900조원으로 10년 새 2.5배나 증가했지만 그 혜택은 주로 수도권에 집중돼 있습니다. 반면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은 여전히 금융 공급 부족으로 인해 성장의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데요. 이러한 불균형은 지역 소멸 위기를 가속화하고 국가의 균형 발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3회에 걸쳐 정책금융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면밀히 진단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금융의 역할과 방향성을 모색합니다. (편집자주)
 
정책금융의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는 지역 균형발전을 목표로 한 다양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심화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거나 자금을 분산하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는데요. 전문가들은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와 창업·투자 생태계 조성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 한계 뚜렷
 
지난해 3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충남 천안시청에서 열린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 출범식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수년간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으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의 인구 감소는 지방 소멸이라는 위기로 이어지며 지역 간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정책금융기관의 지방 이전 효과도 미미한 것으로 평가되는데요.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산업은행 이전 등 정책금융기관 지방 이전은 번지수를 잘못 짚은 정책"이라면서 "단순한 본사 이전만으로는 금융산업 집적화를 이룰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처럼 유사한 기능을 가진 정책금융기관들이 각각 대구와 부산에 분산돼 있어 기관 간 소통 부재로 인한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정책금융의 자금 배분 방식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정책금융 공급액 247조5000억원 중 136조원이 첨단 전략산업·미래 유망산업 등 5대 중점 분야에 집중됐는데요.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정책금융의 역할 강화 방안' 보고서에서 "기존 주력산업 및 초대형 유니콘, 미래 신산업 등 정책금융의 지원 대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와 창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정책금융 자원을 전략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역 창업 생태계 조성이 핵심
 
지난해 12월 김성섭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경남 창원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에서 열린 '경남-KDB 지역혁신 벤처펀드 결성식 및 기념 IR데이'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중소벤처기업부)
 
이러한 문제 인식에 따라 정부는 최근 비수도권의 중소·벤처·스타트업 지원 확대를 위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 벤처·스타트업의 40%가 비수도권에 위치하고 약 413만명(2022년 기준)을 고용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투자는 전체 벤처투자의 20%에 불과한 실정인데요. 정부는 재원 투입을 통해 비수도권 투자를 활성화하고 지역 소멸을 막겠다는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중기부는 2027년까지 1조원 규모의 '지방시대 벤처펀드'를 조성할 예정입니다. 비수도권 14개 시도에 최소 1개 이상의 벤처펀드를 설립하고, 올해 모태펀드 지방 계정 출자 규모를 역대 최대인 2000억원 규모로 확대했습니다. 아울러 행정안전부와 공동으로 매년 1000억원 규모의 '인구활력펀드'도 조성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운용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한 지역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수도권에 있는 운용사가 단순히 지방 펀드를 관리하거나 혹은 역량이 부족한 지역 운용사가 맡을 경우 자금이 지역 생태계에 제대로 연결되지 않고 단순한 투자금 분배에 그칠 우려가 있다"면서 "수도권의 대형 운용사가 지역에 거점을 마련하고 투자 및 인력 양성, 채용 등을 통해 지역 경제 생태계 구축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과 서울 집중으로 인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역 금융과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마련돼야 하는데요. 특히 투자 활성화를 통한 중소·벤처·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이 핵심 과제로 꼽힙니다. 한 지역 액셀러레이터(AC) 관계자는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기업들이 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지역에 정착해 인력을 확보하는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으나, 투자 단계로 넘어가면 지역의 투자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해 결국 투자를 받기 위해 수도권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지역 창업 활동이 투자와 지역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오승주 기자 sj.o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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