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유근윤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씨 2차 체포영장 재집행을 놓고 장고에 빠졌습니다. 주말 내내 경찰과 재집행 시기와 방식 등을 논의하고는 있지만, 2차 영장을 받은 이후 6일이나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오히려 윤씨에게 시간만 벌어준 준 꼴입니다. 이러는 사이 경호처 실세로 꼽히는 김성훈 차장은 경찰의 세번째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고, 오히려 공수처의 영장 집행에 비협조하겠다는 태도입니다. 윤씨 역시 안전상의 우려로 헌법재판소의 첫 변론기일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버티기에 돌입했습니다.
윤석열씨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12일 오전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공수처 현판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12일(오후 5시 기준) 공수처는 윤씨에 대한 체포영장 재집행 방법과 시기 등을 놓고 여전히 장고에 빠졌습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주말에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했지만, 공수처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2차 체포영장은 지난 7일 저녁에 발부됐습니다. 이날까지 공수처는 엿새째 고민만 하고 있는 겁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12월31일 1차 체포영장을 받아놓고도 나흘째인 3일 영장 집행에 들어간 바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대통령 경호처와 대치한 끝에 그냥 철수했습니다. 이후 4일부터 6일까지 재집행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즉 1차 체포영장 기한인 7일 중 단 한 차례 집행에 나섰지만, 그마저도 기회를 놓친 겁니다. 이에 대해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지난 6일 언론 브리핑에서 "그 정도로 강한 저항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당연히 (경호처의) 협조를 기대했었다"라고 했습니다. 공수처가 영장 집행을 안일하게 생각, 제대로 된 대응방안을 강구하지 않다가 윤씨 체포에 실패했다고 시인한 겁니다.
공수처로선 2차 체포영장 집행은 더욱 치밀하게 전략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주말 내내 경찰과 방안을 논의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공수처로선 앞선 체포영장 집행 때 코앞에서 윤씨를 놓쳐 이미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만큼, 2차 체포영장 집행엔 그야말로 조직의 운명을 걸 수밖에 없게 된 겁니다. 하지만 윤씨에겐 오히려 대응의 시간만 벌어주는 셈이어서 신속하고 과감한 영장 집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윤석열씨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윤석열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탄핵 기각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시스)
실제로 김성훈 경호처 차장은 경찰의 세번째 출석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지난 10일 박종준 경호처장이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사직하자 "자신이 경찰에 나가면 그 사이 경호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를 댄 겁니다. 김 차장은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여전히 갖고 있습니다. 김 차장은 경호처의 실세로 꼽힙니다. 윤석열씨와 그 배우자 김건희씨의 신임을 받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김 차장의 이같은 모습은 공수처의 2차 체포영장에 여전히 불응하겠다는 윤씨의 의중을 반영한 걸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윤씨가 헌재의 탄핵심판에 출석하려고 관저에서 나왔을 때를 노려 체포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윤씨는 이를 회피하기 위해서 오는 14일로 예정된 헌재의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하고 무한정 버티기에 들어갔습니다. 윤씨 법률대리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하기 위해서는 신변안전과 경호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창민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검경개혁소위원장)는 "시간은 윤석열 편이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보수가 결집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공수처가 신중을 기하는 것은 좋지만, 내란 혐의자인 윤씨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지체된다면 국민적 우려만 커지고, 반대로 보수에겐 결집할 여지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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