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불안에 밸류업 공시 미루는 '한국금융·삼성·대신'
한국금융지주·삼성·대신 "밸류업 공시 시기·내용에 대해 알 수 없다"
"기업금융 핵심역할 담당하는 종투사, 밸류업 선두에 나서야" 지적도
2025-01-09 15:28:29 2025-01-09 23:04:04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12·3 계엄 이후 이어지는 정국 불안에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밸류업(기업가치제고)이 동력을 잃고 있습니다. 특히 증권업계 내에서 모험자본 공급과 기업 성장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금융지주(071050)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인 삼성증권(016360), 최근 종투사 인가를 획득한 대신증권(003540)이 밸류업 공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습니다. 기업 성장 밸류체인에서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종투사의 밸류업 참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대 증권사(자기자본 기준) 가운데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은 곳은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 대신증권 등 3곳에 불과합니다. 한국투자증권은 비상장사이지만 한국금융지주를 최대주주로 두고 있습니다. 이들은 현재까지 밸류업 공시와 관련해 구체적인 시기나 내용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삼성증권의 경우 삼성생명(032830)이 최대주주로, 삼성그룹 차원의 밸류업 공시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밸류업 공시에 대해 "시기나 내용을 알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유안타증권은 삼성증권에 대해 "그룹사와 발맞춰 주주환원 정책의 방향성을 정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 역시 "시기나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내용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대신증권의 경우 기존과는 다른 주주가치 제고 계획에 대해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말 금융위로부터 종투사 인가를 획득했습니다.
 
세 곳의 대형 증권사를 비롯해 일부 증권사들의 참여가 미진한 데는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세제개편)가 부족하다는 점도 영향이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주주환원을 늘린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 등을 담은 세제개편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주주보호를 핵심으로 하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은 올해 다시 추진됩니다.
 
증권사들이 밸류업 시기와 내용에 대해 미정이라 밝혔지만 전통적으로 증권사들이 주주환원에 인색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주환원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늦어지는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됩니다. 정부 인센티브에 따라 밸류업 공시 내용을 저울질하려고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업 성장의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종투사가 밸류업 공시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효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들의 밸류업에 나서면서 기업금융의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는 종투사들의 밸류업 참여가 매우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의 중장기 수익성과 성장성 제고 측면에서 금융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정부가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중개하라며 종투사 인가를 내주었는데, 일부 종투사들이 밸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소극적인 중소형 증권사들도 실적 감소나 전략 실패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솔직하게 고백하고 설명하며 향후 주주가치환원계획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습니다.
 
대형 종투사를 비롯해 대기업과 금융업계에서 밸류업 정책이 이어진다면 상장사들에게도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자본여력이 넉넉한 종투사 같은 대형 기업들이 밸류업 공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소규모 기업들에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KRX) 홍보관에서 열린 2025 증권파생시장 개장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신년에도 밸류업 프로그램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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