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최근 4년간 '가스 중독' 구급차 출동만 14건"

지난달 가스 누출로 노동자 질식사"안전 개선 조치 제대로 이행 안돼"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가스누출에 따른 노동자 사망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최근 4년 간 당진공장에 가스 중독 사고로 구급차가 출동한 건수가 14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러 차례 예고가 있었지만 회사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중대재해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현대제철 중대재해 비대위가 3일 지난달 발생한 중대재해 사고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대제철 중대재해 비상대책위원회는 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발생한 중대재해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난달 12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는 지난달 12일 제강공장 부생가스 배관 기계 설비를 점검하던 50대 노동자가 가스누출에 따른 질식으로 사망한 바 있습니다.

 

비대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노동자의 혈중 일산화탄소 수치(COHb)는 82.2%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공기 중 일산화탄소 농도 1만2800ppm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질병관리청은 혈중 COHb 수치가 70% 이상일 경우 3분 이내 사망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공기 중 일산화탄소 농도에 따른 증상표 (캡처=질병관리청 홈페이지)

 

중대재해가 발생한 1제강1문 부근 LDG배관 신축이음관 균열 문제도 사건 발생 22일 전인 지난 11월20일 처음 확인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당시 일산화탄소 농도가 1000ppm에 달했지만 회사는 시설을 교체하지 않고 메탈본드 시공을 했습니다.

 

비대위는 "메탈본드 파단연신율은 4.6%에 해당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균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교체 시기를 4월로 늦게 잡아 가동을 계속했던 것이 중대재해로 이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신축이음관 정비 내역을 보면 △2021년 1건 △2022년 3건 △2023년 1건 등으로 지속적인 문제가 기록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신축이음관에 대한 보수작업표준 검토와 마련 작업을 추가로 하지 않았습니다.

 

비대위는 "사측은 당진 에너지 가스설비 배관 수리 작업표준(EIDV-002912)을 적용해 실시했다고 하지만 이 표준엔 일반적인 강관에 발생한 핀홀이나 균열에 대한 수리방법을 규정할 뿐, 신축이음관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비대위는 "현대제철 당진을 포함해 인천, 포항공장에서 지난 2010년부터 2022년까지 12년간 사망한 노동자는 49명"이라며 "수많은 개선제안과 고용노동부의 권고, 노동조합과 현장노동자들의 요구인 안전을 위한 개선조치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작년 11월22일 현장과 내부 검토를 거쳐 신축이음관을 교체하기로 하고 지난달 5일 제작품 구매를 요청했다"며 "구매절차와 제작, 납품에 통상 2, 3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신축이음관 교체시기를 4월로 결정했는데 그 과정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e-mail]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