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인턴 기자] 올해 저축은행업계는 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이후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경기침체 여파로 연체율이 8%대를 기록하며 건전성 지표가 크게 악화했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은 부실화 우려가 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신속한 정리를 압박하고 있는데요. 내년 상반기에는 부동산 PF 부실 리스크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축은행 업계가 건전성 회복의 실마리를 찾고, 업계 재편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지 주목됩니다.
저축은행 부실 PF 비중 35%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말 기준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총 71조2000억원에 달합니다. 상호금융 54조6000억원, 저축은행 16조6000억원으로, 전 금융권의 30%에 달합니다. 금융당국의 부실 부동산 PF 정리 압박이 본격화하면서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은 각각 4조4000억원, 1조2000억원을 정리해 9월말 기준 총 65조6000억원으로 줄었습니다.
다만 여전히 저축은행의 부실 부동산 PF 비중은 높은 상황입니다. 금융권 전체 부동산 PF 익스포져 210조4000억 중에서 부실 부동산 PF 사업장은 총 22조9000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업권별로 △상호금융 10조9000억원 △저축은행 4조4000억원 △증권 3조8000억원 △여신전문금융 2조7000억원 △보험 7000억원 △은행 4000억원 등으로 상호금융에 이어 저축은행이 금융권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부실 부동산 PF 비중이 35% 수준으로 전체 업권 중 가장 높습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부동산 PF 사업에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안국저축은행과 라온저축은행에 경영개선권고 형태의 적기시정조치를 6년만에 내렸습니다.
금융감독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16조2000억원 규모의 부실 사업장을 정리·재구조화할 계획입니다. 앞서 4월부터 부동산PF 사업성 평가의 객관성·합리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왔습니다. 5월엔 PF 사업성 평가 분류를 3단계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 우려)로 세분화했습니다. 부실 우려(D등급) 사업장은 상각 또는 경·공매를, 유의(C등급)는 분양가 조정 등으로 정리·재구조화를 유도했습니다.
이후 6월 PF 사업성 평가 신기준으로 연체, 연체유예, 또는 만기연장 3회이상 등 부실이 진행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하여 1차 평가를 마치고, 9월말 2차 평가에서 모든 부동산 PF 사업장에 신기준을 적용해 부실 PF 정리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저축은행은 전체 부실 부동산 PF 중 16.7%만 정리·재구조화를 했다. 이는 새마을금고(29%), 증권(20.7%), 상호금융(17.7%) 등에 비해 구조조정 이행률이 가장 낮은 수치다. 사진은 서울 가로수길 상가에 임대 문구가 부착된 모습.(사진=뉴시스)
탄핵 국면에 저축은행 PF 정리 미지수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금융당국 압박에 따라 부실 부동산 PF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탄핵 국면에서 부동산 정책 차질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부실 부동산 PF 정리가 빠르게 진행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한국은행은 지방 부동산을 중심으로 추가 PF 부실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미분양주택 물량은 수도권이 1만4000가구인 반면, 비수도권은 5만3000가구로 전체 미분양주택 물량의 약 80%를 차지했습니다. 초기분양률도 수도권은 70%에 달하지만, 비수도권은 45%에 그쳤습니다.
한은은 "최근 수도권에 비해 지방은 부진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어 지방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추가 부실 우려가 있다"면서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되면 공사 대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하면서 해당 프로젝트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2019~2020년 중에는 비주택 건물에 대한 착공이 크게 증가했다"며 "최근 경기 둔화 등으로 상가 수요가 감소하면서 비주택 부동산 시장이 더욱 위축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PF 관리 강화 기조에 사업성이 떨어지는 PF를 정리 중"이라면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정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10월 저축은행은 전체 부실 부동산 PF 중 16.7%만 정리·재구조화를 했는데요. 이는 새마을금고(29%), 증권(20.7%), 상호금융(17.7%) 등에 비해 부동산 PF 구조조정 이행률이 가장 낮은 모습입니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 압박을 넣어도,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성화돼야 PF 정리에 속도가 날 것"이라며 "당국의 압박으로 정리가 안 되는 PF는 가격을 낮추지만, 가격을 계속 낮추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4일 안국저축은행과 라온저축은행에 경영개선권고 형태의 적기시정조치를 내렸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주택 밀집지역(사진=뉴시스)
유영진 인턴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