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유통)알테쉬 침공부터 탄핵까지…유통가 '고난의 한 해'
C커머스 공습·정국 리스크 파장…악재 연이어
온·오프라인 채널 가릴 것 없이 부담 가중
반등 실마리 찾지 못한 유통가…당분간 체감 경기 악화 불가피
2024-12-27 15:20:32 2024-12-27 16:55:26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2024년 갑진년은 유통가에 있어 '고난의 한 해'였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뜩이나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소비 침체 양상이 뚜렷한 분위기 속에, 감당하기 어려운 악재들마저 연이어 터지면서 오프라인, 온라인 가릴 것 없이 업계 숨통을 더욱 조인 까닭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년째 유통 업계는 이커머스 시장의 급부상과 오프라인의 부진이 두드러지는 양극화 양상을 보였지만, 올해는 온라인 성장에도 제동이 걸렸는데요. 여기에는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쉬인 등 이른바 '알테쉬'로 대표되는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 업체들이 염가 제품들을 토대로 국내 유통 산업을 직격한 탓이 컸습니다.
 
게다가 연말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 정국 리스크가 이어지면서 업황에 예기치 못한 치명상을 입힌 것도 결정적이었는데요. 이미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분위기 속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새해에도 유통 업계 전반에 걸친 부담 가중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C커머스, 국내 온라인 유통 초토화
 
일단 올 한 해 국내 유통 업계의 주요 화두는 C커머스의 국내 시장 공습입니다. C커머스의 선봉에 나선 알리, 테무 등은 그동안 국내에서 보지 못한 염가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우며 공산품을 중심으로 우리 유통 시장을 사실상 초토화시켰고, 이 같은 움직임은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제작=뉴스토마토)
 
이 같은 C커머스의 고속 성장세는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27일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의 '2024 모바일앱 총결산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1~10월 종합몰 앱 사용자 수 순위에서 쿠팡이 3117만명으로 1위를 기록했고, 알리익스프레스는 848만명으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또 11번가는 748만명으로 3위, 테무는 721만명으로 4위, G마켓은 540만명으로 5위로 뒤를 이었습니다.
 
주요 C커머스 플랫폼이 2위와 4위에 올라선 것인데요. 전년 대비 이용자 수 증가율을 살펴보면 더욱 놀라운 수준입니다. 알리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68% 증가했고, 테무는 무려 179%나 치솟았습니다. 같은 기간 쿠팡이 7% 증가하는 데 그치고, 11번가와 G마켓은 각각 15%, 14%씩 감소한 것과 대비됩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C커머스가 선두권을 휩쓰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분석인데요.
 
이 같은 C커머스의 영향력 확대는 엄청난 물량 공세 기반의 저가 마케팅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게다가 공산품뿐만 아니라 신선식품이나 패션 잡화까지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현지화 작업에도 속도를 붙이고 있는데요. 서민들 입장에서는 품질이 다소 낮다 해도 C커머스 제품들의 가격 경쟁력이 국내 플랫폼 대비 워낙 뛰어나다 보니 이에 대한 충성도 역시 점점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여기에 지난 여름 '큐텐(Qoo10)' 계열사 '티몬·위메프(티메프)' 판매자(셀러) 정산 지연 사태가 유통 시장을 넘어 사회적 이슈로 비화되며, 이에 따른 피해가 확산된 점도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는데요.
 
대형 플랫폼의 갑질 관행, 불공정 정산, 자금 유용 및 감시 시스템 부재 등 이커머스 업계에서 절대 발생하지 말아야 할 부조리한 사안들이 총체적으로 터지면서, 상대적으로 C커머스에 비해 높았던 우리 업계 신뢰도에도 치명상을 입혔습니다. 상대적으로 C커머스의 영향력을 더욱 막강하게 만드는 악재로도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연말 정국 리스크, 연명하는 오프라인 채널 숨통 더욱 조여
 
유통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된 데는 비단 C커머스의 공습뿐만 아니라 연말 터진 불법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국 리스크가 지속된 점도 한몫했습니다. 특히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시장의 경우 이미 고물가, 고금리 기조 고착화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현상이 강해지면서,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던 실정이었는데요. 여기에 예기치 못한 정치적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유통 시장의 부담이 한층 커진 겁니다.
 
실제로 오프라인 유통 산업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는 실정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국내 주요 23개 유통 업체 매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8% 증가한 16조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온라인 매출이 11.8% 늘며 전체 오름세를 견인한 데 따른 것입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이 포함된 오프라인 매출은 3.9%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제작=뉴스토마토)
 
특히 업태별 매출 구성비를 살펴보면 온라인은 53%, 오프라인은 47%를 나타냈는데요. 온·오프라인 유통 간 5%포인트 이상 격차가 벌어진 것은 지난 6월 이후 5개월 만입니다.
 
'K-푸드'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며 비교적 '잘 나간' 식품 업계 역시 계엄 리스크로 울상을 짓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해외 판로 마련에 힘을 실어야 하는 업계 입장에서 정치 리스크 지속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어서죠.
 
물론 유통 업계 전반에 있어 12월 중순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혼란했던 탄핵 정국은 일단락됐지만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벗어난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 업계 중론입니다. 이미 국내 유통 시장의 체력이 저하될 대로 저하된 상황이고, 극복해야 할 현안들 역시 산적해 있는 상황인데요. 최소 내년 초까지는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업황 회복이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500개 소매 유통 업체들을 대상으로 이번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 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망치는 80으로 조사됐습니다. RBSI가 100 이상일 경우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인데요.
 
올해 RBSI는 1분기 79에서 2분기 85로 반등했지만 3분기 82, 4분기 80으로 계속 낮아지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여기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당분간 소매 유통 업계의 체감 경기는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가 마무리되면서, 유통 시장도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올해의 경우 경기 침체 장기화로 오프라인 시장이 고전하고, 그간 고공 성장해온 국내 이커머스 업계 역시 C커머스의 진입으로 성장세가 생각보다 주춤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교수는 "하지만 이 같은 어려운 흐름에도 편의점 등 뛰어난 접근성을 확보한 채널들의 경우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번 시기가 오히려 유통 업황 전반의 소비자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업계가 고난의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흐름을 고려해 향후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다소 한산한 분위기의 서울 중구 명동 거리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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