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티몬과 위메프 외 다른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각종 루머가 떠돌고 있습니다. 이커머스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대된 결과로 읽힙니다. 재무 구조가 취약한 곳들이 '제2의 티메프'로 거론되는 가운데 해당 업체는 입장문을 내고 판매자들에 대한 대금 정산 주기를 단축하며 논란 진화에 나섰습니다.
새벽배송 업체 컬리는 지난 27일 입장문을 통해 "최근 컬리와 관련해 대표 해외 도피 등 근거 없는 소문이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소문을 부인했습니다. 이어 "현재 컬리의 현금 유동성 등 재무 구조는 안정적"이라며 "허위 사실 유포 시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김슬아 컬리 대표가 채무로 인해 해외로 도피했다는 소문을 일축하고 나선 것입니다. 재무 구조 안정 언급은 티메프 사태 이후 도마 위에 오른 이커머스 업체의 재무 건전성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컬리는 지난 2014년 설립 이후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해 왔습니다.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2분기 9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은 판매대금 정산 지연 의혹에 대한 해명을 내놨습니다.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의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상 자본총계가 -7989억원으로 자본잠식에 해당한다는 지적과 함께 정산금 지연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버킷플레이스는 "오늘의집이 판매자 정산금을 미지급하고 있다는 등 근거 없는 소문이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어 바로잡는다"며 "그동안 충분한 유동자금을 기반으로 월 2회 정산을 진행해 왔다. 지난 8월 초에는 파트너사를 위해 정산금 선지급을 진행한 바 있다"고 밝혔습니다.
자본잠식에 대해서는 회계기준을 일반회계기준(K-GAAP)에서 국제회계기준(K-IFRS)으로 변경하면서 투자유치 당시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가 부채로 인식된 점에 따른 착시라는 설명입니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채권처럼 만기에 투자금 상환을 요청하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주식을 말합니다.
티메프 사태 피해자 모임 단체 소비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검은우산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기에 버킷플레이스는 오늘의집 정산 주기를 월 2회에서 일정산으로 변경하는 강수를 뒀습니다. 기존에는 매월 1~14일 구매 확정 정산금은 20일에, 15일부터 말일까지의 구매 확정 정산금은 다음 달 5일에 지급했으나, 내달 중 소비자 구매확정일로부터 2영업일에 대금을 정산하는 시스템으로 변경할 계획입니다.
10년 넘게 업력을 이어온 티몬과 위메프가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미정산 피해를 낳으면서 판매자들 사이 정산 여부 불안감은 극대화됐는데요. 특히 이커머스 업체 대부분이 안고 있는 취약한 재무 구조와 일부 업체의 긴 정산 주기는 불안을 키우는 요소입니다.
더욱이 정산 이슈는 이커머스를 넘어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 관측입니다. 판매자와 유통업자의 사슬이 촘촘하게 얽힌 유통업계에서는 정산 문제는 이커머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TV홈쇼핑 업체 CJ온스타일이 내달 판매분부터 협력사 대금 지급 주기를 평균 12일에서 7일로 단축하고, 현금 선지급률을 80% 이상으로 높였습니다. 정산 필수조건인 매출 초과 조건도 삭제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적절한 가이드라인 내에서 정산 주기 단축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돼버렸다"면서 "적자에도 높은 성장성으로 주목을 받았던 이커머스 업체들은 티메프 사태를 기점으로 수익성을 부각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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