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DB하이텍이 선도적으로 밸류업 보고서를 내놨지만 주주 이해상충 문제가 걸립니다. 강제지주전환 회피 의혹으로 외부주주와 마찰을 겪은 바, 관련 해법이 담기지 않은 채 문제가 상존하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자사주를 15%까지 매입하는 방안을 내세웠지만, 이 또한 소각하지 않음으로써 이해상충 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7일 DB하이텍 주가는 지난 14일 밸류업 보고서를 발표한 이후에도 약세를 보입니다. 14일 종가에 비해 전날 종가는 5.2% 하락한 수준입니다. 주가는 3년내 저점 언저리에 머물고 있습니다.
밸류업보고서의 대표적인 주주친화정책은 자사주 매입 계획입니다. 회사는 배당성향을 확대하면서 자사주를 현 6%에서 15%까지 확대해 주주환원율을 30% 이상 유지하겠다고 했습니다. DB손해보험(15.19%)처럼 자사주를 늘리겠다는 방침입니다.
이와 관련, 최근 경제개혁연대는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규제 대상 관련 배당권이 없는 자사주를 활용해 동일인 및 그 친족들이 지분 합산 규제(20%)를 회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사례 중 하나로 DB손해보험을 들었습니다. BD손해보험의 해당 특수관계인 지분이 18.1%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지만 자사주가 15.19%나 돼 총발행주식 중 자사주를 빼면 규제대상이 되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마찬가지로 DB하이텍도 자사주를 늘리면 지배주주는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통상 자사주를 대량 보유하면 지배주주와 달리 소액주주는 그만큼 비중이 줄어듭니다. 회사가 소액주주 주식만 장중 매입하기 때문입니다. 그 재원도 주주 공통 자산인 배당가능이익인데 결과적으로 지배주주에게 유리합니다. 매입할 때만 매수세가 강해질 뿐 소액주주는 시세차익을 취하거나 배당권 중 택일해야 합니다. 반면, 지배주주는 소액주주 비율이 줄어들어 의결권과 배당권리 모두 강화됩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권리 모두 확대되는 결과와 다릅니다.
자사주를 매입만 하면 지배주주의 이해상충 행위를 견제할 주주활동 역시 약화됩니다. 지난해 사모펀드 KCGI가 DB하이텍 물적분할(팹리스)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린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국감에서도 다뤄졌습니다. 지주회사 전환 규제를 회피하려 물적분할 시도 등 이해상충한다는 문제였습니다. 당시 KCGI가 직접 지분을 매입하면서 분쟁 강도를 높였는데, 자사주 매입은 외부주주로부터 간섭을 줄일 수 있습니다.
KCGI는 작년 연말 일부 주식을 팔아 분쟁은 완화됐지만 강제지주전환 이슈는 상존합니다. DB그룹이 지주전환하면 지주행위제한 규정에 따라 DB하이텍 주식을 현재 18.68%에서 30%까지 늘려야 해 관련 재원이 필요합니다. 회사는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투명한 해법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소액주주모임 관계자는 "코리아디스카운트 원인이 된 지주사의 상속세와 비슷하게 강제지주전환 이슈 역시 주주들이 디스카운트 요인을 감수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간 재계에선 지주회사의 자회사 주식비율을 맞추고자 인적분할 시 자사주 부활 방법을 써왔습니다. 이 역시 이해상충 문제로 밸류업을 저해하자 금융위원회는 자사주 활용 금지 방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하지만 상장사협의회가 재산권 침해라며 반대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선 자사주를 의무소각하는 법안도 발의된 바 있습니다. 자사주를 소각해야 주주환원정책에 부합한다는 취지입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사주 매입보다는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이 좋다”며 “배당을 하게 되면 배당세도 16% 내게 된다. 배당을 하는 것보다는 주식 소각이 가장 좋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는 것은 지배주주의 사익편취에 악용될 개연성이 크다”며 “따라서 (이번 보고서는)밸류업이 아니라 밸류다운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논평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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