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부터 때린 트럼프…속내는 '제조업'
"미국 전통적 협상술 '디코이'…한국 기업 타격 불가피"
2025-07-08 18:19:42 2025-07-08 20:31:55
[뉴스토마토 유지웅·김태은 기자] 쌀·소고기 시장 개방부터 정밀지도 반출 요구까지, 한·미 관세협상에서 '비관세 장벽'이 정면에 떠올랐지만 본질은 '제조업'입니다. 하나하나가 민감하고 폭발력 있는 사안인 탓에 우리 정부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요. "이 중 하나를 양보할 테니, 제조업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하라"는 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술입니다. 지난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도 보여준 '디코이'(미끼) 전략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비관세장벽 충격 후 '제조업 투자·이전 압박' 노림수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만약 한국이 무역 시장을 개방하고 관세·비관세 장벽을 제거하려 한다면 우리는 이번 조치(상호관세율 25%)에 대한 조정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한국은 FTA 체결국으로서 미국과의 관세가 '0'에 가깝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요구한 건 '비관세 장벽' 철폐뿐인데요. 그간 미 측이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지적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 쌀 수입 확대, 미국 기업의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수입 등입니다.
 
그러나 이번 서한의 진짜 목적은 '미국 제조업 부흥'에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 온 가치이자, 관세전쟁의 명분인데요. 그가 일본 등 다른 국가에 보낸 서한 내용은 국가명·수취인·관세율 수치를 제외하면 한국에 보낸 서한과 사실상 같았다는 점이 이를 방증합니다.
 
쌀·쇠고기 등 비관세 장벽 철폐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 내 제조업 생산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고강도 압박 전략이라는 지적입니다. 
 
실제 지난 2007년 한·미 FTA 협상에서도 같은 전략이 펼쳐졌습니다. 미국은 협상 초반에 쌀·소고기 시장 개방을 전면에 내세웠고, '쌀 제외'를 양보 카드로 활용해 축산품 관세 철폐를 상당 부분 관철했습니다. 이어 승용차 관세를 즉시 0%로 낮추고, 경트럭 관세는 단계적으로 철폐해 자동차·제조업 분야에서도 유리한 조건을 확보했습니다.
 
이번 서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알다시피 한국 기업이 미국 내에서 생산하기로 한다면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필요한 승인 절차를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즉 수 주 내에 처리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한국에 보낸 서한이 일본에 보낸 서한과 거의 같다는 건 결국 관세·비관세 장벽 얘기는 의례적 수준일 뿐이며, 미국이 원하는 것은 자신들이 보고 즐거워할 만한 '실질적 성과'를 내놓으라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핵심은 두 가지로, 하나는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미 투자를 늘리라는 것"이라며 "대미 투자는 국민연금이나 한국투자공사(KIC)가 보유한 해외 투자 자산 중 미국 비중을 늘리는 방식이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신 명예교수는 대미 협상에서 가장 난관으로 꼽히는 품목별 관세에 대해 "정확히는 국가안보 관세"라며 "상호관세는 대미 무역 흑자가 큰 나라에 높은 관세율을 부과해 무역 적자를 줄이려는 목적이지만, 품목관세는 완전히 다른 성격"이라고 짚었습니다.
 
상대국 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자국 산업을 살리겠다는 것이 품목관세의 목적이고, 이 부분에서 양보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우리 기업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 경내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에서 국가별 상호관세 발표 후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25% 상호관세를 산정했다. (사진-뉴시스)
 
연방부채 부담 속 '제조업 부흥'에 사활
 
박상기 한국협상학회 부회장은 미국이 요구하는 사안을 쪼개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투자를 요구하는 배경엔 '고용 창출'이 있다"며 "고용창출은 꼭 공장을 짓는 방식만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더 구체적으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안정을 얻어야 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미국 경제 구조상 관세는 지속하기 어려운 수단인데도, 트럼프는 관세를 디코이(미끼)로 삼아 상대국을 압박해 성과를 내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연방부채 규모가 커서 정부 재정만으로 제조업 부흥을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대국에 강한 압박을 가한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관세에 민감하다는 점을 노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부회장은 한·미 FTA 협상 당시에도 미국이 '디코이 전략'을 구사해 지식재산권, 투자자 보호 등 핵심 이익을 챙겨갔다고 언급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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