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의 미디어 비평)KBS 수신료 분리징수와 아파트 관리비
2024-06-18 06:00:00 2024-06-18 06:00:00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 KBS는 1961년 ‘국영’ 텔레비전 방송으로 개국했다. 국영방송 KBS는 1963년부터 ‘국영TV방송법 시행령’에 따라 TV 수상기를 갖고 있는 가구에 대해 월 100원의 시청료를 징수했다. 1981년 컬러TV가 보급되면서 컬러TV에는 월 2,500원, 흑백TV에는 월 800원을 받다가 3년 뒤 흑백TV에 대한 시청료는 폐지됐다. 
 
그 당시 시청료는 KBS 직원들이 집집마다 방문해 TV 수상기 보유 여부를 확인한 뒤 받아갔다. 시청료를 내지 않으려고 TV수상기를 장롱 안에 감춰둔 집도 있었는데, 전두환 정권시절인 80년대 중반부터 ‘땡전뉴스’로 전락한 KBS에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면서 전국에서 시청료 거부운동까지 격렬하게 벌어졌다. “어용방송 KBS 뉴스는 보지도 않는데 왜 시청료를 내야하나”는 여론 때문에 정부는 ‘시청료’라는 이름을 ‘TV수신료'로 바꾸기도 했다. 그래도 징수율이 갈수록 떨어지자 정부가 낸 묘책이 ‘전기요금 통합징수’다. 1994년부터 한국전력이 각 가정마다 예외 없이 징수하는 전기요금과 합쳐 시청료를 받아간 것이다. KBS 직원이 일일이 가정방문을 해야 하는 비용도 줄이고 모든 가구로부터 쉽게(강제로) 수신료를 받아낼 수 있게 됐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이렇게 국민들이 내는지 안내는지도 모르게 받아가는 ‘전기용금-시청료 통합징수’ 방식이 30년만에 사라지게 됐다. 
 
윤석열 정부가 TV수신료(시청료) 분리징수 방침을 밝힌 뒤 우여곡절을 겪던 수신료 징수 방식이 마침내 ‘아파트 관리비 징수’로 결론났다. 아파트 관리비에 TV수신료 항목을 넣어 관리실에서 이를 받아내도록 한 것이다. 정부의 분리징수 방침에 따라 KBS가 한전, 아파트관리자 단체들과 징수방식을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지지부진해지자 결국 정부가 나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을 고치고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해 징수토록 한 것이다. 
 
한전의 전기요금 통합징수가 아파트 관리실 징수로 바뀌면 징수율이 다시 높아질까? KBS의 고민은 커져만 간다. KBS의 한 해 수입 중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50%정도로 절대적이다. 나머지 수입은 정부나 기업의 광고·협찬, 프로그램 판매에서 나온다. 지난해 전기요금 통합징수가 중단되면서 이미 징수율이 크게 떨어져 KBS 경영상태는 말이 아니다. 앞으로도 수신료 수입이 줄어들 것을 대비해 KBS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기자와 PD들에게까지 광고·협찬 영업 참여토록 하는 제도를 시행키로 했다. 공영방송 KBS 기자와 피디들이 취재보도이라는 본업이 아닌 광고·협찬 영업을 뛰게 생겼다. 
 
인터넷에는 벌써부터 ‘수신료 안내는 법’에 관한 글이 돌고 있다. 강제적인 전기요금 통합징수가 아니라 아파트 관리실 징수 방식이니 수신료 거부가 쉬워진 것이다. 요즘은 IP TV, 넷플릭스 같은 OTT서비스, 유튜브, 수많은 방송 채널로 인해 KBS를 시청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어 수신료 회피 또는 거부는 더 거세질 것이다. 국민들은 KBS가 윤석열 정부 들어 ‘땡윤방송’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과거 80년대 ‘땡전뉴스’로 불붙은 시청료 거부운동 때와 비슷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수신료 징수율이 낮아지면 KBS 경영악화는 피할 수 없다.  
 
매달 수신료 2,500원을 내지 않으면 작은 금전적 이득을 보겠지만, 아무 대책없는 정부의 수신료 분리징수로 국민들은 공영방송이 주는 더 중요한 이익을 누리지 못하게 될 것 같다. 공영방송은 사주나 특정 계층·성향의 국민들을 위해 전파를 쓰는 상업방송 혹은 사영방송과는 다르다. 국민통합과 공공의 이익이라는 특별하고 중요한 역할이 있다. 달달하고(선정적이고) 짭짤하고(자극적이고) 맛있는(재밌는) 방송은 아니지만 ‘국민 건강에 좋은’ 방송을 하는 것이 공영방송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공영방송 KBS가 이미 ‘땡윤뉴스’의 관영방송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많은데,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상업방송으로 타락의 길을 걷게 될까봐 더 걱정이다. 
 
김성재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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