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전기차 시장 확대에 발맞춰 초급속 충전기 보급이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안전관리 기준은 여전히 답보 상태로, 운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까지 전기차 충전기를 50만대까지 늘릴 계획으로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초급속 충전기를 15기 이상씩 설치할 예정입니다.
송도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전기차 충전소 '이피트'.(사진=현대차)
현대차(005380)그룹은 전기차 초고속 충전 서비스 이피트(E-pit)를 내년까지 현재 두 배 수준인 500기로 확대합니다. 이피트는 최대 출력 350㎾의 초고속 충전이 가능합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케피코는 350㎾급 초급속 충전기 '블루 플러그'를 연내 이피트에 공급할 예정입니다.
테슬라도 국내에서 최대 출력 250㎾급 '슈퍼차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충전기는 충전속도에 따라 완속 3~7㎾, 급속 50~200㎾, 초급속 300~350㎾로 나뉩니다. 400㎞ 주행 시 필요한 배터리를 80% 충전하는 데 100㎾급 급속충전기가 1시간 정도 소요된 것과 비교해 350㎾급 초급속 충전기는 약 20분 만에 충전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350㎾ 이상 초급속 충전기에는 '국가통합인증(KC인증)' 기준조차 없는 상황인데요. 국제적으로 급속충전기 인증 표준은 200㎾급에만 존재합니다.
국내에서도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에 따라 안전확인대상 품목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전기차 충전기는 정격용량 200㎾ 이하 충전기만 해당됩니다. KC인증 기준이 없는 초급속 충전기는 안전확인대상 품목에서 빠져 있죠. 현재 350㎾급 초급속 충전기는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진행하는 사용전검사나 자체 시험성적서 발급을 통해서만 안전관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350㎾급은 KC 인증 장비나 환경 조성이 안 돼 있어 200㎾ 이상 충전기는 자체 시험으로 갈음하고 있다"며 "국제 표준도 200㎾로 현재 국가기술표준원이 안전기준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2019년 2월 100㎾에서 200㎾로 관리대상 용량을 확대한 이후 2022년 9월 500㎾까지 확대를 추진했습니다. 실제 시험기관인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은 지난해 말 200㎾를 초과하는 전기차 충전기에 대한 KC 안전기준 개정안을 개발했지만 아직까지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국제적으로 급속충전기 인증 표준은 200㎾급에만 존재하는 상태인데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안전기준을 500㎾로 확대하면 도태될 수 있어 법 개정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슈퍼차저가 250㎾인데 우리나라만 기준을 올리면 다시 인증을 받아야 한다"며 "미국과의 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초급속 충전기 안전기준은 아직 완전하지 않다"며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것처럼 충전기도 새로운 기술 개발과 함께 국제 협약 및 공조를 통해 주도권을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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