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소득양극화가 기업 내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보수격차도 벌어지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격차가 큰 건 성과보수 때문인데요. 그동안 성과보수의 모호한 지급 기준으로 인해 보수 책정의 적정성 논란도 많았습니다. 사상 첫 노조 파업을 앞둔 삼성전자 역시 이사 보수가 직원보다 17배 컸습니다. 이에 노조는 직원 성과급 체계 개편을 요구하고 나서 불만이 표출됐습니다.
4일 각사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직원 1인 평균보수는 1억2000만원입니다. 2021년 1억4400만원, 2022년 1억3500만원으로 3년간 감소해왔습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도 2022년 1억3300만원에서 작년 1억2100만원으로 줄었는데 상대적으로 덜 감소해 작년엔 삼성전자를 추월했습니다. 삼성전자 직원으로선 보수가 감소한 데다 경쟁사 대비 적게 받는 불만이 생깁니다.
삼성전자 내 이사 보수도 3년간 36억원대에서 작년 21억원대까지 급감했습니다. 이에 직원보수와의 금액격차도 같은 기간 34억원대에서 19억원대로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이사 보수는 여전히 직원보다 17배(1660%)나 커 양극화가 부각됩니다. 이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도 비교되는 수준입니다. SK하이닉스는 작년 6배(521%) 정도 격차를 보였습니다.
SK하이닉스의 이사 보수도 2022년 14억100만원에서 작년 7억5200만원까지 감소했습니다. 성공보수가 많은 이사 보수 체계의 특성상 실적이 감소한 여파는 이사가 직원보다 컸습니다.
실적이 개선된 현대차의 경우 3년간 직원과 이사 보수 모두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그 속에 이사와 직원간 보수 격차가 벌어졌습니다. 2022년 11억1600만원이었던 이사와 직원간 보수 금액격차는 작년 13억4700만원을 찍었습니다. 역시 이사 보수 내 성공보수가 큰 까닭으로 풀이됩니다.
LG전자는 이사와 직원간 보수 격차가 3년간 4억원대에 머물러 앞선 3사보다 작은 편입니다. 재계 4위권내 분포한 계열사들 중에서도 이사보수에서 상당한 차이가 납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평균 두 자릿수(10억원 이상), SK하이닉스와 LG전자는 한 자릿수를 보입니다.
이들 4개사를 합산한 3년간 이사 1인 평균 보수는 13억5300만원, 직원 1인 평균 보수는 1억17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직원과 이사 보수간 격차는 금액으로 12억3600만원, 배율로는 11배(1059%)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반도체 장비,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사 중에서도 보수 격차가 보입니다. 코스텍시스템, 윈팩, 한미반도체 3사의 3년간 합산한 임직원 평균 보수를 계산한 결과, 직원 보수에 비해 이사 보수가 6배(499%), 미등기임원 보수는 2.5배(152%)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평균을 높인 곳은 한미반도체입니다. 코스텍시스템이나 윈팩의 경우 직원과 이사 보수 격차가 평년 1억원을 넘지 않았으나 한미반도체만 6~7억원대였습니다. 원청 못지 않게 협력사들 또한 매출이나 자산에 비례해 보수 격차가 컸습니다. 지난해 3사의 매출은 윈팩, 코스텍시스템, 한미반도체 각각 862억원, 268억원, 1590억원이었습니다. 이를 보면, 매출에 비해 이사 보수가 과도하게 차이나는 배율도 포착됩니다.
한편, 상법에서는 보수 결정 권한을 주주에게 부여하고 있으나 실무적으로는 주주총회에서 보수 한도만을 결정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이사 보수 책정의 적정성 문제가 시장에서 줄곧 지적돼 왔습니다. 근래 주주활동이 강화된 국민연금이 이사 보수 안건에 반대하는 경우도 늘어났습니다. 이사 보수 책정 기준이 불투명하거나 과도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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