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과 우유산업)②껑충 뛴 우윳값…떠나는 소비자
낙농진흥회, 원유 가격 협상 11일 개시
유업계, 동결 기대…우유 생산비는 4.6%↑
지난해 밀크플레이션 여파…올해는?
2024-06-04 17:06:15 2024-06-04 17:11:14
 
[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우유 원유(原乳) 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회의 협상 테이블이 오는 11일 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원유 가격 인상 여파로 유업체들이 시중에 판매하는 유제품 가격을 잇달아 올리면서 소비자 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올 하반기 '밀크플레이션' 사태 심화 여부에 눈길이 쏠립니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이사 7인으로 꾸린 협상 소위원회를 약 한 달 동안 운영합니다. 낙농가와 유업체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통상 8월부터 적용되는 원유 기본 가격을 그해 6월에 정합니다. 상황에 따라 해를 넘겨 타결되는 경우도 있으며, 원유 가격 인상률이나 소급 적용 여부도 천차만별입니다.
 
지난해 마시는 우유(음용유용 원유)는 리터(ℓ)당 996원에서 88원 올라 1084원으로 1000원을 돌파했으며, 치즈, 연유 등 가공 유제품에 사용되는 가공유용 원유는 800원에서 87원 인상된 887원으로 정해졌습니다.
 
2013년 원유 생산비 증감분을 원유 가격에 반영하는 연동제 도입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상승액입니다. 당시 834원이었던 원유는 940원으로 106원 뛰었습니다.
 
원유 가격은 2014년과 2015년 동결을 거쳐 △2016년 8월 922원 △2018년 8월 926원 △2021년 8월 947원 △2022년 10월 999원으로 올랐습니다. 지난해부터 용도에 따라 가격을 달리 책정하게 되면서, 당해 9월까지 음용유용 원유는 996원, 가공유용 원유는 800원을 보였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지난해 큰 폭의 원유 가격 인상 여파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유업체들은 원가 부담을 이유로 일제히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섰는데요. 서울우유협동조합은 '나 100% 우유(1ℓ)'의 출고가를 대형할인점 기준 3% 올렸으며, 남양유업은 '맛있는 우유 GT(900㎖)'를 4.6% 인상했습니다. 매일유업과 동원F&B, 빙그레 등도 유제품 가격을 올렸습니다.
 
이에 유제품 소비자 물가는 크게 뛰었습니다. 통계청 수치를 보면, 지난해 우유 소비자물가지수는 118.13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9.9% 상승했습니다. 분유(6.8%), 발효유(12.5%), 치즈(19.5%), 아이스크림(10.8%) 등의 물가 상승률이 평균치인 3.6%를 크게 웃돌면서 밀크플레이션이 가시화됐죠.
 
원유 가격이 오르면 유업체 입장에서 가격 인상 여지가 있지만,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이 커지는 데다 원가 부담을 감당하기 버거워진다는 점에서 유업계는 올해 원유 가격 동결을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정부가 국제 곡물가격 안정세를 언급한 것이 그 배경입니다.
 
한 유업체 관계자는 "곡물가격은 젖소를 기르는 데 필요한 사료의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정부가 곡물가격 하향을 애기하며 식품업체에 가격 인하를 권고한 바 있는 만큼 원유 가격을 크게 올릴 명분도 줄어든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원유 가격은 생산비와 수급 상황을 함께 고려해 결정합니다. 지난해 우유 생산비는 1리터당 1002.85원으로 1년 전에 비해 4.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음용유 사용량은 1772만5000톤에서 169만톤으로 2% 감소하면서, 생산비 상승분의 0~60%인 0~26원(리터당)을 원유가격에 반영하는 범위에서 협상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2일 경기 고양시 일산 문화광장에서 열린 '밀크 앤 치즈 페스티벌'에 참석해 유제품을 시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 또한 고물가 상황을 감안해 원유 가격 인상을 최소화할 방침입니다. 동결 또는 최소 수준에서 인상하도록 중재한다는 계획입니다. 최근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낙농업계와의 만남에서 "고물가 영향으로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은 만큼 원가 절감 노력을 통해 국민들에게 저렴한 유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우유 가격 지속 상승에 따른 소비자 부담 확대와 더불어 수입산 우유를 찾는 손길이 늘어난 가운데 국산 우유가 가격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업계의 어려움은 저출산 문제에서 비롯된 점도 있지만 원유 가격에 대한 부담도 주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원유 가격이 매년 오르다 보니 업체들은 이를 토대로 우유 가격을 계속 올리고,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전달되는 구조"라고 실태를 꼬집었습니다.
 
이어 "고물가 기조로 소비자들은 저렴한 우유를 찾는데 업계는 가격을 올리다 보니 소비자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국나 우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충범·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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