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경영권 분쟁', 구본성 전 부회장 승리
구본성 장남 사내이사 선임 건 통과
새 대표이사에 장녀 구미현 씨 유력
아워홈 매물로 나올까…지분 매각 '촉각'
2024-05-31 15:50:30 2024-05-31 17:22:57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남매 간의 다툼으로 아워홈이 구지은 현 부회장 체제 3년 만에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장남과 장녀가 손잡고 막내동생인 구 부회장을 몰아낸 것인데요. 이들은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아워홈 매각 여부와 새 대표이사 선임 등 향후 변화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아워홈의 임시주주총회는 31일 오전 11시 서울 강서구 마곡 아워홈 본사에서 열렸습니다. 경영권 향방은 물론 회사의 운명이 바뀌는 날인 만큼 아워홈 건물 전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굳은 얼굴의 직원들이 로비를 서성이며 정적이 흐른 것과 대조적으로, 밖에서는 아워홈 노조가 농성을 이어갔습니다.
 
이날 임시주총에서 다뤄진 안건은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과 그 측근의 이사 선임 건, 구지은 부회장이 내놓은 자사주 취득 건 등입니다. 이사회 의장인 구지은 부회장만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결과적으로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이 승리를 거뒀습니다.
 
구 전 부회장의 장남 구재모 씨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가결되면서, 아워홈 사내이사가 최소 3명이어야 한다는 상법상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지난달 17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장녀인 구미현 씨와 그의 남편인 이영열 전 한양대 의대 교수가 사내이사로 정해진 바 있죠. 당시 구지은 부회장의 재선임 안은 무산됐습니다.
 
다만 구재모 씨 사내이사 선임과 함께 상정된 구 전 부회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과 전 중국남경법인장 황광일 씨의 사내이사 선임 건은 부결됐습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아워홈 본사. (사진=김성은 기자)
 
반면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의 연합에 맞서 구지은 부회장이 회유책으로 제시한 자사주 매입안은 좌절됐습니다. 해당 내용은 회사의 배당 가능 이익 5331억원으로 1년 안에 전체 지분 61%(1401만9520주)를 사들이겠다는 것입니다. 구미현 씨가 보유한 지분을 회사가 매입해 경영권을 방어하겠다는 의도였습니다.
 
하지만 자사주 취득 건이 임시주총에서 부결됨에 따라 현재 아워홈을 이끄는 구지은 부회장은 내달 3일 임기 만료 이후 손을 써보지 못하고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새 대표이사는 추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사내이사 과반의 동의를 얻은 인물로 정해질 예정입니다. 구미현 씨가 유력한 후보입니다. 구 씨는 임시주총 전날 자신이 오빠 편에 서 대표이사 자리에 앉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구지은 부회장과 차녀 구명진 씨에게 전했습니다.
 
아워홈 관계자는 "통상 기존 사내이사 임기가 끝나기 전에 이사회가 열리지만, 일정을 지켜봐야 한다"라며 "이사들이 결정할 사안으로 아직 예정된 건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2017년부터 경영권 다툼 반복…잡음 이어질 듯
 
아워홈 오너가 남매의 경영권 분쟁은 2017년부터 반복되고 있는데요. 구지은 당시 부사장이 회사를 물려받는 수순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이 장자승계 원칙을 꺼내며 갈등이 시작됐죠. 지분 싸움에서 밀린 구지은 부회장은 자회사 캘리스코 대표로 이동했고, 아워홈은 구 전 부회장 체제로 재편됐습니다.
 
이 체제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구 전 부회장은 2021년 6월 보복운전과 운전자 폭행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경영 일선에서 퇴출됐습니다. 현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도 진행 중입니다.
 
2021년 세 자매가 연합해 오빠를 몰아내고 구지은 부회장을 대표로 세웠으나, 구 부회장이 회사 경영 정상화 차원에서 무배당을 고수하자 이에 반발한 구미현 씨가 등을 돌리면서 경영권 분쟁은 다시 촉발했습니다.
 
오너가가 보유한 아워홈 지분은 △구본성 전 부회장 38.56% △구미현 19.28% △구명진 19.6% △구지은 부회장 20.67%입니다. 구명진 씨는 구지은 부회장 측에 섰던 터라 아워홈의 경영권은 구미현 씨의 결정에 따라 이동해 왔습니다. 이번에는 구본성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남매의 난'이 일단락된 모습입니다.
 
31일 아워홈 임시주주총회가 열리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 본사 앞에서 노조 관계자들이 구미현·이영열 부부의 사내이사 사퇴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성은 기자)
 
하지만 후폭풍으로 인한 잡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21년 세 자매는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기로 협약은 맺은 바 있는데, 구미현 씨가 이를 어긴 것으로 판단될 시 1200억원 규모의 위약금을 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미현 씨의 경영 능력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입니다. 구지은 부회장이 2004년 아워홈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았던 것과 달리, 전업주부인 구 씨는 경영 경험이 없는 인물입니다. 또한 구본성 전 부회장과 2022년 지분 매각을 추진했던 만큼 시장에서는 아워홈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점치고 있습니다.
 
한편 아워홈 노조는 이날 임시주총이 열리는 동안 구미현·이영열 부부의 사내이사 즉시 사퇴를 외쳤는데요.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서면 대화를 가져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장덕우 아워홈 노조위원장은 "우선 경영진에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새 경영진의 계획을 듣고 행동에 나설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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