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KB·신한·우리·하나금융 등 4대 금융지주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에 따른 타격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1분기 실적에 관련 충당금을 반영하면서 금융지주 순이익이 쪼그라들었습니다.
특히 그간 '이자장사로 돈 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비이자이익을 늘리겠다고 선언한 것과 달리 4대 금융의 1분기 비이자이익은 3조3266억원으로 오히려 9% 가량 줄었습니다.
홍콩ELS 사태로 파생상품 판매를 중단한 여파가 비이자이익 가운데 신탁 수수료 실적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금융권은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수익 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당장 해법은 요원합니다.
일례로 금융권은 PB(프라이빗 뱅킹) 브랜드를 확대하는 등 WM(자산관리)으로 비이자이익 활로를 찾는 중이지만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 당장 여의치 않습니다. 외환서비스 확대에 눈을 돌립니다만 환전수수료 무료 경쟁으로 일각에선 '역마진'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은행권은 그동안 비이자이익 확대 차원에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해 분주하지만 총선 이후 여소야대 형국에서 기존에 정부가 추진해 왔던 '금산분리' 완화 정책이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않도록 분리하는 원칙을 말합니다. 제조업 등 비금융 사업을 핵심으로 하는 회사가 은행과 같은 금융사를 자회사로 두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현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4%(의결권 미행사 시 최대 10%)로 제한됩니다. 금융사는 비금융업 영위하는 회사 지분을 15% 넘게 보유할 수 없습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주의 비금융 자회사 소유, 금융사의 비금융업 진출 허용 등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했지만 최종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사 내부통제 사고가 연달아 터진 데다 은행이 이자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남겨 돈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규제 완화의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여당의 총선 참패 이후 비금융 분야 사업확장 및 규제 개선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모습입니다.
은행권의 수익 다각화 필요성은 정부와 업계 모두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비금융 사업에 진출해 비이자이익을 발굴하고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출 수 있도록 하는 규제 완화가 필수적입니다.
금융당국과 업계는 이번 22대 국회에서 그간 부침을 겪었던 은행 산업발전을 위한 입법이 통과돼 금융사의 '밸류업'으로 이어지를 바라는 분위기입니다. '은행의 탐욕', '돈 잔치', '횡재세'라는 정치적 수사를 반복하면서 새로운 족쇄를 채우기보다는 그동안 추진돼 온 숙원 과제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 다양한 수익원을 갖춘다면 '민생 국회'라는 정체성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이종용 금융증권부 선임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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