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가 '갑'인 시대, 기업도 보호 받아야"
(인터뷰)김문희 율촌 엔터테인먼트팀 팀장
엔터·콘텐츠산업 커지면서 기업 자문 증가
OTT 납품 콘텐츠, 배상책임 보험 가입 중요…자문 필수
2024-03-14 14:00:50 2024-03-14 15:54:47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표준전속계약이 만들어질 2009년 당시에는 아티스트가 '사회적 약자'라는 시각이 있었습니다. 회사가 갑으로서 횡포를 부릴 경우를 대비해 장치를 마련하고 약자인 아티스트 개인의 지위를 보호하기 위한 관점이 강했지요. 하지만 최근에는 대형 기획사의 경우 어느덧 아티스트가 '갑'의 위치가 되고 기업이 오히려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경우를 종종 봅니다."
 
김문희 법무법인 율촌 엔터테인먼트팀 팀장(사진)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엔터업계 전속계약 분쟁 추세를 언급하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김 팀장이 처음 활동할 당시만 해도 전속계약 분쟁이 많았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대부분 기업들이 표준전속계약을 도입하면서 예전처럼 첨예하게 다뤄지진 않습니다. 분쟁 수 자체도 이전보다 급감했다고 하는데요.
 
김문희 율촌 변호사가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율촌)
 
요즘은 다투더라도 계약 자체의 문제를 짚기보다 이행 과정에서의 문제를 따집니다. 김 팀장은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가급적 소송까지 가지 않고 회사와 원만하게 해결하도록 아티스트에게 조언하고 회사에도 지금까지 투자한 아이돌의 가치,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 회사 이미지 등을 고려할 것을 자문하고 있다"며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냈기 때문에 최근 다룬 사건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작년 발생한 피프티 피프티 사건을 계기로 최근에는 더 이상 기업이 가해자라는 프레임이 아닌, 회사 역시 보호 받을 수 있도록 계약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피프티 피프티 사건은 지난해 중소 기획사에서 발생한 전속계약 분쟁인데요. 데뷔 130일 만에 타이틀곡 '큐피드'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뤘음에도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 네 멤버가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신청을 낸 사건입니다. '큐피드'를 만든 외주용역사가 멤버 빼가기를 통해 전속계약 부당파기를 시도한 정황이 밝혀지면서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해당 분쟁에 대해 김 팀장은 "아티스트들이 개인으로서의 권리를 보호받듯 기업 입장에서도 균형이 맞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김문희 팀장(변호사)은 대형 매니지먼트 회사, 드라마 및 영화제작사, OTT 등 메이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을 전문적으로 자문하는 엔터테인먼트 전문가입니다. 2005년 부티크 펌에서 변호사를 시작해 2007년 율촌에서 지식재산권(IP)쪽 업무를 하다 동방신기 전속계약 분쟁 등 다양한 사건을 맡았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분쟁조정위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분쟁조정위원을 겸하고 있습니다.
 
이하는 일문일답
 
-엔터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분쟁이나 자문 추세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전체 산업이 커지다보니 전반적으로 기업법적 자문이 많아졌습니다. 상법, 자본시장법, 주주총회를 둘러싼 분쟁 등인데요. 근로 직원 수가 증가하다보니 경영지원, 매니지먼트, 노무 이슈, 잦은 이직 시 노하우 유출에 대한 자문도 많습니다. 콘텐츠 기업의 경우 촬영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관련 자문도 많고요.
 
특히 카카오(035720)하이브(352820)에스엠(041510)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 사례 등은 앞으로 심심치 않게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거래법 관련 규제 이슈도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엔터기업의 매출이 증가하고 사회적 영향력도 커지고 있어서죠. 정부도 촉각을 세우고 있어 엔터기업들이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 자문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배상책임(E&O)보험' 자문 전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경우 드라마나 영화를 공급받을 때 E&O(Errors & Omissions) 보험 가입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미국에서는 예전부터 영화, 드라마를 제작할 때 예산의 상당 부분을 보험 관련 비용으로 책정해 왔는데요. 'E&O 보험'은 드라마나 영화 등의 콘텐츠가 향후 명예훼손, 지적재산권·상표권·사생활 침해 등의 법적 위험을 발생시킬 경우를 대비해 손해배상금 및 사고처리 비용을 담보하는 보험입니다. 넷플릭스 등 플랫폼은 콘텐츠를 하나의 국가가 아닌 전세계에 배급하기 때문에 법적 위험이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금이 엄청 커질 수 있어서죠. K콘텐츠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어 콘텐츠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아티스트 관련 명예훼손은 늘 있던 분쟁 같습니다. 요즘은 어떤지. 
 
예전에는 포털 사이트 악플이 문제였다면 요즘은 유튜브 사이버렉카로 옮겨가는 추세입니다. 대표적인 게 우리가 맡진 않았지만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장원영씨 소송의 경우 국내에서 승소하고 미국 구글에 정보 제출 명령을 통해 상대의 신원까지 파악하는 등 성과를 거둔 소송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국내 커뮤니티, 유튜버들에 대한 검토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아티스트 명예훼손의 경우 일단 기소만 되면 유죄 판결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율촌 엔터팀의 강점은
 
리스크 매니지먼트입니다. 사후 사건이 터졌을 때 엔터회사가 경험이 많지 않으면 매뉴얼이 없어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지난해 넷플릭스 더글로리 콘텐츠가 오픈되는 시점에 학폭 이슈가 제기됐는데요. 감독과 콘텐츠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을 종합적으로 세워서 언론 대응까지 직접 했습니다. 이런 노하우들이 쌓이니 고객들이 율촌을 찾는 거겠죠.
 
김문희 변호사(사진=율촌)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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