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구조조정 나선 정부…정유와 통합 땐 세제 지원
NCC 통합해 나프타 원가 경쟁력 제고
정유업계 ‘부담’…통합까진 갈 길 멀어
2025-08-18 15:10:14 2025-08-18 15:24:20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정부가 구조적 불황에 직면한 석유화학 산업의 재편을 위해 본격적인 교통정리에 나섭니다. 특히 국내 석화산업의 위기를 부채질한 원인으로 ‘범용 제품’이 꼽히고 있어 생산 시설인 나프타 분해설비(NCC) 통폐합이 핵심이 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정유업체와의 수직 통합 시 세제 지원 방안 등이 거론됩니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사진=롯데케미칼)
 
18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화학산업 구조 재편 방안’을 마련해 이달 중 발표할 예정입니다. 그동안은 업계의 자발적 사업 재편에 맞춰져 있었지만, 정부가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들의 보다 적극적인 사업 재편 유도를 끌어낸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이번 정부 대책의 핵심은 기업들의 고통 분담을 전제로 한 ‘설비 통폐합 및 감축’으로 요약됩니다. 울산, 여수, 대산 등 주요 석유화학 산업단지 내 NCC를 중심으로 설비 과잉 문제가 심각한 만큼, 과거 부실 업종 구조조정 사례를 참고해 기업들의 자발적인 사업 재편을 독려합니다. 참여하지 않는 기업에는 엄중히 대응한다는 방침을 담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NCC 통합 방안으로는 정유업계와의 ‘수직 통합’이 거론됩니다. 정유업체가 원유를 정제할 때 발생하는 부산물 중 하나인 나프타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로 사용됩니다. 석유화학 업체는 NCC 공정을 거쳐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 유분을 생산하는데, 정유사의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석화업체가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게 해 석유화학제품의 원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입니다. 석화업체 입장에서 설비 가동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 통폐합으로 불필요한 공급 과잉도 막을 수 있어서입니다. 대표적 참고 사례로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합작해 운영 중인 현대케미칼이 언급됩니다. 
 
다만 정유업계와의 수직 통합까지는 갈 길이 멀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정유업계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유업계는 석화업계보다 조금 나을 뿐이지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정유업계는 정부와의 논의 과정에서 수직 통합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가 강제로 기업을 사라 마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DL과 한화의 갈등에서 보듯 업체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여천NCC의 경우 급한 불은 껐지만 올해 말까지 갚아야 하는 차입금만 약 3700억원입니다.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역시 5175억원에 달합니다. 
 
NCC 규모가 어마어마해 떠안을 곳을 찾기가 마땅치 않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LG화학의 경우 쿠웨이트석유공사(KPC)에 NCC 지분을 매각하려 했지만 쿠웨이트석유공사가 중국 석유화학 회사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협상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의 NCC도 매각이 쉽지 않은데 전국 산업단지에 있는 석화 중소기업들은 고사 위기”라며 “여천NCC가 무너지면 연쇄적으로 파급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어 정부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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