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재벌을 위한 정책변화와 방향을 제시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민생토론회에서 "가업승계를 막는 과도한 상속·증여세를 완화해야 한다"며 상속세 완화 기조를 밝혔습니다.
정부는 곧바로 상속·증여세 전반에 대한 개선 검토에 나서고 있는데요. 기업집단이 금융계열사 소유에 대해 제한하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익편취 행위 적발 시 총수 일가도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을 바꾸려다 전면 재검토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또한 내부거래 공시 기준 금액 기존 50억원에서 100억원 상향, 동일인 친족 범위를 혈족 6촌·인척 4촌 이내에서 혈족 4촌·인척 3촌 이내로 특수관계인 범위 축소 등 사익편취 규제는 이미 완화했습니다.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및 자금 마련에 대해 정부가 힘을 실어 주는 모습입니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위한 목적에서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가가 더욱 발전된 국가로 성장하려면 기업의 경영도 그만큼 더욱 투명해져야 합니다. 투명해지고 당당하지 못하면 기업의 경영은 외풍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대통령이 부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젊은 재벌 총수들을 불러 떡볶이를 대접(?)했던 사례들처럼 말입니다. 언론에서는 대통령의 부산 민심 잡기용으로 재벌 총수들을 병풍으로 들러리를 세웠다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습니다.
대기업 총수들은 지난해 대통령 해외 순방에 거의 빠짐없이 수행해야 했으며 힘겨운 술자리도 자주 함께 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재벌 총수들이 경제인들과 함께 해외 순방을 가는 경우는 있지만 이처럼 총수들을 매번 대동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대통령의 치적 쌓기에 재벌 총수들이 동원되는 모습은 안타까울 정도입니다.
많은 언론에서 자갈치 시장 떡볶이 시식 행사에 경영할 시간도 없는 재벌 총수들을 불렀다고 비판을 합니다. 하지만 희망적인 모습도 일부 보입니다. 정치적 쇼라는 의도를 잠깐 빗겨나서 살펴보면 시장의 상인들과 국민들은 재벌 총수들의 친근한 손짓과 말투에 환호했습니다.
재벌 총수들도 국민들을 의식해야 할 것입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아닌 존경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일 것입니다. 세대를 이어온 재벌 명문가는 이런 품격과 명예 의식을 가풍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국민들도 이런 재벌 명문가의 가업 승계라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고 구본무 LG그룹 전 회장은 과거 모습에서 ‘재벌 총수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구본무 전 회장의 호는 화담(和談)입니다. '정답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인데요. 사람을 중시하는 인화의 리더십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앞장서 실천하는 자세는 한국 재벌에 모범이 됐습니다.
성품이 소탈했던 구 전 회장은 개인적인 용무를 볼 때면 수행원 없이 단골 식당 등을 찾으며 그를 알아본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대해서 이웃집 아저씨 같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국가와 사회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들에게 보답하겠다며 개인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했던 것을 키워 'LG 의인상'을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구 전 회장은 미래재단에 출연금을 낸 일로 국정농단 청문회에 출석하기도 했는데요. 투명경영으로 당당했던 그는 "기업과 정부 사이에 불공정한 거래가 없도록 국회에서 법으로 막아달라"는 소신 발언을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재벌가의 국가를 위한 지원과 혜택을 권력을 가진 개인과 주변인들이 아닌 국민 모두가 받을 수 있도록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 국가의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재벌들이 당당하게 국가와 국민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존경받게 될 것입니다.
재벌에게 떡볶이 대신 명예를 주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줍시다.
고재인 산업1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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