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대통령 담화가 겁박 아닌 공정함의 잣대 되길
2024-04-07 12:00:00 2024-04-07 12:00:00
정부와 의사단체간 의대 증원을 두고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설득하고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대국민담화를 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에 이어 세 번째 대국민담화였는데요.
 
대통령이 명확하게 의지와 방향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줬던 담화였는지, 언론에서는 엇갈린 해석들이 나왔습니다. "2000명 증원, 더 좋은 안 내면 논의", "정면돌파 밝혔지만 대화엔 여지", "2000명, 절대적 수치 아냐", "설득은 없었다" 등 담화에 대한 해석이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2000명 고수냐, 변경이냐와 또 다른 논란이 보였습니다. 의사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설득이냐 겁박이냐는 것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의사들에게 현장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하면서 강력한 제재를 시사했으며 모든 절차는 법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제가 대통령으로서 앞으로 수많은 국민의 생명을 구하고 또 수많은 국민의 건강을 지켜낼 여러분을 제재하거나 처벌하고 싶겠습니까." 
 
여러번 곱씹어 들어보면 무서운 말이었습니다. 정부 정책에 대해 국민들은 불만과 갈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정부 정책에 반발한다고 무조건 강력한 제재와 처벌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이들 또한 우리나라의 국민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됩니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내야하며 더 좋은 해결책을 찾아내려 노력을 해야합니다.
 
생각과 이념이 다르다고 대화와 타협이 아닌 강력한 제재와 처벌로 국민을 겁박한다면 과거 제주 4·3,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의 참담한 역사를 되풀이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윤 대통령의 담화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박근혜·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국정농단 사태 때 했던 발언과 담화 등이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물론 당시 상황과 처한 입장이 다르지만 국민들을 대하는 모습만을 봤을 때 차이가 극명해보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씨가 구속되자 국민들한테 진정성이 담긴 사죄와 본인을 포함 관련자들의 엄정처벌 내용의 담화를 했습니다.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입니다. 저의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하고 있습니다. (중략) 앞으로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중략) 다시 한번 저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여러분께 용서를 구합니다. (중략) 어느 누구라도 이번 수사를 통해 잘못이 드러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저 역시도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본인의 발언에 책임을 졌으며 엄정한 처벌 또한 받았습니다. 
 
문재인정부 때 20대들의 공분을 샀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법과 원칙에 따라 재판을 받고 있는 중에 최근 총선 지지율 조사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국민들이 원하는 엄정한 제재와 처벌에 힘이 실릴 때는 본인을 포함한 공정함의 가치를 실현할 때입니다. 
 
국민들은 특권의식에 가득찬 의사단체의 의료개혁을 원합니다. 
 
하지만 의료개혁을 위해 칼을 든 주체가 공정함의 가치를 잃었다면 국민들의 기대는 금방 사그라들 것입니다. 그 칼이 또 다른 국민들로 향할 수 있으니까 말이죠.
 
고재인 산업1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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