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금융지주 이너서클 카르텔, 금융위는 왜 침묵하는가
2026-01-07 08:00:00 2026-01-07 08:00:00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금융권의 고질적인 병폐인 금융지주 회장들의 ‘이너서클’ 문화를 강하게 질타했다. 주인 없는 기업인 금융지주가 특정 소수의 권력 사유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판단이다. 이들 이너서클은 폐쇄적인 지배구조를 통해 자신들만의 후계 구도를 공고히 하며, 금융시장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부패한 카르텔을 혁파해야 할 금융위원회는 대통령의 개혁 의지 앞에서도 무기력한 태도로 일관하며, 사실상 기득권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금융지주 지배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이사회가 무력화됐다는 점이다.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이사회가 회장의 거수기로 전락하면서,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적 지배구조의 핵심 원리가 사라졌다. 이른바 ‘셀프 연임’이나 ‘측근 인사’가 반복되는 동안 금융위는 이를 막을 즉각적인 조치나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금융권의 인사 카르텔과 셀프 연임 관행을 강도 높게 비판했음에도 실무 부처인 금융위가 ‘민간 자율’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행정적 직무 유기를 범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위의 이러한 태도는 결과적으로 금융권 부패의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못한 곳에서는 자본의 효율적 배분보다 권력 유지에 자원이 집중되기 마련이다. 이는 한국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시장이 여전히 ‘불투명한 시장’이라는 낙인을 찍게 만든다. 금융위가 이너서클 혁파를 위한 강제성 있는 가이드라인이나 법적 보완책 마련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이, 금융지주들은 더욱 견고한 그들만의 성벽을 쌓고 있다.
 
현재 금융위가 보여주는 모습은 대통령의 혁신 기조와 완전히 동떨어진 ‘행정적 보신주의’에 가깝다. 정권이 바뀌고 국민적 요구가 거세짐에도 불구하고, 금융 관료 조직이 기존의 관행과 유착 구조를 깨지 못한다면 금융 혁신은 불가능하다. 관료들이 개혁의 파도를 타는 시늉만 하며 실제로는 현상 유지를 통해 자신들의 안위만을 꾀한다면, 이는 대통령의 통치 철학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금융위는 이제라도 부패한 이너서클을 해체할 즉각적인 조치와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혁안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회장 선임 과정의 투명성 확보,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 그리고 주주 권리 보호를 위한 즉각적이고 강력한 조치들이 수반돼야 한다. 개혁의 칼자루를 쥔 금융당국이 스스로 무능을 털어내지 못하고 기득권의 울타리를 지켜주는 역할을 계속한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관료 조직 전체로 돌아갈 것이다. 이재명정부가 추구하는 공정한 금융시장의 실현은 엘리트 관료들의 보신주의라는 거대한 장벽을 넘어서느냐에 달려 있다. 국민은 더 이상 침묵하는 금융위의 무능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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