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2027년부터 상장사의 손익계산서 체계가 전면 개편되면서 보험사의 실적 공시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금융위원회는 국제회계기준을 반영한 기업회계기준서 제1118호(K-IFRS 1118)를 확정하면서 영업손익의 개념과 표시 방식을 명문했다고 18일 밝혔습니다.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 실적의 신뢰성을 둘러싸고 이어져온 논란에도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릴지 주목됩니다.
계리가정 자율성 줄고 실적 해석 기준 강화
IFRS18의 핵심 취지는 손익계산서 구조를 정비해 기업의 실적 해석 기준을 국제 기준에 맞게 통일하는 데 있습니다. 기존 IFRS 체계에서는 기업별로 손익을 구분·표시하는 방식이 달라 실적 비교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습니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시가에 가깝게 평가하도록 하면서 회계의 투명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동시에 계리가정 설정에 따라 실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한계도 드러냈습니다. 특히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실적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와 시장에서는 실적 수치 자체보다 '어떤 가정을 썼는지'를 해석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돼왔습니다.
IFRS18은 이러한 문제를 구조적으로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IFRS18은 손익을 △영업 △투자 △재무 범주로 구분하고, 영업이익을 투자·재무 범주에 속하지 않는 '잔여 손익'으로 정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이 영업이익에 포함할 수 있는 항목의 범위가 명확해지고 회계상 판단 여지도 줄어들게 됩니다. 금융당국은 기업 간 영업 성과 비교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영진 정의 성과지표(MPM)에 대한 공시 강화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됩니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IFRS 기준 손익과 별도로 조정 지표를 활용해 실적을 설명해왔지만, 산출 기준이 회사별로 달라 투자자 입장에서는 비교가 쉽지 않았습니다. IFRS18은 이러한 지표에 대해 조정 항목과 산출 근거를 함께 공시토록 해 실적 설명 과정에서의 자의성을 줄이는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금융위는 IFRS18 도입 이후에도 국내 투자 환경을 고려해 현행 기준의 영업손익을 주석으로 병행 공시하도록 했습니다. 다만 손익계산서 본문에는 IFRS18 기준 영업손익이 표시되면서 실적의 핵심 지표에 대한 해석 기준은 기존보다 한층 명확해질 전망입니다. 이 같은 구조 개편을 통해 IFRS17 도입 이후 확대됐던 계리가정과 실적 해석 간의 괴리를 줄이고, 실적 변동의 원인을 보다 명확히 드러내는 공시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입니다.
금융당국은 IFRS18 도입이 특정 업권이나 기업을 겨냥한 조치라기보다는, 실적 해석의 기준을 다시 정립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만 결과적으로는 IFRS17 체계에서 실적 인식을 유리하게 할 수 있었던 보험사들의 회계 효과가 보다 투명하게 드러나게 될 것으로 보여 업계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제정 내용은 2027년 1월1일 이후 시작하는 회계연도부터 적용되며, 2026년 1월1일 이후 시작하는 회계연도에도 조기 적용이 가능합니다.
K-IFRS 제1118호 제정 방향. (사진=금융감독원)
IFRS17 수혜 구조 드러나는 손보사, 부담 커질 듯
보험업계에서는 IFRS18 도입으로 보험사 간 실적 격차의 배경이 보다 명확히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IFRS17 도입 이후 상대적으로 실적 개선 효과를 누려온 손해보험사들의 경우 회계 구조상 유리했던 요인이 그대로 노출되면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IFRS17 체계에서는 손해보험과 생명보험 간 계약 구조 차이가 실적 인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손해보험은 보험 기간이 1년 내외로 짧고 계약의 손익이 빠르게 확정되는 특성상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이 단기간에 손익으로 전환됩니다. 이로 인해 동일한 가정 변경이 있더라도 손보사는 당기 실적에 미치는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구조입니다.
특히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이나 실손보험 손해율을 낙관적으로 설정할 경우 미래 보험금 부담이 줄어든 것으로 평가돼 CSM이 증가하고 이익 인식 여력이 확대됩니다. 단기 계약 비중이 높은 손보사에서는 이러한 계리가정 조정 효과가 빠르게 실적에 반영되면서 IFRS17 도입 이후 실적이 상대적으로 개선돼 보이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반면 생명보험은 장기 계약 비중이 높아 CSM이 수십 년에 걸쳐 인식되며 동일한 가정 변경이 있더라도 단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입니다. 이 때문에 IFRS17 적용 이후 손보사와 생보사 간 실적 흐름이 엇갈렸고, 손보사 실적이 실제 영업 환경 변화 이상으로 부각됐다는 지적이 제기돼왔습니다.
IFRS18은 보험계약 회계 자체를 변경하지는 않지만, 손익계산서 구조와 영업이익 개념을 명확히 함으로써 이러한 회계 효과를 보다 투명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계리가정 변경에 따른 손익 효과가 영업이익에 어떻게 반영되는지가 명확해지면서 IFRS17하에서 형성된 손보사 실적 구조 역시 시장의 검증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IFRS17에서는 단기 계약 위주의 손해보험사가 CSM을 빠르게 이익으로 인식할 수 있는 구조였던 반면, IFRS18에서는 영업이익 기준이 명확해지면서 이런 회계 효과가 그대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가정 변경에 따른 실적 개선보다 실제 영업력과 손해율 관리 성과가 더 직접적으로 평가받는 환경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보험사들 사옥 이미지. (사진=각 사)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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