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총파업 하루 전,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하며 생산 차질 우려는 일단 피했습니다. 다만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부문과 디바이스경험(DX·완제품) 부문 간 ‘노노 갈등’ 해소가 과제로 남은 데다, 주주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불씨는 여전한 모습입니다.
삼성전자. (사진=연합뉴스)
21일, 노사의 잠정합의안에 따라 DS부문 내 일부 실적 부진 사업부가 DX부문보다 높은 수준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DS부문과 DX부문 간 성과급 차이가 다시 노노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도화선은 DS부문에 적용되는 특별경영성과급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노사는 전 직원에게 공통 적용되는 초과이익성과급(OPI)은 연봉의 50%를 상한으로 하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지만, DS부문에는 사업 성과의 10.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기존 OPI와 달리 상한이 없으며, 재원 배분 비율은 DS부문 공통 40%, 사업부 60%로 구성됩니다.
증권가에서 예측하는 올해 DS부문 연간 영업익은 약 300조원으로 이를 기준으로 산정하면 10.5%인 31조5000억원이 성과급 재원입니다. 이 중 40%인 12조6000억원이 DS부문 공통 배분 몫인데 이를 전 DS 전 직원(약 7만8000명)으로 나누면 1인당 1억6000만원을 받게 됩니다. 파운드리 등 실적이 부진한 사업부도 성과급을 지급받게 되는 것입니다.
반면 DX부문은 특별경영성과급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DX부문 직원 연봉을 1억원으로 가정해도, 연봉의 50%라는 OPI 상한을 적용하면 성과급은 5000만원에 그칩니다. 지난 1분기 약 3조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인 DX부문이 적자를 낸 DS 사업부보다 적은 금액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노사 합의 과정에서 DX부문과 고객서비스(CSS)사업팀에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하기로 했지만, DS 부문 1억6000만원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DX부문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은 줄곧 제기돼 왔습니다. 지난 13일 1차 사후조정 결렬 이후 초기업노조 홈페이지에는 “DX 노조원들을 이렇게 버리는 것이냐”, “DX 노조원도 다시 한번 신경 써달라”는 취지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성과급 격차가 가시화되면서 DX부문 노동자들은 이미 독자적인 행동에 나선 상황입니다. 삼성전자노조 동행이 지난 20일 노태문 DX부문장 겸 대표이사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DX 조합원들로 구성된 ‘삼성전자 직원 권리 회복 법률대응연대’는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임금·단체교섭 중지 가처분을 신청한 바 있습니다. 이번 잠정합의안을 두고 또다른 갈등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사측을 겨냥한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날 주주단체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노사 임금협상이 위법 소지가 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민경권 대한민국주주운동 대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주총회 결의 없는 자본분배 합의는 법률상 무효”라고 비판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